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21일
빼앗기지 않는 것
예수는 마리아가 좋은 것 한 가지를 택했으니 빼앗기지 않으리라고 말씀하셨다(눅 10:42). 마리아가 예수를 독차지 한다는 말은 물론 아니다. 예수와의 관계에 집중하는 마리아의 삶이 그 무엇으로도 방해를 받지 않을 수 있다는 말이다.
사람이 열정을 기울여 얻으려는 것들은 대개가 다시 남에게 빼앗길 수 있는 것들이다. 돈은 두 말 할 것도 없다. 돈을 많이 가진 사람은 그걸 지키려고 애를 써야 한다. 애를 쓴다는 것은 염려하고 걱정한다는 뜻이다. 돈만이 아니라 권력도 그렇고, 지식도 그렇고, 젊음과 외모도 다 빼앗길 수 있는 것들이다. 상투적인 표현이지만 이 세상의 것들은 다 잠정적이다. 이런 것에 자신의 영혼을 맡긴다면 그 결과는 뻔하다.
사람들은 왜 이런 것에 매달리는 것일까? 삶을 그런 것에서만 경험하기 때문이다. 목회도 그렇다. 교회 성장에서만 목회의 의미를 경험하기 때문에 거기에 매달린다. 그렇게 매달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 이해는 간다. 교회 설립 5년 만에 1천명의 교인이 모이는 교회가 되었다면 담임 목사는 즐거운 비명을 지를 것이다. 그 목사는 더 큰 꿈을 키운다. 기업 논리를 그대로 따라서 교회 확장에 모든 에너지를 쏟는다. 그런 일이 재미있으니까 그런 일을 계속할 수밖에 없다. 그런 것들은 빼앗길 수밖에 없는 것들이다.
우리의 삶의 영역에서 빼앗기지 않을 것들이 구체적으로 무엇인가? 숨 쉬고 하늘을 보고 어느 누구를 사랑하는 것들은 빼앗길 수 없는 것들이다. 돈이 없어도 가능한 것들을 가리킨다. 궁극적으로는 하나님과의 관계에서 얻을 수 있는 것들이 바로 그것이다. 마리아는 예수 발치에 앉아서 그것을 얻었다.
빼앗기지 않고 할 수 있는 것들들 끄적 끄적~
하늘 바라보기, 산책하기, 의자에 앉아서 생각하기/멍 때리기, 비오는 날 흙 냄새 맡기, 공원 꽃 구경하기
친구 도와 주기, 친구 위로하기,
가족 안아주기, 사랑한다고 말하기, 격려하기,
책 읽기, 성경 읽고 묵상하고 상상하기, 기도하기
청소하기, 그림 그리기, 운동하기
빼앗기지 않고 할 수 있는 것들 쓰다보니, 많네요. 그런데 저는 왜 자꾸 빼앗길 것에 관심을 더 보일까요?
목사님 말씀처럼, 그런 것들에서만 삶을 경험해서 그런가 봅니다. 그리고 항상 제 자신에게 집중하고 있어서 그런 것 같아요. ^^
마리아와 마르다 이야기는 우리들에게도 참 생각거리를 많이 주는 것 같아요.
아주 오래전에 교회식당에서 점심준비하시던 권사님께서 좀 골이 나셨던 것 같아요.
방금 함께 일하시던 권사님 집사님들이 예배당으로 들어가셨거든요.
그러니 어리버리 청년하고 식사 준비하시는 게 벅차기도 하셨겠지만..
혼잣말로 그러시더라구요."누군 마르다가 되고 싶어서 하나?"
그 말씀은, 그 전 주에 목사님께서 마리아와 마르다를 예배참석과 주방일로 비유하셨었거든요.
그러니 다른 분들은 명분있게 예배실로 들어가신 거고 그 권사님은 속이 상하셔셔..ㅎ
그 후로 이 성경구절은 저한테 더 난해해져버렸어요.
여자들은 때 되면 당연히 식사준비하게 되는데,
왜 그 일을 질책하셨을까? 저 같아도 마리아야, 나 좀 도와도고.. 그랬을것 같은데..
이렇게 풀리지 않는 숙제였어요.
그러다 저도 "빼앗기지 않는 한 가지 일"에 주목하기 시작했어요.
결론은 저도..
'빼앗기지 않는 한 가지 일' 집중하자 입니다.
예수님도 그 한 가지 일 때문에 오셨다.. 라고 하셨으니까요.
그런데, 그 빼앗기지 않는 한 가지 일,
그것이 과연 뭐래요?
참 우문이죠? 여태껏 내가 그렇게 말했건만, 못 알아들었단 말이요? 하시겠지만..
목사님, 전 아직도 '그 빼앗기지 않는 한 가지 일"이 묘연하네요.
구체성 말이어요.
우리 사회가 교육이 추구하고 가치를 두고 있는 것들이 돈, 권력, 교육, 외모라서, 다른 건 잘 보이지가 않네요. 획일화된 가치들... 그 가치를 성취하지 못해 패배자로 살거나, 성취했다고 갑질을 하거나, 계급을 논하거나...... 우리 사회는 마치 약육강식의 밀림과 다를 바 없는 것같습니다.
염려와 걱정, 그것이 만드는 긴장에서 완전한 자유를 얻는 길로, 마리아처럼 매일 매일 예수님 발치에 나가지 않고는 버티기 힘든 세상인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