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24일
지금 여기 시간으로 토요일 밤 10시가 넘었습니다. 내일이 주일이네요. 정말 오랜만에 설교 준비하지 않고 주말을 보내고 있습니다. 사실 설교 원고를 작성해야겠다고 마음은 먹었습니다. 그래서 한국에 있을 때 성경 본문을 충분히 읽었고, 주석도 읽고, 설교 요약까지 마쳤습니다. 그것으로 설교가 다 끝나는 게 아닙니다. 실제로 원고를 쓰는 게 시간이 많이 듭니다. 설교 원고를 쓰면서 새로운 생각도 떠오르게 됩니다. 아무래도 설교 원고를 완전히 정리하기는 힘들 거 같습니다. 내일 가까운 독일 교회에 가서 예배를 드릴 예정인데, 다녀와서 설교 원고를 작성할지 아닐지는 결정하겠습니다.
오늘 토요일이라 장을 못 볼지 몰라서 미리 장을 봐놓고 비텐베르크를 다녀왔습니다. 비텐베르크는 마틴 루터가 종교개혁을 일으킨 도시로 유명합니다. 정식 명칭은 Lutherstadt Wittenberg(루터 시 비텐베르크)입니다. 직접 운전하고 다녀온 길이 눈에 생생합니다. 내비의 안내를 받으면서 일부 구간은 고속도로, 일부 구간은 국도를 탔습니다. 숲과 들판 사이를 시원스레 뚫고 달렸습니다. 나무로 된 터널을 지나는 거 같다는 착각을 일으킬 정도로 나무가 무성하더군요. 고속도로 양쪽에서 아름드리나무들이 많았습니다. 독일은 어느 곳을 가든지 숲이 많습니다. 그게 가장 부러운 부분입니다. 오늘도 차를 몰면서 그걸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간벌로 잘 해놓아서 나무들이 잘 자랐습니다. 비텐베르크까지 가는 길에 작은 마을도 여럿 만났습니다. 말 그대로 전원 마을입니다. 어디를 가든지 풍족하고 깨끗하게 정리되어 있었습니다. 억지로 꾸민 게 아니라 자연스럽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중간에 한 마을에 들렸습니다. 교회당을 주로 봤습니다. 교회마당이 다 묘지로 사용되더군요. 사진을 올릴 때 다시 설명하겠습니다.
(구시청 앞 광장, 당일이 장날이군요.)
한 시간 반 걸려서 비텐베르크에 도착했습니다. 변두리에 차를 주차시켜놓고 집사람 걸음걸이로 구 시청 앞 광장을 찾았습니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오늘 거기서 장이 열렸습니다. 아마 매주 토요일에 열리는 장으로 보입니다. 독일의 많은 도시에는 이런 전통이 있습니다. 30년 전에 제가 잠시 머물렀던 뮌스터에도 토요일마다 재래식 장이 열렸습니다. 베를린에도 여러 곳에서 여러 종류의 장이 열렸을 겁니다. 옛날에는 도시 중심에 교회당이 자리했고, 그 앞이 광장이라서 사람들이 거기에 주로 모였습니다. 비텐베르크 토요일 장은 주로 도자기가 거래됩니다. 일주일 간격으로 상품 주제가 바뀌는지 제가 확인해보지 않았는데, 오늘은 먹을 거만 빼고는 다 도자기 유였습니다. 이곳이 옛날부터 도자기로 유명한 것으로 보입니다. 시청 앞 광장에 루터와 멜란히톤 상이 양쪽으로 버티고 있습니다. 상인들과 손님들은 그들에게 관심이 없어 보입니다.
(구청사 앞에 있는 루터 상)
시청에서 루터가 시무했던 비텐베르크 교회(Schlosskirche)는 구 시청사에서 2백미터 이상 떨어져 있습니다. 그 사이 길에 여러 종류의 상점이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루터의 출생지이자 죽은 장소는 아이스레벤입니다. 그러나 실제로 사제와 신학자로, 나중에는 종교개혁자로 활동한 장소를 비텐베르크입니다. 이 교회당은 물론 가톨릭이었다가 나중에 개신교회로 바뀌었습니다. 마침 우리가 당도한 시간에 음악회가 진행 중이어서 뒤에서 살짝 듣고 사진을 찍다가 중간에 나왔습니다. 강단 앞까지 갔으면 좋았을 텐데요. 루터가 설교한 강단은 교회당 중간에 있어서 눈으로 잘 볼 수 있었습니다.
루터가 살던 집은 교회당에서 다시 구 시청 광장을 거쳐서 수백 미터 동쪽으로 가야 나옵니다. 독일사람들은 그 건물을 루터하우스(Lutherhaus)라고 부릅니다. 루터의 집이라는 뜻입니다. 95개 신학명제를 대자보 형식으로 출입구에 붙인 교회당도 그렇고, 루터하우스도 유네스코에 세계유산으로 등재되었다고 하네요. 루터가 살던 집은 아주 큽니다. 당시 비텐베르트 영주가 주었는지, 아니면 니더작센 선제후가 주었는지 모르겠지만, 대저택입니다. 그걸 운영하려면 비용도 만만치 않았을 겁니다. 그래서 루터의 부인이 하숙을 운영했다고 합니다. 그것만이 아니라 가축도 많이 키우고 농사도 많이 지었다네요. 루터는 부인을 잘 만난 거 같습니다. 결혼에도 일화가 있습니다. 이번에도 가는 날이 장날이라 루터하우스를 직접 들어갈 수는 없었습니다. 안내하는 분이 설명하기는 하는데 제가 충분히 알아들을 수 없었습니다. 루터에 대한 그림과 책 등을 전시하고 있었습니다.
(루터가 살던 집입니다.)
오늘 먼 길을 직접 운전하고 다녀오느라 피곤하네요. 운전 미숙으로 두 번이나 상대 운전자에게 욕을 먹었습니다. 한번은 오토바이 운전자에게서, 다른 한번은 일반 승용차 운전자에게서 들었습니다. 오토바이 운전자가 뭐가 큰 소리를 치기는 하는데 제가 알아들지 못했으니 다행이지요. 승용차 운전자는 전조등을 번쩍 한 번하고 경적을 크게 울리네요. 두 번 다 제가 잘못했습니다. 그들은 교통법규를 엄격하게 지키는데 반해서 상대의 실수를 꼭 문책하는 거 같습니다. 이제야 어느 정도 새로운 운전문화에 익숙하게 되었고, 새로운 차에도 많이 길들여졌습니다. 오늘 일찍 자고 내일 교회 갈 준비를 해야겠습니다. 독일 교회 예배를 잘 따갈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외국 손님으로 가는 거니까 그쪽 신자들도 이해해주겠지요.
*보충 2017년 9월19일
마침 비텐베르크 방문한 날짜에 장이 열렸습니다. 도자기가 유명하다고 하네요.
점심은 중국집에서 해결했습니다. 실내가 너무 어둡더군요.
이게 그 유명한 루터의 95개 신학논제가 새겨진 교회당 문입니다. 이제 정문이지요. 아래는 교회당 안입니다. 마침 당일에 작은 기념 연주회가 열려서 강단 앞으로 갈 수가 없었습니다. 이곳은 원래 가톨릭 성당이었습니다. 오른쪽 중간에 지붕이 달린 작은 설교단이 보이는데, 그곳에서 루터가 설교를 자주 했습니다.
루터의 집을 방문했는데 박물관은 수리 중이라 들어가지 못했습니다.
루터 살림집 정문 앞에서 한컷 찍었습니다. 저 문으로 루터와 가족들이 드나들었지요. 올해는 종교개혁 500주년이라서 저 장소에 사람들이 미어질 겁니다.
루터시!
독일인은 루터를 많이 존경하고 있군요.
도시 이름을 루터시 비텐베르크로 하고 있으니까요.
루터하우스를 들어가지 못해 서운하셨겠습니다.
여행 중인데 설교원고라니요?
오직 여행만 즐기시는게 더 좋은 설교원고가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