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17일
여행을 준비하며...
9월19일 오후 2시35분 인천공항에서 프랑크푸르트 공항으로 가는 루프트한자 LH713 항공기를 탈 예정이다. 대략 10시간 쯤 걸린다. 거기서 독일 국내선으로 갈아타고 베를린에 도착하는 시간은 그쪽 시간으로 밤 10시25분이다. 우리와 7시간 차이가 나니까 우리 시간으로는 다음날 새벽 5시25분이다. 월요일 아침 8시30분에 신경주 역에서 인천공항으로 가는 케이티엑스를 타야 하는데, 우리 집에서 신경주 역까지 25분 정도 걸리니 콜택시를 최소한 7시50분에는 타야한다. 대충 아침 8시에 집을 떠나 다음날 새벽 5시 반에 베를린에 도착하는 긴 여정이다.
기차표와 비행기 표는 끊었다. 베를린에서 15일 동안 묵을 방도 계약을 했다. 렌트카도 인터넷으로 빌렸다. 29일 동안 사용하는 거로 해서 내비 포함 991,480원이다. 차종에 따라서 가격은 천차만별이다. 비행기 요금은 대략 두 사람 왕복으로 2백50만원 여, 방값은 15일 계산으로 1백20만원 여다. 이제 다른 지역을 다닐 때 필요한 숙박비와 연주회나 박물관 입장료와 소소한 쇼핑에 필요한 금액만 합하면 전체 계산이 나올 것이다. 경비가 만만치는 않다. 불편을 감수하면 경비를 대폭 줄일 수 있긴 하다. 부부 해외여행을 계획하고 있는 분들에게 참고가 되었으면 한다.
나는 1983년 9월부터 1985년 9월까지 신학공부를 위해 독일 쾰른과 뮌스터에 있었다. 쾰른에서는 아내와 함께 있었는데, 아내가 먼저 졸업하고 돌아간 뒤에 혼자 뮌스터로 갔다가 학위를 마칠 자신이 없어서 짐을 싸서 돌아와 1986년부터 현풍제일교회를 개척해서 목회에 전념했다. 1997년에는 현풍제일교회 안식월 휴가로 혼자 한 달간 유럽 여행을 다녀왔다. 2000년 4월부터 2001년 2월까지 안식년으로 (실제로는 교회 사표를 내고 무작정 떠남) 아내와 두 딸과 함께 베를린에 머물렀다. 그때 나이가 40대 후반, 비교적 젊은 나이라 여러 곳을 쏘다녔다. 그리고 이제 얼마 있지 않으면 은퇴할 나이가 된 지금 15년 만에 아내와 둘이 아주 단출하게 안식월 휴가를 다녀오게 되었다.
크게 기대를 거는 여행은 아니다. 젊은 사람들처럼 여러 곳을 구경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여행은 삶의 충전에 필요하다고 말하는데, 나는 충전할 게 따로 없다. 더 크게는 지금 이미 지구라는 별에 여행을 왔으니, 같은 지구에서 약간 다른 곳에 간다 해도 별 다를 게 없다는 것을 안다. 집을 나서면 어쨌든지 고생이다. 다만 이런저런 이유로 기회가 닿아서 아내와 함께 산보를 다녀온다는 심정으로 떠난다. 다른 한편으로 한 달 동안 거기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에 대한 호기심이 없는 건 아니다. 그 이야기를 다비안들에게 종종 전하겠다. 기대하시라.
한 달 동안 어떻게 보낼 건지에 대해서 큰 틀만 설명하겠다. 처음 15일은 무조건 베를린에서 보낸다. 거기서 가까운 포츠담이나 루터 도시 비텐베르크는 방문할 계획이다. 베를린은 15년 전에 1년 동안 살던 곳이라서 추억 여행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여러 곳의 크고 작은 오래된 교회당, 시내 곳곳의 공동묘지, 음악 연주회장(아내가 특히 기대한다.), 크고 작은 벼룩시장, 재래 장터, 소시민들이 드나드는 간이식당과 호프집과 피자집 등등을 다니다보면 15일이 금방 지나지 않겠는가.
나머지 15일은 독일 국경선을 따라서 한 바퀴 돌 생각이다. 독일을 크게 벗어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이탈리아 로마, 프랑스 파리, 스페인 바르셀로나 체코 프라하에는 갈 생각이 없다. 독일은 동유럽과 서유럽 중간에 있다. 여러 나라와 국경선을 맞대고 있다. 동쪽으로는 폴란드와 체코, 남쪽으로는 오스트리아와 스위스, 서쪽으로는 프랑스와 벨기에와 네덜란드, 북쪽으로는 덴마크와 접한다. 전체 국경선을 다 돌 수는 없다. 동쪽에서 시작해서 남쪽을 거쳐서 서쪽까지만 가야겠다. 동쪽부터 국경에 가까운 독일의 큰 도시만 적으면 다음과 같다. 드레스덴, 뮌헨, 바젤(스위스, 칼 바르트가 교수로 활동한 곳), 스트라스부르(프랑스, 이곳은 내가 꼭 가보고 싶은 곳이다.), 쾰른, 뮌스터. 편의상 큰 도시 이름을 적었지만 실제로 묵을 곳은 대부분 근처의 작은 마을이다. 요즘은 인터넷으로 모든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어서 숙소 잡기에 큰 어려움이 없다. 다시 베를린으로 돌아와 10월19일 테겔 공항에서 오후 2시에 탑승해, 뮌헨에서 환승하면 다음 날 20일 아침 9시30분 인천공항에 도착한다.
이렇게 말하다보니 벌써 여행을 끝내고 집에 돌아온 기분이다. 마음을 정리하고 이제 내일 드릴 예배 준비의 마무리나 해야겠다.
잘 다녀오십시오...
돌아오신 후, 독일 간이식당과 호프집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아무래도 뵙고 이야기를 들어야 할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두 분이 건강하게 여행하는 시간이 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