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21일

생명 경험

이틀 전 매일묵상의 마지막 단락에서 예수가 그리스도인가, 하는 질문의 대답은 그를 통해서 어떤 생명을 경험하는가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예수 믿고 구원 얻는다거나 의로워진다는 말은 다 생명을 얻는다는 뜻이기 때문에 예수 그리스도 경험은 곧 생명 경험이라는 말과 같다고 보면 된다.

여기서 ‘생명’ 현상에 대한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진행할 수는 없다. 인간의 모든 생각과 행위, 그리고 학문과 예술, 문학은 다 생명에 관계된다. 다른 종교 활동도 역시 생명의 관점에서 봐야 한다. 불교의 해탈은 윤회라는 사슬에서 벗어남으로써 절대적인 생명에 참여하려는 것이 아닌가. 이런 전반적인 것을 바탕에 두고 기독교가 말하는 예수를 통한 생명 경험의 특징을 간략하게 짚자.

내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이미 눈치 챈 분들이 있을 것이다.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서 우리는 죄와 죽음으로부터의 해방을 경험한다. 그게 기독교가 말하는 생명 경험이다. 모든 기독교 가르침은 여기서 출발하고, 여기로 모인다. 자기 집착이라는 죄에서 벗어나고, 자기 소멸이라는 죽음의 공포로부터 벗어나는 것이다. 이것을 경험한 사람은 예수를 그리스도로 경험한 사람이다. 너무 간단한 대답이라서 뭔가 찜찜하다면 죄와 죽음에 얽힌 강렬하고 깊고 어두운 세계를 더 헤아려보는 게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