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13일
지진
어제(9월12일) 저녁에 경주 인근에서 5.8 강도의 지진이 발생했다. 진원지는 내가 사는 영천에서 아주 가까운 곳이다. 당시 나는 테니스 동호회원 몇몇과 함께 운동 후 밥을 먹고 있었다. 묵직하게 우르릉 쾅쾅 하는 소리와 함께 식당이 크게 흔들렸다. 종업원을 비롯해서 손님들도 다 놀라 했다. 영천 토박이 회원도 이런 정도의 지진은 난생 처음이라고 했다.
집에 돌아와 ‘다시보기’로 JTBC 뉴스를 보니 지진관측 이래로 가장 강력한 지진이었다고 한다. 집안에 있던 딸들과 아내도 크게 놀란 듯하다. 안심시키는 말로 이렇게 설명했다. 영천은 지질학적으로 암반이 받치고 있어서 지진이 일어나도 크게 위험하지 않다고 말이다. 그리고 우리 집 주변에는 대나무가 많아서 땅이 갈라질 염려도 없다고 했다. 실제로 우리 마을 이장에게서 그런 말을 들었다. 대나무 뿌리가 얼마나 강한지 지진에도 끄떡없다는 것이다. 여진이 어젯밤에도 계속되었고, 오늘 오전에도 산발적으로 계속되었다. 그래도 큰 재난으로 이어지지 않은 게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지진 없는 지구를 나는 상상할 수 없다. 지진이 일어난다는 것은 지구가 여전히 살아있다는 의미다. 지진을 불러오는 지구의 판 운동이 정지되면 지구의 생태 균형은 결국 무너진다. 지진으로 인해서 벌어지는 재난은 우리가 최선으로 방어하는 게 필요하지만, 지진 자체를 못마땅해 할 필요는 없다. 지진은 화산이나 태풍처럼 사납지만 우리가 기대서 살아야 할 지구의 원래 주인이다. 고대 유대인들은 그런 현상을 하나님의 임재로 받아들였다.
serenity 뚜벅이 주안 님,
제가 사는 이곳 영천 원당에는
지금도 여진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조금 전 저녁밥 먹기 전에 한번,
밥 먹고 난 뒤에 한번 그걸 느낄 수 있었습니다.
따지고 보면 지구는 어마어마한 속도로 자전과 공전을 하고 있는 별이라서
지구에 몸을 싣고 있는 우리가 안정감을 느끼는 거 자체가 기적이라면 기적이고,
행운이라면 행운이지요.
실존적으로 보면 삶 자체가 늘 지진을 알고 사는 거나 마찬가지입니다.
폴 틸리히의 설교집 제목처럼
우리의 실존이 '흔들리는 터전'인 거지요.
그러니 비관적으로 살자는 게 아니라
매 순간을 절정의 기쁨으로 살아야 한다는 뜻입니다.
자, 지금은 모두 즐거운 추석의 축제 속으로!
목사님 얘길 듣고 나니 휴!~~~ 좀 안심입니다.
우리가 기대서 살아야 할 지구의 원래 주인이라니...
놀라운 지식을 얻었습니다. 얼마나 놀라셨을까!!
상상이 가지 않습니다.
지진에도 꺼득없는 대나무 영천은 천해요새군요.
그 곳으로 이사를 가야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