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24일
토 프뉴마 테스 알레테이아스
지난 설교에서 핵심 개념은 ‘토 프뉴마 테스 알레테이아스’였다. 우리말 성경에 ‘진리의 성령’으로 번역된 헬라어 성경의 원어가 그것이다. ‘토’는 정관사 1격이고, ‘테스’는 정관사의 2격 변형이다. 프뉴마는 영, 또는 성령이라는 뜻의 헬라어이고, 알레테이아스는 알레테이아의 2격 변화다.
나는 설교에서 가끔 이런 원어를 간단하게나마 설명한다. 루터 성경의 독일어를 그렇게 설명할 때도 있다. 이런 설명이 어떤 신자들에게는 학문적인 것으로 비쳐서 불편하게 다가올 수 있다. 설교학 교수들도 설교에서 전문적인 용어를 사용하지 않는 게 좋다고 가르친다. 예수님의 가르침도 학자들을 대상으로 한 게 아니라 저자 거리의 보통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것이니 설교자도 평범하고 일상적인 언어로 설교하는 게 좋다는 뜻이다. 나도 동의한다. 그러나 늘 일상적인 용어를 사용하는 게 능사는 아니다. 언어 분석의 깊이로 들어가는 게 필요할 때도 많다.
진리라는 단어와 알레테이아라는 단어는 단순히 우리말과 헬라어라는 것만이 아니라 그 단어가 가리키는 세계에서 차이가 있다. 진리는 ‘참된 이치’라고 한다면, 알레테이아는 ‘탈은폐’다. 참된 이치는 탈은폐에 비해서 아주 단조로운 의미다. 헬라어 원어를 감안해서 우리말을 옮긴다면 진리라기보다는 ‘계시’라고 하는 게 낫다. 성령은 곧 ‘계시의 영’이라고 말이다. 계시는 가렸던 것이 드러나는 사건이라는 점에서 진리보다 훨씬 역동적이다. 신학에서 ‘은폐의 하나님’과 ‘계시의 하나님’이라는 말도 있다. 은폐의 하나님과 계시의 하나님은 서로 변증법적 관계에 놓여 있다. 은폐, 망각, 계시, 노출 등의 개념을 눈치 채지 못하는 사람은 성서의 세계에 들어가지 못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