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4)

Views 1291 Votes 0 2016.07.07 21:4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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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4)

 

성경은 주변세계이 이교적 통념과 마찬가지로 자연법칙에 어긋나느냐?’ 따위의 문제는 제기하지 않는다. 그들은 근대적인 자연법칙성에 관한 개념을 몰랐으니 그런 문제는 아예 제기할 수 없었던 것이다. 한편 성경은 모든사건을 하나님의 활동 및 보살핌의 접근과 관련시켜서 관찰한다. 물론 많건 적건 하나님의 활동을 나타내는 뚜렷한 표징이 있기 마련이다. 성경의 기적신앙은 하나님에게는 불가능한 일이 없다.’는 확신으로 정립되는 게 아니다. 그보다 하나님께서는 사람들의 구원을 바라시고, 실제로 그것을 실현시킬 수 있고 또한 궁극의 완전한 상태에 이르게 하실 것이라고 성경의 기적신앙은 고백하는 것이다. 기적은 하나님의 그런 구원활동의 표정이다. (봐이저, 25)

성서에 보고된 기적들은 무엇인가를 가리키며 사람들의 주의를 환기시킬 뿐, 아무 것도 증명하지는 않는다. (봐이저, 41)

요한이 이렇게 하여 도달한 결론인즉, 나사로의 소생은 언젠가 한번 이 세상 어떤 구석에서 어느 한 개인에게 미상불 특별한 이유로 일어난 사건이라고 이해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런 해석을 넘어 그는 그의 극적인 묘사를 통해서 우리 각자에게 다그치듯 다음과 같은 물음을 던지고 있다. 여러분은 여러분 자신만을 신뢰하여 자기 힘으로 여러분의 존재를 완전하게 만들 수 있다고 믿는가, 아니면 교회가 그분은 부활이요 생명이라고 고백하는 바로 그분에게 오히려 여러분의 희망을 걸고 싶지 않은가? (봐이저, 151)

 

기적 이야기를 할 때 위에서 봐이저가 짚은 것처럼 세상을 창조하신 하나님이 모든 것을 할 수 있으니 예수님이 기적을 행하셨다는 성서의 진술은 사실 그대로 옳은 거 아니냐, 하고 주장하는 이들이 많다. 그런 식으로 말하기 시작하면 기독교 신앙은 점점 더 미궁으로 빠져든다. 이 세상에 끔찍한 불행이 반복되는 책임도 결국 하나님에게로 돌아간다. 예수님이 굳이 십자가를 지는 방식이 아니라 기적의 능력으로 인간을 구원하셔야만 했다. 그런 요청을 당시 로마 군인들과 예수님 옆에서 십자가에 달린 한 죄수에게서도 들을 수 있다. 하나님의 전능은 모든 것을 다 할 수 있다는 게 아니라 인간의 생각을 뛰어넘는다는 뜻이다. 판넨베르크의 표현을 빌리면 세상의 우연성이 바로 하나님의 전능을 가리킨다.

더 중요한 것은 성서의 기적에 대해서 말하는 성서기자들 스스로 기적 자체를 전하려고 한 게 아니었다는 사실이다. 만약 우리가 지금 이해할 수 없는 것이라 하더라도 성서기자들이 전하려 한 것이 바로 기적 자체였다면 우리는 당연히 그걸 사실로 믿어야 한다. 성서 기자들은 하나님의 구원 은총, 해방 능력에 관심이 있었다. 그것을 전하기 위해서 당시 사람들의 세계관에서 자연스러운 현상이었던 기적 이야기를 한 것이다.

다음의 질문들이 가능하다. 기적 이야기가 사실이 아니라면 성경에 나오는 다른 이야기도 사실로 인정하지 말아야 하나? 성경은 명백한 사실이 아니니 그 신학적 의미만 찾으면 되는가? 신학을 전공하지 않은 일반 신자들은 어떻게 성경을 읽어야 하나? 신학자들도 서로 다른 입장에서 말하는데, 그렇다면 누구의 말이 옳은지 어떻게 알 수 있나? 기적 이야기를 그냥 순수하게 문자적으로 믿으면 정말 안 되나? 문자적인 차원에서 사실로 믿으면서 그것의 신앙적 의미를 찾는 것이 더 신앙적인 성서읽기가 아닌가? 이런 질문이 간단하게 대답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정치에서도 극우 보수에서 극좌 진보까지 스펙트럼이 넓은 것처럼 신학도 각양각색이다. 극우에서 보면 중도도 좌로 보인다. 한국교회의 신앙이 한쪽으로 치우쳤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고 기적에 대한 입장도 판단하는 게 좋다.


신마적

2016.07.08 00:20:10

교수님 문득 생각이 드는게 그러면 예수님의 부활과 승천은 어떻게 해석이 가능한가요? 판넨베르크는 제가 알기로는 예수의 부활의 역사성을 실제로도 증명이 가능하다고 주장을 한걸로 알고 있는데요. 바르트는 그러한 시도들 자체가 무의미하다고 한거같고 불트만은 그걸 실존주의적인 해석으로 받아들이려고 한걸로 알고 있고요... 또 예수의 동정녀 탄생같은 것도 마찬가지 이겠네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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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섭

2016.07.08 22:05:40

부활과 승천은 똑같은 사건에 대한 다른 표현입니다.

일단 그걸 전제하고요.

판넨베르크가 말하는 역사라는 건

실증적인 역사, 연대기적인 역사가 아니라

보편사적 역사입니다.

부활은 보편사의 차원에서 역사적 사건이라는 건데요.

판넨베르크가 부활을 역사적 사건이라고 말한 것은

성서기자들의 부활에 대한 증언에 신빙성을 두고 있기 때문이에요.

다른 기적들은 예수 그리스도를 알리기 위한 징표지만

부활은 그것 자체가 예수 사건인 거지요.

그 부활을 신문 보도처럼 증명할 수 있다는 건 아니에요.

종말론적인 사건이니까

지금은 선취된 그분의 부활을

기독교인들이 증명해나가야겠지요.

이를 위해서는 신학만이 아니라 과학과 철학에 이르는

전반적인 해석학적 토대가 필요합니다.

공연히 복잡하게 설명했네요.

동정녀 사건은 부활과는 전혀 다른 차원의 이야기입니다.

부활의 빛에서 동정녀 사건이 이해되는 것이지

동정녀 사건 자체가 의미가 있는 건 아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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