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4일

기적(1)

지난 3월30일부터 대구샘터교회에서는 수요일 저녁마다 마태복음을 공부하고 있다. 지난 수요일까지 9장을 마쳤다. 산상수훈인 5-7장 이후로 예수님의 활동이 본격적으로 나온다. 8,9장에 기적으로 불릴만한 이야기가 연속적으로 나온다. 8장- 나병환자 치료, 백부장 하인 치료, 베드로의 장모 치료, 풍랑 제어, 축귀/ 9장- 중풍병자 치료, 야이로의 죽은 딸 살림, 12년 혈루증 여인 치료, 시각장애인 치료, 말 못하는 이 치료 등등이다. 다른 복음서에 이와 비슷한 이야기가 많이 나오고, 구약에도 적지 않다. 구약에는 주로 엘리야-엘리사 전승에 많다.

나는 이런 기적에 대한 성서 이야기를 객관적 사실보도로 읽지 않는 게 성서읽기에서 필요하다고 말하는 입장이다. 그게 어떤 이들에게는 불편하게 들린다. 모든 걸 문자적인 사실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기적은 분명히 일어난 게 아니냐고 말이다. 마태복음을 앞으로 더 공부하면서 이런 문제들이 다시 반복될 거 같아서 오는 수요일(7월6일)에는 성경 본문을 공부하지 않고 ‘기적’만 주제로 공부하려고 한다.

여기에 참고도서는 두 권이다. 하나는 J. 그닐카의 <마르코 복음1>(한국신학연구ㅅ)이다. 이 책 283-289쪽에는 ‘부록 9, 예수의 기적과 귀신축출’이 나온다. 참고적으로 이 책의 부록에는 다음과 같은 제목의 글도 나온다. 하느님의 아들, 갈릴래아, 율법학자들, 나병, 세리들, 바리사이파 사람들, 메시야 비밀, 비유론, 레위적인 정결예법.

다른 하나는 알폰스 바이저의 <성경은 무엇을 기적이라고 부르는가?>(분도 출판사)이다. 앞의 책은 신학적으로 더 전문적이고, 뒤의 이 책은 일반 신자들이 읽어도 어렵지 않을 정도다. 그래도 신학적인 깊이는 동일하다. 전문적인 책은 신학 용어를 그대로 사용하는데 비해서 일반 신자들을 위한 책은 그걸 풀어서 사용한다는 차이가 있다. 바이저의 책은 10장까지 있는데, 이번 수요일에는 1장 ‘기적이란 무엇인가?’ 중에서 4번 ‘건너기 어려운 격절(隔絶)의 골짜기?’를 공부하겠다. 자연과학의 세례를 받은 현대인들과 고대 성서시대 사람들이 기록한 기적 이야기 사이에 놓인 깊은 수렁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는가, 하는 질문이 여기서 핵심 주제다.

성서의 기적 문제는 기본적으로 성서텍스트의 해석에 달려 있다. 문자는 어떤 사건 자체가 아니라 사건을 가리킬 뿐이다. 문자가 중요한 게 아니라 그게 가리키는 대상, 또는 경험이 중요하다. 그래서 신학교에서 ‘성서해석학’, 또는 ‘신학해석학’을 다룬다. 대구성서아카데미는 인문학적 성서해석을 추구한다. 15년 전 처음 아카데미가 시작될 때부터 이런 방향을 분명히 했다. 앞으로 일주일 동안 성서의 기적 문제를 설명하겠다. 위에서 언급한 두 책을 중심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