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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27일
숨어계신 하나님
나는 설교에서 가장 궁극적인 은폐가 하나님에 대한 것이라고 말했다. ‘숨어계신 하나님’이 설교의 카워드인 셈이다. 하나님이 숨어있다는 건 사실 말이 되지 않는다. 하나님은 오히려 계시하는 분이다. 자신을 드러내시고 사람을 찾아오는 분이다. 성서는 다 이런 계시 사건에 대한 진술이다. 아브라함, 모세, 예레미야, 이사야 등등, 모든 구약의 인물들은 하나님을 만났다. 만약 하나님이 숨어있는 분이라고 한다면 이런 일은 일어날 수 없지 않은가.
하나님이 숨어있다는 말은 실제로 숨어있다는 게 아니라 숨어있는 방식으로 자신을 나타내신다는 뜻이다. 하나님이 직접 어떤 이를 찾아가서 말을 건네는 장면들을 성경에서 볼 수 있다. 그것을 직접적인 것으로 읽으면 오해하는 것이다. 그것은 문학적인 수사다. 아브라함이 갈데아 우르를 떠날 때, 또는 중간 기착지인 하란을 떠날 때 들었다는 하나님의 ‘떠나라.’는 말씀은 실제 하나님의 목소리가 아니라 떠날 수밖에 없었던 강력한 요청이나 상황이나 깨우침을 가리킨다. 그걸 소명에 대한 깨우침이라고 한다. 그런데 그런 소명이 아무나 알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하나님은 숨어 있는 분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하나님에게서 은폐는 계시의 이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