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4)-이모저모

Views 1594 Votes 0 2016.09.21 14:37:13

921

 

여기 시간으로 921일 아침 7시가 가까워옵니다. 6시부터 테겔 공항 비행기 뜨는 소리가 반복해서 나네요. 거실 대형 창문을 통해 잿빛 구름을 뚫고 날아오르는 비행기 모습도 모입니다. 구름 사이 너머로는 밝은 빛 비행 흔적을 내며 나는 전투기 모습도 모입니다. 이제 날은 다 밝았습니다.

어제는 2000년 일년 동안 살던 동네에 갔습니다. 큰딸이 고1, 작은딸이 초4, 제가 마흔 일곱, 집사람이 마흔둘이었지요. 모든 게 그대로였습니다. 건물, 나무, 상점, 도로 등이요. 아주 가까운 주유소 아랄도 그대로였어요. 나무들은 16년 동안 제법 자랐겠지요. 앞으로 다시 이런 정도의 세월이 흐르면 저는 80이 되겠군요. 그러나 나무와 도시는 그대로겠지요.

집을 떠난 지 며칠 되지 않았는데도 빨리 돌아가고 싶은 생각이 굴뚝같습니다. 여기 있으나 집에 있으나 사람이 먹고 마시고 말하고 씻고, 보고 듣고 하는 게 다 똑같잖아요. 다만 여기서는 이국적인 풍광을 본다는 게 재미를 주면서, 불편한 것도 많거든요. 노트북으로 자판을 두드리자니 손가락이 자꾸 헛짚어지고, 사무적인 일을 처리하자니 말이 잘 통하지 않고, 수돗물도 나쁘고요. 뭐 하러 돈 들여 이런 여행을 하는지 모르겠네요. 테니스장에도 나갈 수 없어서 몸이 근질거리네요.

오늘은 지금 머물고 있는 동네를 천천히 살펴볼까 합니다. 근처에 교회당도 몇 개 보입니다. 어제 저녁에는 동네 작은 슈퍼에서 장을 봤습니다. 주인은 터키인으로 보입니다. 작은 매점이지만 있는 건 다 있어요. 맥주와 포도주가 쌉니다. 비자카드를 주니 자기들은 유로 카드만 받는다 해서 현금으로 결재했습니다. 나는 딱딱하고 시커먼 잡곡빵을 사왔는데, 집사람은 그거 안 먹고 브뢰첸을 먹겠네요. 브뢰첸은 바로 구운 걸 먹어야 하는데, 지금 빵을 사러 내가 나가봐야겠습니다. 사진 몇 장 올립니다. 여기 인터넷 속도 때문에 사진 올리기가 수월치 않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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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에 사용하던 베를린 지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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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알같은 글씨를 당시에는 안경 없이 사용했는데, 지금은 돋보기를 껴도 잘 안 보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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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시내 나가면서 이층 버스를 탔습니다. 16년 전에 비해서 2층 버스가 훨씬 많아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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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위의 이층버스 사진을 찍은 근처에 '자툰'이라는 전자기기 용품 파는 매장이 있는 건물에 들어갔는데,

간단히 요기가 가능한 카페에 주로 노인들이 모여 있는 걸 보게 되었습니다.

은퇴 노인들이 활기차게 사는 나라이죠.

'자툰'에 가서 제 핸폰 심-카드를 샀습니다.

이제 저의 전화 번호가 독일 번호로 바뀐 겁니다.

0176-2723-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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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의사가 진료하는 시간이 이렇게 밖에 걸렸습니다.

다른 간판은 없어요.

치과의사만이 아니라 모든 동네 전문 의원은 벽에 저런 걸 걸어두기만 합니다.

그냥 건물만 보면 병의원이 있는 줄 전혀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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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딸이 다니던 초등학교입니다.

'미리암-마케바 초등학교'라는 현수막이 붙어 있군요.




은나라

2016.09.21 22:21:20

독일의 풍경이 새롭네요..

병원과 학교는 근처에도 안가봤는데.. 여기서 대문이라도 보네요.ㅎㅎ

이층버스는  독일에서 첨탈때.. 엄청 들떴던 기억이 납니다.

거긴 초등학교 아이들도 자전거를 타고 등교하나 보네요..

간판이 딸랑 현수막이라니.. ?

우리나라는 레온싸인으로 돋보이려고들 난리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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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섭

2016.09.22 16:06:18

하여튼 독일 건물은 겉에서만 봐서

뭐 하는 곳인지 모를 경우가 많습니다.

저 초등학교도 달랑 현수만 하나로만 표시가 나지,

저 현수막도 늘 붙어 있는 게 아니라서,

그냥은 전혀 모릅니다.

운동장은 따로 없고 체육 수업이 필요한 경우에는

가까운 곳의 실내 체육관을 이용합니다.

다른 초등학교 사정은 제가 잘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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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겨

2016.09.22 23:53:15

살던 동네가 모든 것이 그대로였다니

 감회가 남다르셨겠어요.

독일여행했을 때 빵과 맥주가 정말 맛있었던 기억이 있는데

독일 빵 얘기를 하시니 식욕 땡기네요.

갓 구운 독일빵!!

맛있는 맥주 많이 많이 드시고 오셔요.

떠나온 직후라 집 생각이 나시겠지만 며칠 지나시면 곧 

익숙해지실 거예요. 돌아오실 쯤이면 더 머물고 싶어지실지도~^^

목사님의 여행보고에 저도 함께 독일을 여행하는 기분입니다. 



주안

2016.09.26 19:21:12

집 떠나 불편하시겠지만

새로운 것들이나 별난 것들을 대할 수 있어

재미있기도 하지요?

처음 보는 독일 모습이 신기하고 재미있습니다.

16년전 지도를 아직도 가지고 계시다니 대단하십니다.

더 신난 여행을 위하여 고고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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