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6일
똥통을 치우며...
며칠 전 9월20일까지 정화조 청소하라는 공문 엽서를 영천시 위생과로부터 받았다. 온라인 천지에서 엽서를 받으니 정겨웠다. 어제(9월5일) 오전에 거기 적힌 대행 회사에 전화를 했다. 전화 받는 태도가 무뚝뚝하기 그지없다. 독점 사업이라 그런가, 하고 그냥 용건만 말했다.
오늘 오후에 정화조 청소 됩니까?
오늘은 안 됩니다.
그럼 내일 와주세요.
거기 주소를 대세요.
북안면 대원당길 111입니다. 그런데 사정이 있어서 그러니 내일 오전 9시 지난 시간에 와주세요.
알았심다.
9시 이후를 말한 이유는 그렇게 일러두지 않으면 꼭두새벽에 오기 때문이다. 그런 일이 몇 번 있었다. 오늘(6일) 12시에 똥차가 왔다. 기사를 보니 몇 번 본 얼굴이다. 정화조 뚜껑을 열었다. 하루살인지 뭔지 아주 작은 날파리가 득실거린다. 자기들 세계가 침입 받았으니 놀라지 않겠는가. ‘양이 좀 많네요.’ 한다. ‘그래요? 일 년 만에 그렇게 찼어요?’ 공기압축 방식으로 똥을 수거하는 동안에 나는 옆에서 잡풀을 뽑았다. ‘이제 다 됐습니다.’ 얼마죠? 3만원입니다. 자, 여기 있습니다. 여기 주소 도로명으로 불러주세요. '대원당길 백십일입니다. 영수증 주세요. 수고하셨습니다. 내년에 또 뵙겠습니다.'
내가 어릴 때는 대부분의 집에 재래식 변소가 있었다. 거기서 큰일 처리하는 것도 상당한 기술을 필요로 했다. 똥 푸는 사람들이 주기적으로 동네에 들어와서 ‘똥 퍼요!’ 하고 외쳤다. 긴 막대에 달린 바가지로 일일이 퍼서 큰 통에 담아 지게로 지고 갔다. 똥물이 마당과 동네 길에 조금씩 흔적을 남기는 건 당연했다. 고운 치마를 입은 아낙네들은 질겁했다.
당시에 똥은 우리의 현실이었다. 이제 똥은 우리의 삶에서 은폐되고 말았다. 먹는 건 그렇게 알뜰살뜰 살피면서 똥은 외면한다. 죽음을 외면하듯이.
ㅎㅎㅎㅎ
참 재밌는 일상입니다.
똥물 풀때 냄새가 징하게 났을텐데.. 어떻게 그 옆에서 태연하게 잡풀을 뽑을수가 있어요?
요즘엔 압축방식으로 해서 냄새가 나지 않는가요? ㅎㅎ
죄송, 읽으면서 넘 웃겨서 배꼽잡고 웃었어요..ㅋㅋ
일년에 한번 저희는 이 일상을 읽을수 있는 거네요? ㅎ
웃다가 마지막 글에서 웃음을 멈추고 잠시 생각에 잠깁니다.
옛날에는 똥이 우리의 현실이었는데, 지금은 우리 삶에서 외면 당하는 똥!
그런데 사실 저는 똥을 외면하진 않아요. 가족들 똥을 다 검사를 하죠.
왜냐면 건강의 증표니까요..
아이들과 전화할때, 종종 똥의 색깔이나 굵기 모양등을 묻기도 해요..
아이들은 귀챦아 하면서도 자세히 설명해주곤 하죠.ㅋ
제가 목사님 글의 겉만 본건지.. 모르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