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하루 대구샘터 교우들과 함께 소풍을 다녀왔습니다.
장소는 창녕 관룡사입니다.
한 가지 소원은 다 들어준다는 문구를
곳곳에 걸어놓은 걸 보니
깊은 도를 닦는 절이라기보다는
기복신앙에 기울어진 절로 보입니다.
아침 9시반에 집에서 출발해서
그곳에 11시 약간 넘어 도착했습니다.
서른 명 정도 모여서 이름을 밝히지 않은 분이
일괄 주문해준 김밥을 약간 이른 점심으로 먹었습니다.
김밥에 대해서 말하려고 해도 많은 이야기 거리가 있습니다.
줄어야겠네요.
맛나게 잘 먹었습니다.
산을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이런저런 사정으로 다 올라가지는 못했습니다.
너무 가파랐습니다.
강병구 님이 올려주신 사진을 보면
올라간 분들의 모습이 나올 겁니다.
힘들긴 했지만 재미 있었습니다.
저는 정말 오랜만에 산에 오른 겁니다.
흥에 겨워서 정상에서 멋진 포즈로 사진을 찍었는데,
그 모습도 강병구 님이 오렸지만
다시 올리니 귀엽게 봐주세요.
내려오는 길에 찍은 다른 사진도 역시
기분이 한껏 오바 된 듯이 보입니다.
보실까요.
산에서 내려와 창녕 우포 늪에 갔습니다.
여기에는 11명만 갔어요.
등반한 뒤라 힘들어서 늪 둘레를 다 돌지 못하고
살짝 맛만 보고 돌아섰습니다.
일행을 저는 현풍 할매곰탕집으로 안내했습니다.
감개가 무량했습니다.
지금부터 30년 전 1986년 6월에
그곳에서 교회를 개척했습니다.
쌩으로 개척한 것은 아니고
분립 개척된 교회였는데,
어쨌든지 제가 최초 목회자로 간 곳입니다.
제가 만으로 33세, 집사람이 28세였습니다.
그곳에서 햇수로 12년 목회했습니다.
오랜만에 들렸습니다.
일행 중에 한분이 곰탕 값을 내는 바람에
우리는 맛있게 대접만 받았습니다.
곰탕 먹고 함께 그 교회당을 찾아가서 구경하고,
모두 헤어졌습니다.
집사람과 저는 따로 남아서 현풍 이곳저곳을 구경하다가
해가 기울어지는 시간에 출발해서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아침에 집을 나서면서 집사람에게
오늘 결혼 35주년 이벤트로 소풍을 다녀옵시다, 했습니다.
지금까지 늘 이런 식으로 특별한 날을 때우는 저를
집사람은 못마땅해하면서도 그러려니 받아줍니다.
유난히 긴 하루였습니다.
여러 교우들과 땀 흘리고 숨가빠 하면서 산을 오르고,
모처럼 오랜 시간 대화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몇달 전에 다쳤던 발목이 이번 산행에서 아무 이상이 없는 걸 보니
원상 회복이 된 거 같습니다.
소나무, 그 사이의 햇살, 김밥, 아이들의 모습,
이소선 할매곰탕, 절 풍경, 여러 대화, 적당한 피로....
오늘 아주 즐거운 소풍이었습니다.
754m 그 높은 산을 구두 신고 가셨습니까?
처가가 현풍곽씨라 한때는 할매 곰탕을 자주 먹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