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14일
삶은 디테일에 있다
‘디테일’은 작은 부분이라는 뜻의 영어다. 전체 그림에서 일부를 가리킬 때도 디테일이라고 한다. 어떤 행사를 준비할 때 구체적인 작은 부분까지 신경 써야 한다고 말하고 싶으면 ‘디테일에 신경 쓰라.’고 하면 된다. 저 사람은 디테일에 강해, 라는 말도 가능하다.
나는 나이가 들수록 인생에서, 또는 삶에서 디테일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더 절실하게 느끼고 있다. 여기서 디테일은 먹고, 마시고, 만지고, 숨 쉬고, 촉감을 느끼는 것들이다. 이런 게 대개는 어린아이가 엄마 자궁에서 나오면서 저절로 아는 것이다. 생명의 원초적 토대라는 뜻이다. 그런데 세월이 지나면서 어른들은 그런 것들을 놓친다. 자신의 인생 목표를 성취하는 것에 마음을 빼앗기기 때문이다. 인생 목표를 성취해서 높은 연봉을 받게 되었다고 하자. 높은 연봉 자체가 삶은 아니다.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사물을 몸으로 느낄 줄 아는 것이다. 그것으로 삶의 희열을 느끼는 것이다. 이런 일에는 그렇게 많은 돈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마음만 먹으면 누구에게나 가능한 것들이다. 삶이 디테일에 있다는 사실에 대한 증거가 아니겠는가.
깨우침을 얻기 위해서 스승을 찾아온 제자가 해야 할 일은 스승의 수발을 드는 것이다. 청소하고, 밥 하고, 빨래하는 것이다. 이런 행위 자체가 깨우침의 과정이다. 그런 과정에서 생명의 가장 원초적인 현상으로 들어간다. 바람, 나무, 꽃, 곤충, 색깔, 소리를 몸으로 느낀다. 이게 구체적인 삶의 토대이자 리얼리티다. 이런 것들을 놓친다면 그가 아무리 큰 성공을 거두었다고 해도 ‘살아있는 사람’이라고 할 수 없다. 말은 이렇게 할 수 있지만 이 사실을 실제로 머리와 가슴으로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