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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22일
수난설화
지난 설교 앞부분에 나온 신학용어 ‘수난설화’를 보충 설명해야겠다. 일단 설화라는 용어가 일반 신자들에게는 낯설거나 불편하게 받아들여질 수도 있다. 실제 일어난 일이 아니라 꾸며진 이야기처럼 들릴 수도 있으니 말이다. 설화는 전승이라는 말로 바꿔도 된다. 어느 공동체에 전해진 이야기를 가리켜 설화, 또는 전승이라고 한다.
예수에 관한 이야기는 요즘처럼 기자들이 따라다니면서 작성한 문서로 남은 게 아니다. 구전(口傳)이다. 구전은 처음부터 완벽한 형식을 갖춘 게 아니다. 전승되면서 내용이 약간씩 달라질 수도 있다. 그런 차이가 있어도 근본은 똑같다. 예수가 수난을 당했다는 것이다.
수난전승은 예수의 예루살렘 입성으로부터 골고다에서 일어난 십자가 처형까지 이른다. 대략 일주일 정도의 시간이다. 복음서의 분량을 보더라도 수난설화가 다른 것에 비해서 훨씬 많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예수의 수난이 기독교 신앙의 근본 토대라는 뜻이다.
복음서 기자들이 수난 이야기를 예상 외로 길게, 그리고 자세하게 진술하는 이유 중의 하나는 예수가 구체적인 실제 인간이었다는 사실을 강조하려는 데에 있었다. 예수는 세상의 고통을 초월한 존재가 아니라 우리와 똑같이 수난(passion)당하는 인간이었다는 사실이 약화되면 부활 역시 그 의미가 축소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