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22일
어젯밤에 뜬 반달을 보셨는지요. 원당에서 보던 달을 여기서도 똑같이 봤습니다. 아프리카 사하라 사막에서도 이런 달을 똑같이 볼 수 있겠지요. 알래스카에서는 다르게 보일까요? 마찬가지겠지요. 사람 살아가는 방식이 아무리 다르다 해도 근본은 다 똑같군요.
여기서 삼일 밤을 지냈습니다. 비행장 옆이라 어느 정도는 각오했지만 며칠 지나다보니 소리가 점점 더 크게 들리는군요. 대구 비행장이 있는 동촌 같습니다. 여기서 계속 살라고 하면 못살 거 같습니다. 다행스러운 건 창문이 튼튼하다는 거지요.
어제는 동네 구경을 했습니다. 바로 옆에 가톨릭 성당이 하나 있습니다. 안으로 들어가지는 못했습니다. 10월1일에 음악회가 있다는 게시판 글을 봤습니다. 당일 가봐야겠습니다. 성당 부속 유치원도 있더군요. 성당 입구에 세워놓은 게시판에는 미사가 언제 어떻게 진행되는지가 일주일 단위로 인쇄된 종이가 붙어 있었습니다. 두 블록 정도 가면 개신교회당이 있습니다. 베를린은 비교적 개신교회가 많습니다. 독일 전체로 보면 남쪽은 가톨릭이, 북쪽은 개신교회가 강합니다. 루터의 종교개혁 발생지인 비텐베르크가 베를린에서 남쪽으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습니다. 옛 동독 지역에 루터의 출생지, 사망지, 공부한 곳이 다 있습니다. 어제 가본 개신교회는 역사가 오래 된 것처럼 보였습니다. 전형적인 고딕식 건물이었습니다. 사진을 집사람 스마트폰으로 찍었는데, 그걸 다움 메일로 보내려 하니 인터넷 속도가 느려서 잘 안 되는군요. 아무래도 오늘은 자툰에 가서 작은 카메라를 하나 사야겠습니다. 선으로 연결하면 노트북에 옮길 수 있겠지요.
어제 오후 늦게 지하철을 타고 베를린의 중심지 ‘운터 덴 린덴’에 갔습니다. 16년 전 음악회에 간 집사람 픽업하러 자주 들렸던 ‘겐다르멘 마크트’에 먼저 들렸습니다. 지하철에 내려서 독일 사람에게 어디로 가냐고 묻자 내 말을 못 알아들으면서 지도를 보자고 하네요. 한국말 발음도 정확하지 않으니 독일어는 오죽하겠습니까. 이 근처에 베를린의 역사를 확인할 수 있는 건물들이 즐비합니다. 훔볼트 대학교 건물도 있어요. 그 앞에서 사진을 찍었는데, 올릴 수가 없네요. 겐다르멘 마크트에는 중요한 건물 세 개가 있습니다. 가운데 있는 게 ‘스타츠 카펠레’라고 해서 국립 연주회장입니다. 조금 떨어진 곳에 베를린 돔이 있는데, 여행객들은 이걸 당연히 성당으로 알지만 개신교회당입니다. 거기에 개신교회 신학대학 세미나실로 있어요.
어제는 많이 걸었습니다. 집사람이 발이 아프다고 하네요. 여행 초장부터 이러면 참 곤란한데, 아무래도 걷는 걸 좀 줄여야겠습니다. 집사람 말로는 신발이 불편해서 그렇다고 하데요. 아무래도 오늘 편한 신발을 하나 사야겠습니다. 내 생각에는 그래도 문제는 해결 안 될 거 같습니다. 한국에서 평소에 열심히 걷지 않았고, (이건 비밀인데) 집사람 오른발 첫째 발가락 뿌리 부분이 툭 튀어나와서 한국에서도 높은 구두를 신으면 크게 불편해했습니다. 일종의 발가락 변형인데, 그런 분들이 제법 되는지 교정 기구를 팔기도 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수술하라는 의사들의 권고도 있긴 합니다. 어제 나갔다가 어쩔 수 없이 좀 일찍 돌아왔습니다.
그걸 그렇고, 지하철 승객들 중에서 스마트폰을 하는 분들이 별로 눈에 뜨이지 않던데요. 16년 전과 다를 게 없는 풍경이었습니다. 12개 역을 지나는 동안 16년 전에 구입한 베를린 지도를 보니 한 개의 역 이름이 달라진 걸 확인했습니다. 그 이유는 모르겠습니다. 집사람이 일어나길 기다리고 있는데, 아직 소식이 없네요. 침실에 들어가서 한번 깨우고, 안 되면 내가 먼저 아침을 먹어야겠습니다. 오늘 밤에는 베를린 필하모니 연주를 보기로 했습니다. (교정 없이 올리니 이해 바랍니다.)
*2017년 9월19일 보충
일년만에 다시 사진을 정리해서 조금씩 올리게 됐습니다. 참 게으르군요. 위 글에 나오는 겐다르멘마크트에 서 있는 유명한 세 개의 건물입니다. 일일이 설명하려니 제 실력이 딸립니다. 가운데 건물이 연주회장입니다. 이곳은 동서독이 갈려 있을 때 동베를린 지역입니다.
이게 오른 쪽 건물인데, 프랑스에서 박해를 받아 쫓겨난 위그노 파들이 세운 교회당입니다.
연주회장입니다. 건물 앞에 서 있는 동상은 독일 국보급 작가인 쉴러입니다.
왼편의 건물인데, 저 안에 들어가기도 했는데도 무슨 건물인지 기억이 안 나네요.
이 광장에 성탄 대형 츄리가 서기도 하고, 야외 연주도 열리곤 합니다.
지구인 모두 같은 달과 해를 보며 산다.
하나님의 사랑 안에서 하나다.라고 하는 것 같네요.
비밀을 누설하면 어쩌지요?
지하철 승객들이 스마트폰 하는 분이 거의 없다는 것도
우리나라와는 다른 모습이네요.
베르린 필이 기대됩니다.
점점 흥미진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