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20일 오전
어제 영천 집을 아침 7시50분에 떠나 김포공항에서 오후 2시30분 발 루프트한자 비행기를 타고 프랑크푸트에 도착한 시간은 여기 시간으로 저녁 6시반입니다. 9시15분 발 루프트한자 국내선을 타고 베를린에 내려서 짐을 찾아 픽업 온 사람의 차를 타고 집에 도착하니 밤 11시가 훌쩍 넘었습니다. 픽업 온 사람이 출구에서 YONGSUB, JUNG를 적은 팻말을 들고 서 있네요. 40살 언저리의 남잡니다. 영어와 독일어 섞어가며 15분만에 Graf-Haeselerstrasse 14 앞에 당도했습니다.(저 주소를 구글지도로 찾아 들어가면 그 언저리에서 오가는 저희 부부를 볼 수 있을 겁니다.)
제가 15일 동안 머물 이곳은 서민들이 사는 변두리의 15평 쯤 되는 아파트입니다. 겉에서는 허술한데 안에 들어가면 모든 게 실용적이고 튼튼하게 잘 되어있습니다. 독일 창호는 세계적으로 알아주는 거구요. 바-형식으로 된 주방도 편하게 되어 있습니다. 다 좋은 게 한 가지 흠은 여행객 숙소로 꾸며서 그런지 몰라도 식탁과 책상이 없다는 겁니다. 노트북 올려놓을 자리가 마땅치 않아서 티비 탁자를 옮겨놓고 사용하고 있습니다.
오늘 아침에 6시쯤 일어났습니다. 한국으로는 이미 오후 1시가 되었으니 잠이 올 리가 없지요. 그러니까 3-4시간 쯤 잤나봅니다. 한국에서는 제가 2층 서재에서 설교 준비고 하고, 잠까지 자다가 여기서 집사람과 같은 침대를 사용하다보니 깊이 잠들기 힘듭니다. 나는 잠귀가 밝거든요. 사람마다 잠들었을 때의 습관이 다 다릅니다. 죽은 듯이 자는 사람도 있고, 표시를 내는 사람도 있어요. 찡그리는 사람도 있고, 편안한 모습을 하는 사람도 있고, 숨소리만 들리는 사람도 있고, 이상한 소리를 내는 사람도 있어요. 집사람은 내가 옆에 있어도 하나도 불편하지 않다고 하네요.
먼저 일어나서 빵을 사러갈까 하다가 라면을 하나 끓여서 먹으려고 하니 집사람이 ‘라면 냄새가 나네.’ 하면서 나왔습니다. 아내를 우대하려면 내가 끓인 거를 먼저 주고 나는 다시 끓여먹어야 하는데, 그 생각을 미처 못 하고 ‘당신도 먹으려면 끓어먹어요.’ 했습니다. 컵 라면을 끊이네요. 둘 다 먹고 식당 수납장에 있는 독일 차를 한잔씩 마셨습니다. 물론 제가 끓였어요. 칭찬해주세요. 이제 천천히 나가서 계약해 놓은 차(폭스바겐 골프)를 찾아야 하고, 앞으로 15일 동안 먹을 거를 장만하러 슈퍼마켓에 가야합니다.
날씨는 흐렸습니다. 써늘합니다. 저는 이런 날씨도 좋습니다. 옆이 테겔 공항이라 주기적으로 비행기 이착륙 소리가 들립니다. 그래도 창호가 좋아서 크게 거스르지는 않네요. 인터넷은 정말 느립니다. 느긋한 마음으로 대하지 않으면 속이 뒤집어질 겁니다. 원당만 해도 지난 연초에 광케이블이 깔렸는데, 여기는 전혀 아닌가 봅니다. 오늘 아침 베란다에 나가서 찍은 정원 사진 몇 장 붙입니다.
나즈막한 아파트와 주변에 나무들이 잘 어우러진 풍경이 정겹게 느껴지네요.
아마도 그곳 날씨는 현재 국내 기온과 비슷한것 같아요.
오늘아침은 제법 가을다운 쌀쌀한 날씨였거든요.
사모님과 재미있는 소꼽놀이 하는것 같아 미소가 절로 지어집니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