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11일
하나님 말씀과 창조
세상이 하나님의 말씀으로 만들어졌다는 어제 묵상 구절을 좀더 자세하게 알려면 하나님의 ‘말씀’이 무엇이냐를 알아야 한다. 보통은 성경이라고 생각하겠지만, 그렇게만 말하면 충분하지 않다. 가장 단순하게 생각해보자. 하나님은 사람처럼 문자나 말을 사용하는 분이 아니다. 하나님이 성경을 직접 기록한 것도 아니고, 어떤 성서기자를 불러서 기록하라고 문자를 그대로 구술한 것도 아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성서 기자들이 하나님의 말씀이라고 표현한 이유는 거기에 하나님의 뜻이 들어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성서의 문자 자체가 아니라 문자가 가리키는 하나님의 통치가 중요하다.
하나님의 말씀은 곧 하나님의 통치다. 하나님은 능력으로 세상을 통치한다. 하나님의 통치 능력이 하나님의 말씀이라는 말이다. 하나님의 말씀이 무엇이냐를 알기 위해서는 하나님의 통치 능력이 무엇이냐를 알아야 한다. 세상을 존재하게 하는 능력이 바로 그것이다. 이런 점에서 하나님의 말씀에 의해서 세상이 만들어졌다는 히브리서 기자의 진술은 옳다.
하나님의 ‘말씀’에서 그 말씀은 헬라어 ‘레마’의 번역이다. 레마는 로고스와 비슷한 뜻이다. 히브리서 기자는 두 단어를 다 사용한다. 요 1:1을 보자. ‘태초에 말씀이 계시니라. 이 말씀이 하나님과 함께 계셨으니 이 말씀은 곧 하나님이시니라.’ 여기에 반복되는 ‘말씀’은 로고스의 번역이다. 로고스는 플라톤 철학을 관통하는 개념이 이데아인 것처럼 스토아 철학을 관통하는 개념이다. 스토아 철학에서 로고스는 세계가 조화롭게 운행되게 하는 능력으로 받아들여졌다. 히브리서 기자가 말하는 하나님의 ‘말씀’을 단순히 문자로서의 성경으로 볼 게 아니라 세계를 가능하게 하는 원천적 능력으로 봐야 한다. 그게 이성일 수도 있고, 논리일 수도 있고, 존재일 수도 있고, 도일 수도 있다. 그게 다 하나님의 능력이다.
말씀 = 하나님의 통치 = 레마, 로고스, 이성, 논리, 존재, 도
기독교가 철학자와 과학자와 대화 할 수 있는 접점이 되는 개념이네요. ^^
이제 조금이나마 하나님에 대한 개념이 확장 된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