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26일
레테의 강
진리라는 뜻의 헬라어 알레테이아는 탈(脫)을 가리키는 접두사 ‘아’와 은폐, 또는 망각이라는 뜻의 명사 ‘레테’의 합성어라고 설교에서 설명했다. 헬라 신화에서 망자가 건너야 할 다섯 개의 강들 중에서 마지막에 나오는 강이 레테다. 헬라 사람들은 탈은폐를 진리라고 본 것이다. 발상이 재미있다.
21세기 현대 문명은 인간의 한계를 넘어설 준비를 하고 있다. 아직 서툴기는 하지만 인공지능을 다루기 시작했다. 스스로 생각하고 감정을 느끼고 정확하게 판단하고 의지를 실행하는 인공지능의 출현은 생명 창조와 버금가는 사건이라 할 수 있다. 인간이 창조주가 되는 것이다. 정확하게는 창조주 흉내를 내는 것이다. 인공지능을 탑재한 로봇의 도움으로 인간은 영생을 꿈꿀 수도 있다. 그런 시대가 실제로 오면 세상의 은폐성은 없어지는 것일까? 가장 궁극적인 것이 다 드러나는 것일까? 더 이상 궁금한 것이 없는 세상이 되는 것일까? 화두가 필요 없는 순간이 오는 걸까?
각자 생각이 다를 것이다. 내 입장에서 한 마디만 하겠다. 내 대답은 ‘아니올시다.’다. 세상은 인간이 들여다본 것보다 늘 더 깊다. 이는 마치 태양을 등진 채 자기 그림자를 잡으려고 달려가는 형국이다. 빛의 속도로 따라잡으려고 해도 그림자는 잡히지 않는다. 인공지능을 다시 생각해보자. 인공지능과 인간이 더불어서 살아가는 세상이 오면 인간은 그런 세상을 가능하게 한 근원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질문할 수밖에 없다. 질문할 수밖에 없다는 말은 세상이 은폐를 그 본질로 한다는 것이다. 그 본질을 인격적인 존재로 보는 것이 기독교의 하나님 인식이다.
안개가 점점 사라지듯 하나씩 드러나고 있습니다. 모든 비밀이 밝혀지는 종말이 조금씩 다가오고 있나 봅니다. 심오하고 심층적인 이 세계의 비밀이 밝혀지겠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