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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27일
기차 건널목 앞에서
우리 집이 있는 원당리로 들어오려면 2킬로 전방에 있는 기차건널목을 지나야 한다. 나갈 때도 거길 지나야 한다. 열 번 정도를 지나면 두 번 정도는 멈추게 된다. 정확하게는 모르겠는데, 그런 정도의 비율로 기차를 만난다. 시간이 급할 때는 제발 기차를 만나지 않기를 속으로 바란다. 경우에 따라서 약간 씩 차이가 있긴 한데, 대략 1분30초 정도 거기서 지체하게 된다. 시간이 넉넉할 때는 그 기다리는 순간을 즐긴다. 특히 밤 시간이 더 그렇다.
어둠 짙은 시간에 차단기가 내려진 기차건널목 앞에서 나는 삶의 신비를 종종 경험한다. 차단기에는 반짝 거리며 빛나는 붉은 경광등이 몇 개 박혀 있다. 멀리서도 잘 보인다. 조심하라는 알람소리도 들린다. 불빛이 밝은 객차가 덜커덩 거리면서 획 지난다. 기차가 지나는 순간은 아주 짧지만 나는 거기 앉아 있는 승객들을 볼 수 있다. 그들 중의 어떤 이는 건널목 앞에서 기차가 지나기를 기다리는 내 차를 볼 것이다. 각자 다 사연을 안고 각자의 길을 가다가 이렇게 기차건널목에서 아주 짧은 순간을 스친 것이다. 기차가 지나면 차단기는 자동으로 올라가고 경광등도 꺼지고 알람도 사라지고, 그리고 나는 차를 몰아 건널목을 지난다. 우리의 모든 만남과 헤어짐도 궁극적으로는 이와 같지 않을는지. 유성이 흐르듯 아주 짧은 순간에 스치듯이 만났다 헤어지는 것이 아닐는지. 그러기에 더 소중하겠지.
기차건널목, 차단기, 승용차, 기차안 사람들, 불빛..
마치 영화의 한 장면이 연상됩니다.
연출자는 키에롭스키,
영화<십계>의 해석이 참 좋았던 걸로 기억되서 그런지,
저 모티브로 <십계>로 재탄생할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가끔 신호등을 마주한 도로에서 앞쪽에서 오는 사람과 어깨를 스칠때가 있습니다.
잰 걸음으로 걷다 문득 만남이란 이런거고 헤어짐도 이런 거 아닌가 싶을때가 있어요.
살짝 스치고 지나가는 것처럼.. 만남도 헤어짐도 머무르지 않는다고요.
그래서 집착할 필요가 없다고..
그런데 역설적이게도 ..그러니까 더욱 그 만남과 헤어짐이 소중하다.. 라는 말씀이 옳다고 생각됩니다.
창밖의 석양이 눈을 뗄수 없을만큼 황홀하네요.
곧 어둠이 내리겠지요.
자연과의 만남도 스치듯한 인연 맞는 것 같습니다.
목사님, 묵상에 오늘은 제가 필을 단단히 받은 것 같습니다.^^
감동이 팽 돌아서 그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