게으른 제가 더 이상 미룰 수 없어서
지난 가을부터 간수해두었던 씨를 꽃밭에 뿌렸습니다.
파종이 그렇게 간단한 일이 아닙니다.
일단 흙을 부드럽게 만들고
돌이나 잡동사니를 골라내야 합니다.
오랜 만에 삽을 든 탓인지
조금만 움직였는데도 발목과 허리가 시큰거리네요.
우리집 마당 흙은 진흙과 돌이 뒤덤벅 상태라서
아무리 마사토를 뿌리고 퇴비를 뿌려도
별로 좋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습니다.
오늘도 작은 돌맹이가 한없이 나와서
대충 항복하고 씨를 뿌렸습니다.
그래도 겉으로 볼 때는 괜찮을 겁니다.
오른쪽 위에 풍접화, 아래에 봉숭아,
중간에 분꽃, 그 아래 맨드라미,
왼쪽 가장 넓은 영역에 해바라기,
그리고 그 아래도 이름 모를 씨앗을 뿌렸습니다.
일단 여기서 모종으로 키워서 어느 정도 크기가 되면
다른 곳으로 옮길 생각입니다.
눈으로 씨앗이 보이지 않을 겁니다.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없는 게 아니니
보이는 것만 생각하면 곤란합니다. ㅎㅎ
흙,
대단합니다.
삽으로 흙을 파보니 여러 종류의 뿌리가
벌써 활동을 시작했더군요.
겉에서 볼 때는 아무런 움직임이 없었지만
흙 밑에는 이미 생명이 약동하기 시작한 겁니다.
위에 뿌린 씨앗 말고
여러 색깔의 코스모스를 집 주변에 마구 뿌렸습니다.
이번 여름과 가을에 우리집이 코스모스로 둘러싸일지도 모릅니다.
꽃이름은 모르는데,
코스모스와 아주 비슷한 모양의 황색 꽃 씨앗도
여러 곳에 뿌렸습니다.
그 녀석의 생존 능력은 대단합니다.
꽃도 오래갑니다.
아래는 요즘 본격적으로 피기 시작한 매화입니다.
오늘 일하다가 찍은 장면인데,
눈에 안 보이겠지만 꿀벌들이 많습니다.
내일은 비가 온다고 하니
씨들이 좋아하겠군요.
빠른 우편이 아니라 보통 우편으로 보냈는데
벌써 들어갔나요?
우리나라 우체국이 일을 빨리 처리하네요.
해바라기가 피면 아마 뭔가 새로운 느낌을 받을 겁니다.
남편이 자상하신 분이군요.
내일 봄비, 만끽 하십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