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비안들의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 부담없이 서로의 생각과 이야기를 나누는 공간이 되었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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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라디아서 독후감을 썼던 건 내 생각을 정리하고 싶어서였다.
나는 표면적 종교와 계시의 차이를 이야기 하고 싶었다. (표면적 종교의 다른 이름은 ‘종교를 표현하기 위한 문화’다.)
계시(the revelation)는 우리 내면 깊은 곳에 존재하는 "보편적 종교 직관"에서 일어나는 사건이다. (여기서 종교라고 하는것은 기독교, 불교, 이슬람교 같은 개별 종교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나는 바울을 볼 때 그 점에 가장 큰 방점을 둔다.
그는 그리스도교의 체계를 세우기 위해서 변증적(apologetic)인 이론을 만들면서, 많은 군더더기를 생산해 내었다. 이를테면 구약의 제의적 개념으로 십자가를 설명한다든가, 구약에서 알레고리를 끌어낸다든가 하는 등, 구약에 근거하여 자신 사상의 정당성을 증명하려는 태도들 말이다. (그럴 수밖에 없었던 건 그 당시 유대교, 그리고 유대 그리스도교와 치열하게 경쟁하는 와중에 족보도 뿌리도 없는 '사문난적'으로 몰려서는 안 되었기 때문이다. 바울은 많은 동포들 앞에서 자신이 바리새 중의 바리새라고 이야기하기도 한다.)
누가 뭐래도 바울 사상의 본질은 결국 "계시"이고, "누미노제 체험" 이다. 바울의 서신과 글을 그런 관점을 빼고 읽는다면, 만두소 없는 껍데기 만두를 먹는 것과 똑같다.
내가 바울에게서 가장 중요하게 보는 내용은 그리스도와의 존재론적 실존적 일치과 하느님 안에서 만물이 하나가 되는 종말의 완성에 관한 비전이다. 이 것은 신비이며, 또한 이 것이야말로 바울의 사상이 율법적이고 규범적인 종교와는 한 이불을 덮을 수 없는 결정적인 이유다. (또한 그 신비는 마술이 아닌 일상성과 맥이 통하는 역설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다.)
또한 바울이 주인과 종, 남과 여, 유대인과 이방인이 다 똑같다는 선언을 할 수 있었던 것은 계시의 해방성과 혁명성 때문이다. 이런 '계시의 해방성과 혁명성'은 내가 좋아하는 중세 신비 영성가 에크하르트를 통해서도 나타났다.
에크하르트는 이성을 넘어서 있는 "지성" - 아우구스티누스도 이 지성에 관해서 말했다. 지성은 이성의 끝자락에서 뻗어나간 초이성, 계시의 영역이라고 말 할 수 있다. - 에 도달해야만 자아를 잊어버리게 되고(無心), 지성의 영역에서 영혼의 불꽃, 곧, 신성과 마주할 수 있게 된다고 이야기 했다. 즉, 지성은 바로 나(我)가 멈추고 신(神)이 시작되는 곳이었다. 그 곳에서 우리는 현상계에서 경험할 수 있는 어떤 것과도 다른 "그 무엇도 아닌" 상태로 넘어가게 된다고 보았다. (이 건 반야심경이 가리키는 空, 無의 지점과도 묘하게 통한다.)
이런 종교 현상을 심리철학적으로 가장 잘 해석해낸 사람이 융이다. 융이 그렇게 풀어낼 수 있었던 것도 그가 그 계시의 영역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기독교는 특수 계시이고 타 종교는 일반 계시라고 구분 짓는 말조차도 나는 매우 우습게 느껴진다.
댓글이 늦어 죄송합니다. 아시는 분들은 다 알겠지만 제가 다니는 교회는 다녀서는 안되는 교회 랭킹 상위권에 속하는 교회입니다. 부모님께 효도하는 의미로, 그리고 친한 후배들 지인들과 인연의 뿌리가 깊어서 다니고 있는 상태이지만 교회는 저에게 전혀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습니다. ㅋ
정용섭 목사님은 10년 전 신앙적 냉담자가 되려고 하던 그 시점에 신앙의 가능성과 길을 보여준 은사같은 소중한 분입니다. 샘터교회도 잊을 만하면 한 번씩 나가는데 최근에는 못간지가 꽤 되었네요.
교회를 바라보는 입장은 "학교 선생이 나쁘면 교재도 있겠다 선생 탓하지 말고 혼자 공부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뭐 그런 생각입니다. 결국 신앙은 세상에서 아무 것도 의지하지 않고 홀로 서는 연습이라고 생각해요.
우리 교회, 그리고 목사님 입만 쳐다보기에는 정말 볼 것도, 경험할 것도 너무 너무 흘러 넘치는 행복한 세상입니다.
항상 호의적인 댓글로 격려해주시니 부스러기 은혜 님께 감사할 따름입니다.
신학적 통찰이 대단하시군요
이 글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선
첫날님의 신학적 깊이에 버금가는 누군가가
세세한 주석을 달아주지 않으면
한낱 격화소양이 되기만 할것 같군요
첫날님 같은 분은 어떤 교회를 출석하시는지
궁금하군요
어지간한 설교도 서당 훈장의 훈계정도로 밖에 안들릴것 같아서요
혹시 서울에 사신다면
추천해주실만한 교회가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