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비안들의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 부담없이 서로의 생각과 이야기를 나누는 공간이 되었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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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백건우를 좋아합니다.
음악적으로 깊이 알아서 좋아한다기보다는
음악에 대한 그의 태도, 삶에 대한 태도가
전체적으로 신뢰가 가는 거고,
또 배울 게 많다는 거지요.
그의 아내가 주연으로 연기한 '시'라는 영화도 좋았습니다.
백건우 선생의 연주실황을 직접 가본 적은 없고
(나는 왜 이렇게 게으른지 몰라요.)
가끔 유튜브나 씨디로 들었습니다.
그가 옛날에 한 '건반의 깊이'라는 말이 기억납니다.
지난 월요일 설교 워크샵에서도 그 말을 인용했습니다.
겉으로는 똑같아 보이는 건반의 깊이를,
그 터치될 때의 느낌을 세밀하게 느껴야 한다는 말이지요.
오늘 중앙일보에 인터뷰가 실려서 아주 반갑게 읽었습니다.
http://news.joins.com/article/21779486
한마디 한마디가 수도승의 아포리즘 같았습니다.
실제로 음악의 도에 들어간 사람이지요.
오늘 저는 그에게서 많은 걸 배웠습니다.
가슴이 뿌듯하군요.
몇 구절만 발췌해보겠습니다.
그가 말하는 '음악'이나 '피아노'를 하나님이나 성경으로 바꿔서 읽어보세요.
“음악은 연주자와 함께 매일 변하기 때문에 10년 전 만난 베토벤과 지금 만나는 베토벤의 모습은 당연히 다릅니다. 저는 앞으로의 베토벤이 어떻게 변할까 항상 궁금해요. 저도 하루하루 새롭게 느껴지는 게 신기할 따름입니다. 어떤 곡을 처음 접하면 흥분해서 공부하고, 연주하다가 시간이 지나면 그 흥분이 사라지기 마련인데, 베토벤만 가면 갈수록 작품이 더 훌륭해지고 사랑하게 됩니다.”
“피아노 소리는 강요해서 나오지 않아요. 이작 펄만은 바이올린을 사달라고 부모님께 3번 말했어요. 바이올린이 하고 싶다고 했다가 힘들어서 관뒀다가 그랬거든요. 강요하는 부모님이었으면 펄만이 바이올린을 그만 두도록 놔두지 않았을 겁니다. 음악은 본인이 하고 싶을 때 해야 하고 아무나 하는 게 아니에요. 우리 힘만으로는 어떻게 할 수 있는 게 아니죠.”
“저는 본래 질투가 없습니다. 사람마다 각자의 가치가 있고 그 사람들이 저와 얼마나 다른지 아니까요. 피아니스트들은 각자 다른 세계를 갖고 있기 때문에 서로 질투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악기와 교감하는 데 많은 시간을 보내요. 그 악기를 이해하고 사랑으로 다뤄서 소리를 끄집어 내야 하거든요. 소리를 강요할 수는 없어요. 이것도 레빈 선생님의 가르침인데, ‘사랑하는 사람을 밀치지 않는 것처럼 소리를 끌어들여라, 그냥 치는 것은 밀어내는 거고 소리를 끌어와야 한다.’고 말씀하셨어요.”
“그걸 꼭 이해해야 하나요? 그런 지식보다는 들을 수 있는 마음의 귀를 가지는 게 중요해요. 마음을 열고 들으면 음악이 살아서 와 닿거든요. 물론 역사를 알면 조금은 도움이 되겠지만 그건 하나의 지식일 뿐이에요. 음악은 인간이 가장 직접적으로 알아들을 수 있는 언어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클래식 형식을 이해하는 게 그리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백건우 연주를 들어보세요.
특이한 장소에서 연주한 라이브입니다.
섬마을 콘서트, 통영에서 배 타고 40분 떨어진 섬
https://www.youtube.com/watch?v=gSY1hpNLJIY
세월호 추모 제주항 연주
리스트의 '사랑의 죽음' https://www.youtube.com/watch?v=-Mk9HHnsd-o
리스트 슬픔의 곤돌라 2번 https://www.youtube.com/watch?v=-pDRdNfRJvk
(연주곡이 더 있을 거 같은데 유튜브에서 찾기 힘들군요.)
아무 선입관 없이, 그러나 집중해서 소리에 귀를 기울여 보세요.
백건우가 각각의 작곡자와 피아노라는 악기를
자신 영혼의 깊이에서 어떻게 만나는지,
그리고 음악이 어떻게 (재)창조되는지를 느끼게 될 겁니다.
저런 영혼으로 설교를 할 수 있어야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