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식주의자

Views 1566 Votes 0 2016.06.23 21:5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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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식주의자

 

지난 설교에서 소설가 한강의 <채식주의자>를 한번 언급했다. 영혜라는 이름의 여자를 주변에 있는 세 사람의 시각으로 풀어간 연작 소설로 맨부커 상을 수상했다 해서 유명해진 작품이다. 남편, 형부, 언니라는 세 사람이 영혜에 대해서 말한다. 결국 영혜는 정신병원에서 죽음을 기다리는 운명에 처한다. 영혜가 미친 건지, 주변의 사람들이 미친 건지 누가 100% 완벽하게 판단할 수 있으랴.

갑자기 채식주의자가 된 영혜는 잠꼬대처럼 나무가 되고 싶다고 말한다. 누가 그 말을 제 정신 차린 사람의 말로 알아듣겠는가. 나무는 육식을 하지 않고, 다른 것을 지배하지 않는다. 그저 물과 햇빛과 땅만 있으면 다른 것에 피해를 주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존재다. 그런 삶이 인간 세계에서는, 그리고 모든 동물 세계에서조차 불가능하다. 특히 문명이 발달한 인류사회에서는 자신이 아무리 최소한의 것으로만 생명을 부지하고 싶어도 주변에서 그걸 용납하지 않는다. 소설에서 아버지는 딸의 입에 고기를 강제로 쑤셔 넣는다. 그래야만 딸을 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가부장적인 폭력이 이 시대에도 여전히 정의로, 또는 가족애로 받아들여진다. 그런 기세가 이제 조금씩 숙지고 있긴 해도.

작품성은 둘째 치고 <채식주의자>21세기 오늘 우리에게 전하는 메시지는 그 울림이 크다. 육식성 삶의 행태가 현대 문명의 토대다. 약육강식의 논리가 지금처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시대가 지난 역사에서 또 있었을까? 우주과학자들은 인류가 영원히 생존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라 주장하면서 우주 탐색과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지금의 인류 문화와 삶의 행태를 우주에도 이식시키는 것이라면 나는 거기에 반대다. 그나저나 여전히 숯불구이 돼지목살에 군침이 도는 걸 보니 나는 채식주의자가 되기는 아예 글렀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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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른세계

2016.06.24 09:58:06

제가 한강의 소설을 처음으로 접한 것은

'소년이 온다'라는 작품입니다. 5.18 광주민주화항쟁을 다룬 소설인데

이 책을 읽고 한 3일 동안 정신이 멍~했습니다. 

그 날에 있었던 참혹한 일들을 어찌 그리 담담하고 자세하게 

시적으로 표현을 했는지... 책을 읽고 한동안 후유증이 컸습니다. 

지난 5월 18일에 이 책을 추천할까 하다가 아쉽게 타이밍을 놓쳤습니다. ^^


그리고 나서 올해 초에 채식주의자를 읽었는데 역시나 만만치 않은

충격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나무가 되려고 했던 영애의 모습이

꽤 오랫동안 뇌리에 남아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정신병원에서 사라져 비를 맞으며

서있는 영애의 모습이요. 나무가 되려고 했던 영애의 모습이요.


하나님 나라는 어떤 곳일까요? 비유적인 표현이지만 

이사야 11장에 나오는 것처럼 이리와 어린 양이 뛰노는 곳이겠죠?

아마도 우리가 알지 못하는 신비한 방법으로 모든 것이 연합되고

연결되어 있어서 굳이 우리가 서로 물고 뜯고 싸우지 않아도,

먹고 먹히지 않아도 존재할 수 있는 그런 곳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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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섭

2016.06.24 11:50:33

충분한 세월을 살았고

교회와 신학 세계에서 은퇴해도 좋을 나이가 된 지금

제가 다시 '하나님 나라'에 대해서 관심을 보이게 되었습니다.

'임박한 하나님 나라, 또는 그 통치'를

오늘 여기서 어떻게 인식하고 경험하고 누릴 수 있는지를

이론적으로가 아니라 실제적으로 해명해내야 한다는,

우리 식으로 말해 성령의 요구에 직면한 겁니다.

이사야의 묵시적 환상도 도움이 되겠지요.


영혜가 아니라 영애군요.

나는 사람 이름에 실수를 너무 많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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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른세계

2016.06.24 12:10:10

죄송합니다 목사님~

영혜가 맞네요... 제가 책을 읽은 지가 꽤 되서요...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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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섭

2016.06.24 22:24:15

휴, 다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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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만호

2016.06.25 08:20:03

누구나 채식주의자가 되지는 않더라도 

애완동물로 시작해서 인간과 친근해진 동물, 

동화와 생활속에서 인간의 감정이 이입된 동물들을 

식탁에 올리는 것이, 먹는 이로 하여금 죄책감은 점점도 

심하게 느끼게 하는 세대가 되고 있음을 절감합니다.


육고기를 많이 먹는 사람들이 더 잔인하고 폭력적일까하는 고민이 생깁니다


영혜, 영애, 다시 영혜라는 이름에서 

정목사님의 신학적 엄밀성, 

비본질에 대한 유연성을 떠올리며 

왜 웃음이 나오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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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섭

2016.06.25 09:15:51

왜 웃음이 나오죠? 하는 표현에

많은 의미가 담겨 있네요.

저도 웃음이 납니다.

설교 준비에 바쁜 토요일 아침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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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라

2016.06.25 10:47:44

윤만호님께서 정목사님의 특징을 잘 말씀해 주신 것 같어요.^^

저도 정목사님을 가까이서 멀리서 쭉~ 뵈어 왔지만,

정목사님께서는 기독교신학엔 엄정하시고 치밀하시지만

그 외엔 순진하시리만치 단순하세요.

 

주안

2016.06.25 13:48:32

저는 서너번 뵈었는데..

한 마디로

어린아이 같이 보였어요!

얌전하지만 귀엽고 개구스런면이 있어 보여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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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

2016.06.26 18:29:14

인류의 진화과정에서 육식은 뇌의 크기를 급격하게 키운 가장 큰 공신입니다.

단백질의 섭취가 머리를 키우고 생각을 키우게 되었지요.

지금도 기초대사량의 가장 큰 부분의 소모를 뇌가 담당하고 있습니다.


한강의 소설을 읽지는 않았지만

나무를 너무 순진하게 본것 같군요

식물계도 동물계 못지않게 약육강식과 자연선택이 치열하게 존재하고 있습니다.

옆나무보다 더 커서 옆나무가 햇빛을 못보게하고 자신만 보려고 하는 이기주의적인 나무들을 숲에서 많이 봅니다.

옆나무가 더 커져서 햇볕을 보지 못하여 자라지 못하고 죽어가는 나무들도 많이 있습니다.

옆나무를 타고 올라가서 옆나무의 성장을 막고 죽이기까지 하는 칡넝쿨을 못봤나보군요 한강씨가요

나무 뿌리들이 서로 얽혀서 더 많은 수분을 자신이 뽑아올리기 위해 치열하게 투쟁하고 있기도 하지요.

자연은 비슷합니다. 식물계나 동물계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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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섭

2016.06.26 21:37:57

웃음 님의 독특한, 그러나 정확한 설명을 듣고 보니

그럴 듯하기는 하지만

과학과 문학의 차이는 인정하는 게 좋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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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

2016.06.28 22:04:22

목사님 말씀이 맞습니다. ㅎㅎ

제가 너무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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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팽이

2016.06.28 21:25:38

오늘 아내가 독서모임 한다고 집을 나갔는데

한강의 채식주의자입니다.

저도 옆에서 따라 읽어 보았는데,  간결하면서도 작가의 치열한 삶에 대한 깊이와

성찰을 보게 됩니다.   작가의 분위가 마음에 들어 유트브에서 인터뷰하는 것을 자세히 보았는데

역사와 인간에 대한 고민을 책을 통해 풀어나가는 아주 진지한 모습을 읽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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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섭

2016.06.28 21:27:31

한강 씨 인터뷰가 유튜브에 있군요.

한번 찾아봐야겠습니다.

인문학 공부에 열심인 지리산 부부 농부시군요.

화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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