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1일
갈멜 산 이야기
왕상 18:20-40절에는 바알선지자 450명과 엘리야의 종교 배틀(싸움) 이야기가 나온다. 노래 콘테스트나 격투기 못지않게 독자들을 자극할만한 내용이다. 이 싸움은 골리앗과 다윗 이야기와 비슷하다. 450명대 1이니, 겉으로는 상대가 되지 않는 싸움이지만 결과는 사람들의 예상과 달리, 혹은 예상대로 엘리야의 승리로 끝났다. 그 여세를 몰아서 엘리야는 바알선지 450명을 죽였다(왕상 18:40). 이세벨이 여호와 선지자들을 몰살시키는 행위와 견줄만하다. 실제로 이런 일이 있었을까? 있었다면 거기에는 어떤 특별한 사정이 개입되어 있었을 것이다. 생각할 때마다 역사는 헤집고 들어갈 수 없을 정도로 깊고 어둡다. 과거의 역사만이 아니라 지금의 역사도 그렇다.
싸움에서 이겼으면 엘리야가 주도권을 잡았어야만 했는데, 실제로는 상황이 더 나빠졌다. 아합은 갈멜 산에서 벌어진 자초지종을 아내인 왕비 이세벨에게 말했다. ‘이번 일을 보니 우리가 엘리야의 말을 듣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소. 그러니 당신도 더 이상 엘리야와 다툴 생각을 하지 마시오.’ 이런 생각이었을까? 아니면 ‘이번 일을 보니 엘리야를 더 이상 그냥 놓아두면 더 큰일을 저지를 것 같소. 어떻게 해서든지 없애는 게 좋겠소.’ 하는 생각이었을까? 성경은 말이 없다. 다만 앞에서 짚은 것처럼 엘리야를 향한 이세벨의 분노가 극에 달했다는 사실만 알 수 있다.
나는 설교에서 갈멜 산에서 벌어진 사건을 곧이곧대로 읽으면 오해의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바알선지자와 엘리야가 하늘에서 불을 끌어내는 방식으로 싸운 것처럼 보는 건 곤란하다는 뜻이었다. 이런 식의 싸움은 내 기억에 성경 어디를 봐도 나오지 않는다. 가인과 아벨이 하나님께 제사를 드렸을 때 하나님이 아벨의 제사만 받으셨다는 이야기가 나오긴 하지만, 그것은 갈멜 산 이야기와 기본 구상 자체가 다르다.
이 이야기는 여호와 하나님에 대한 유일신 사상이 주변의 다신 사상과 오랜 세월에 걸쳐 벌인 종교 투쟁을 신화적으로 묘사한 것이다. 유일신 사상은 유대교의 핵심 사상이다. 근동의 다른 종교들은 기본적으로 다신론이다. 이 다신론이 더 매력적일 수 있다. 바알신앙도 그런 신앙 중에 하나다. 헬라와 로마도 본질적으로 다신론 사회였다. 현대인들도 대다수는 다신론을 따르고 있다. 기독교인들마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