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6일
맥주
이렇게 더운 날이 계속될 때는 수분 섭취가 필요하다. 그냥 맹물을 마시기는 좀 그렇고, 수박으로 채우려면 배가 너무 부르고, 맥주가 괜찮아 보인다. 테니스장에 다녀온 뒤의 맥주는 온몸을 해갈시켜주기에 맞춤하다.
근데 문제는 국산 맥주 맛이다. 너무 싱겁다. 뒷맛이 맹물보다 못하다. 우리나라가 다른 건 잘 만들지만 맥주는 형편없다. 얼마 전 대구에서 치맥 축제를 열었다고 하는데, 국산 맥주를 사용했다면 별로 호응을 얻지 못했을 것이다. 맥주를 마시는 데 치킨이 왜 필요한지 나는 잘 모르겠다. 치킨을 먹기 위해서 맥주를 마신다면 말이 된다. 중국 맥주 칭타오, 일본 맥주 아사이나 산토리에 훨씬 못 미친다. 북한의 대동강 맥주도 괜찮다는 말을 듣긴 했다.
내가 마셔본 국산 맥주로는 제일 맛없는 게 카스, 다음에 하이트, 다음에 클라우드다. 대충 그렇다. 며칠 전에 냉장고를 열다보니 체코 맥주 Pilsner Urquell 한 병이 놓여 있는 걸 보고, 웬 떡이냐 하고 얼른 병마개를 따서 마셨다. 330ml 작은 병이었다. ‘음, 이 맛이야.’ 맥주 맛을 아는 사람은 아마 국산 맥주를 마시지 못할 것이다. 맛도 없는데다가 비싸기는 오죽이나 비싼가. 유럽에 비해서 최소한 두 배다.
마틴 루터는 매일 맥주 2천씨씨를 마셨다. 나는 배가 불러서 마시고 싶어도 마시지 못할 양이다. 그의 표현을 빌리면, 악마들과 싸우려면 알코올 기운을 빌리지 않으면 안 되었을 것이다. 동료와 후학들에게도 맥주 좀 많이 마시라고 조언했다. 독일 지하수는 석회석이 많이 들어 그냥 마시기 어렵다. 그가 그렇게 맥주를 많이 마실 수 있었던 이유는 수녀였다가 루터의 설교를 듣고 환속하여 나중에 루터의 부인이 된 여자의 처가가 양조장이라서 이 여자가 남편을 위해 맥주를 직접 제조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말년에 루터의 거대한 몸집은 맥주 때문이 아니겠는가.
캬~
교수님 글이 더 맛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