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비안들의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 부담없이 서로의 생각과 이야기를 나누는 공간이 되었음 합니다.
관련링크 : |
---|
역망(逆望)은 국어사전이나 한국어로 된 철학사전에 등재된 단어는 아닌 것 같습니다.
정용섭 목사님께서 판넨베르크의 사도신경 해설을 번역하시면서 새롭게 창안해내신 단어가 역망(逆望)인 것 같습니다.
저는 역망에 해당하는 독일어 단어가 무엇인지 알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역망’으로 검색해 보았지만 아무것도 검색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다시 ‘되돌아봄’으로 검색해 보았습니다.
① 현상학사전, 저자 : 노에 게이이치외 4인, 역자: 이신철, 도서출판 b.
가야노 요시오(茅野良男)라는 분이 쓴 “현상학사전” 조르게(Sorge, care, cura)라는 항목에서 다음의 내용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관련된 다른 단어들도 있었습니다.
심려(心慮)의 '되돌아봄'(Rücksicht)
배려의 '둘러봄' (Umsicht)
자기의 실존에 대한 '꿰뚫어봄'(Durchsichtigkeit)
② 동아출판 프라임 독일어사전
이 단어(Rücksicht)를 독일어 사전에서 찾아보았습니다.
Rücksicht f(여성).
1.고려, 배려, 염려, 유의, 참작
2.(복수) (Gründe) 동기, 이유
3. (자동차:) 후면[후방] 시야
③ 하이데거 『존재와 시간』 (해제), 이선일, 서울대학교 철학사상연구소, 2004.
‘하이데거 존재와 시간 해제’(이선일, 서울대학교 철학사상연구소)라는 책의 고려[顧慮, Fürsorge, Solicitude]라는 항목에도 아래와 같은 내용이 있었습니다.
배려의 시(視)가 배시(配視, Umsicht)라면, 고려의 시(視)는 '돌보아 주는 시'(Rücksicht)와 '보살피는 시'(Nachsicht)가 된다. 또한 이런 시(視)의 결여적 혹은 무차별적 양상은 '돌보지 않음'(Rücksichtslosigkeit)과 수수방관(Nachsehen)이 된다.
④ 다비아 댓글 검색
그 외에도 다비아 댓글 검색을 통해 아래와 같이 정리할 수 있었습니다.
Umsicht 용재자(손안에 존재자)에 대한 배려의 둘러봄 / 배시(配視)
Rücksicht 타자에 대한 고려의 돌봄 / 심려(心慮)의 되돌아봄
Nachsicht 보살핌
Rücksichtslosigkeit 돌보지 않음
Nachsehen 수수방관
Rücksichtigkeit 돌봄 / 뒤돌봄
Durchsichtigkeit 자기의 실존에 대한 꿰뚫어봄/ 자기 자신에 대한 꿰뚫어봄
이런 내용들을 모두 읽어보고 각종 사전을 찾아봤지만 아무래도 판넨베르크가 사도신경 해설에서 말한 역망(逆望)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것 같았습니다.
⑤ 쪽지 질문
그래서 정용섭 목사님께 쪽지를 보내 물어보았습니다.
'되돌아 봄'으로 인터넷을 검색했더니
가야노 요시오(茅野良男)라는 일본인이 쓴 "현상학 사전"의
조르게(Sorge, care, cura)라는 항목 설명 부분에
심려의 '되돌아 봄'(Rücksicht)이라는 단어가 있었습니다.
그 내용을 읽어보니 역망과는 상관없는 것 같았습니다.
혹시 독일어판 판넨베르크 사도신경 해설 원본을 가지고 계시다면
역망에 해당하는 독일어가 무엇인지 좀 가르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정용섭 목사님으로부터 곧 답장이 왔습니다.
Rückblick입니다.
수호천사 님은 무슨 일을 하시는 분이신지요.
일반 신자로서 신학책을 이렇게 열정적으로 탐독하는 분을 처음 봅니다.
고맙습니다.
⑥ 동아출판 프라임 독일어사전
Rückblick을 독일어사전에서 찾아봤더니 아래와 같았습니다.
Rückblick m(남성). 회상, 회고, 되돌아 봄
⑦ 슈베르트, 겨울 나그네
그리고 네이버 검색을 통해 전체 24곡으로 이루어진 슈베르트의 가곡 “겨울 나그네”의 제8곡의 제목이 Rückblick(회상)이라는 사실도 새롭게 알았습니다. 제8곡 설명 부분을 인용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제8곡. 회고(Rückblick)
청년은 여행을 떠났지만 마음은 과거에 머물러 연인의 눈빛을 떠올린다. 회상하는 부분에서 상냥한 선율이 나타난다. “나는 지금 거리를 빠져나가고 있지만 그 거리는 나를 맞이해 주었던 날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그때는 그녀의 눈도 빛나고 있었다. 이미 모든 것이 지나가 버린 일이다. 그렇지만 다시 한 번 그녀 집 앞에서 멈춰 서 있을 수 있다면……”
⑧ 추석 가정예배
온 가족이 모여서 드리는 금년 추석날 아침 가정예배에서 저는 장남이라는 이유로 설교를 해야 했습니다. 저는 그동안 부지런히 읽은 판넨베르크의 사도신경 해설 강독 내용을 기초로 간단하게 말씀을 전했습니다. 마무리 기도를 부친(85세, 은퇴 장로)께서 하셨는데 그 기도가 제게 매우 은혜가 되었습니다. 우리가 이 땅에서 신앙생활을 할 때 항상 하늘나라에 가서 지금의 생을 되돌아 바라보는 마음으로, 그런 자세로 신앙생활을 해야 하는데 지금까지 그렇게 하지 못했다며 회개하시고 앞으로는 그런 자세로 살도록 도와달라는 내용의 기도였습니다.
결론적으로 판넨베르크가 사도신경해설 제3장 ‘전능하사 천지를 만드신 아버지를’에서 말한 역망(逆望)이 독일어로 Rückblick이 맞다면, 역망(逆望)의 삶은 모든 것이 최종적으로 완성되는 종말의 관점에서 현재의 삶을 살아가는 것이라고 정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와, 대단하시네요.
독문학자가 쓴 짧은 아티클처럼 읽힙니다.
많이 배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