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21일
여기 시간으로 9월21일 아침 7시가 가까워옵니다. 6시부터 테겔 공항 비행기 뜨는 소리가 반복해서 나네요. 거실 대형 창문을 통해 잿빛 구름을 뚫고 날아오르는 비행기 모습도 모입니다. 구름 사이 너머로는 밝은 빛 비행 흔적을 내며 나는 전투기 모습도 모입니다. 이제 날은 다 밝았습니다.
어제는 2000년 일년 동안 살던 동네에 갔습니다. 큰딸이 고1, 작은딸이 초4년, 제가 마흔 일곱, 집사람이 마흔둘이었지요. 모든 게 그대로였습니다. 건물, 나무, 상점, 도로 등이요. 아주 가까운 주유소 ‘아랄’도 그대로였어요. 나무들은 16년 동안 제법 자랐겠지요. 앞으로 다시 이런 정도의 세월이 흐르면 저는 80이 되겠군요. 그러나 나무와 도시는 그대로겠지요.
집을 떠난 지 며칠 되지 않았는데도 빨리 돌아가고 싶은 생각이 굴뚝같습니다. 여기 있으나 집에 있으나 사람이 먹고 마시고 말하고 씻고, 보고 듣고 하는 게 다 똑같잖아요. 다만 여기서는 이국적인 풍광을 본다는 게 재미를 주면서, 불편한 것도 많거든요. 노트북으로 자판을 두드리자니 손가락이 자꾸 헛짚어지고, 사무적인 일을 처리하자니 말이 잘 통하지 않고, 수돗물도 나쁘고요. 뭐 하러 돈 들여 이런 여행을 하는지 모르겠네요. 테니스장에도 나갈 수 없어서 몸이 근질거리네요.
오늘은 지금 머물고 있는 동네를 천천히 살펴볼까 합니다. 근처에 교회당도 몇 개 보입니다. 어제 저녁에는 동네 작은 슈퍼에서 장을 봤습니다. 주인은 터키인으로 보입니다. 작은 매점이지만 있는 건 다 있어요. 맥주와 포도주가 쌉니다. 비자카드를 주니 자기들은 유로 카드만 받는다 해서 현금으로 결재했습니다. 나는 딱딱하고 시커먼 잡곡빵을 사왔는데, 집사람은 그거 안 먹고 ‘브뢰첸’을 먹겠네요. 브뢰첸은 바로 구운 걸 먹어야 하는데, 지금 빵을 사러 내가 나가봐야겠습니다. 사진 몇 장 올립니다. 여기 인터넷 속도 때문에 사진 올리기가 수월치 않군요.
2000년에 사용하던 베를린 지도입니다.
깨알같은 글씨를 당시에는 안경 없이 사용했는데, 지금은 돋보기를 껴도 잘 안 보이네요.
어제 시내 나가면서 이층 버스를 탔습니다. 16년 전에 비해서 2층 버스가 훨씬 많아졌습니다.
바로 위의 이층버스 사진을 찍은 근처에 '자툰'이라는 전자기기 용품 파는 매장이 있는 건물에 들어갔는데,
간단히 요기가 가능한 카페에 주로 노인들이 모여 있는 걸 보게 되었습니다.
은퇴 노인들이 활기차게 사는 나라이죠.
'자툰'에 가서 제 핸폰 심-카드를 샀습니다.
이제 저의 전화 번호가 독일 번호로 바뀐 겁니다.
0176-2723-1531
치과의사가 진료하는 시간이 이렇게 밖에 걸렸습니다.
다른 간판은 없어요.
치과의사만이 아니라 모든 동네 전문 의원은 벽에 저런 걸 걸어두기만 합니다.
그냥 건물만 보면 병의원이 있는 줄 전혀 모릅니다.
둘째 딸이 다니던 초등학교입니다.
'미리암-마케바 초등학교'라는 현수막이 붙어 있군요.
독일의 풍경이 새롭네요..
병원과 학교는 근처에도 안가봤는데.. 여기서 대문이라도 보네요.ㅎㅎ
이층버스는 독일에서 첨탈때.. 엄청 들떴던 기억이 납니다.
거긴 초등학교 아이들도 자전거를 타고 등교하나 보네요..
간판이 딸랑 현수막이라니.. ?
우리나라는 레온싸인으로 돋보이려고들 난리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