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비안들의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 부담없이 서로의 생각과 이야기를 나누는 공간이 되었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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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글을 어디에 올려야 하는지 몰라서 일단 사랑채에 올렸습니다. 여기에 올리는 게 맞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중간에 있는 도사 이야기는 제 경험이 아니라 어디선가 들은 이야기입니다.
저는 판넨베르크 사도신경 해설 강독 Chapter 16을 읽던 중 역망이라는 단어를 처음 보았습니다.
그 구절은 아래와 같습니다.
모든 과거로부터 개개의 현재를 볼 수 있게 하는 특별하게 역사적인 연관이 우리의 역사의식에서 성립된다. 역사연관은 개개의 잠정적인 종국으로부터 과거를 향한 이러한 역망(逆望) 없이는 전혀 가능하지 않다.
판넨베르크의 신학과 철학 제1장에도 역망이란 단어가 있었습니다.
시간의 문제는 기독교 신학의 ‘종말론’에서 언급될 수 있다. 기본적으로 역사철학이라 할 종말론은 이 세상을 시간의 차원에서 바라보면서 아직 우리에게 당도하지 않은 종말의 지평에서 이 세계 전체의 역사를 역망(逆望)하는 신학적 관점이다.
그 외에도 이곳저곳 찾아보고 이리저리 생각해봤지만 그래도 그림이 잘 그려지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일단 접어두고 사도신경 해설 강독을 계속 읽었습니다.
읽으면서 생각하고 생각하면서 읽는 가운데 한 가지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여러 해 전에 도사들(?) 모임에 간 적이 있었습니다.
그들은 스스로에 대해 ‘자기라고 할 것이 없는 사람’이라고 소개했습니다.
그들은 나에게 “자기가 없는 사람이 보이면 그때부터 당신도 자기가 없는 사람으로 살게 된다.”고 말했습니다.
처음에는 그들이 말장난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왜냐하면 아무리 집중해서 그들의 말을 들어도 자기가 없는 사람이 나에게는 도무지 보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던 어느 날 홀연히 “그 사람”이 보였습니다.
그들 중 한 사람이 말하는 것을 듣고 있는데 그 사람이 자기가 없는 사람으로 보였습니다.
그리고 다시 보니 나뿐 아니라 모든 사람은 원래부터 자기라고 할 것이 없는 존재라는 것이 보였습니다.
그 깨달음을 얻은 후부터 내게는 대자유가 있었습니다.
그때부터 나는 세상 어떤 일에도 어떤 사람에게도 전혀 매이지 않는 사람으로 살게 되었습니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후 예수님에 대해 생각해 보았습니다.
“내 원대로 마옵시고 아버지의 원대로 하옵소서.”
“나의 하나님 나의 하나님 어찌하여 나를 버리셨나이까?”
이런 말씀들을 보니 예수님은 아직도 자기가 있는 사람이었습니다.
아무리 찾아봐도 나는 나라고 할 것이 도무지 없는데 예수님은 여전히 자기가 있었습니다.
이 사태를 보며 ‘나는 깨달았지만 예수님은 깨닫지 못했다’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이런 결론을 내린 후부터 내 마음 깊은 곳에는 말로 표현하기 힘든 고통이 있었습니다.
그 고통을 통해 대자유는 얻었지만 예수님을 나보다 못한 분으로 생각하는 교만에 빠져버린 자신을 발견하고 크게 회개하였습니다.
제가 이 이야기를 하는 것은 역망(逆望)이 어떤 면에서 불교의 대각(大覺)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역망이나 대각이나 둘 다 필연적으로 삶의 방향 대전환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비슷한 것 같습니다.
제가 보기에 예수님이나 사도 바울은 철저하게 역망의 삶을 사신 분들입니다.
그리고 그것은 역망의 필연적 귀결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므로 예수님이나 사도 바울 뿐 아니라 누구든지 역망을 보았다면 그 사람은 필연적으로 역망의 삶을 살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다른 길은 도무지 길로 보이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10.내가 그리스도와 그 부활의 권능과 그 고난에 참여함을 알고자 하여 그의 죽으심을 본받아 11.어떻게 해서든지 죽은 자 가운데서 부활에 이르려 하노니 12.내가 이미 얻었다 함도 아니요 온전히 이루었다 함도 아니라 오직 내가 그리스도 예수께 잡힌 바 된 그것을 잡으려고 달려가노라 13.형제들아 나는 아직 내가 잡은 줄로 여기지 아니하고 오직 한 일 즉 뒤에 있는 것은 잊어버리고 앞에 있는 것을 잡으려고 14. 푯대를 향하여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하나님이 위에서 부르신 부름의 상을 위하여 달려가노라(빌립보서 3:10-14)
예, 향기로운 느낌이 담긴 글,
잘 읽었습니다.
제가 수호천사 님에게 배울 거도 많은 것 같습니다.
주님의 평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