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비안들의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 부담없이 서로의 생각과 이야기를 나누는 공간이 되었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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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신문에 [행복일기] 라는 꼭지에 사진 한장과 함께 짤막한 시시껄렁한 일상을 붙여서 연재하는데
사람들은 이런 글들을 좋아하더라구요. 조금 나누어 봅니다.
집안을 들락날락
밝은이가 환기시키기 위해 열어놓은 창문을 통해 길고양이들이 겁도 없이 집안에 들어와 어슬렁거리고 있다. 밝은이 침대 이불속에 들어가 서로 장난을 치다가 따뜻하고 포근하고 좋은지 그르렁 거리면서 아예 눈을 감고 잠을 잔다. 요녀석들 봐라.
그러면서도 절대로 사람 손에는 잡히지 않는다.
“에휴, 손에 집히면 목욕 시켜서 데리고 살텐데... 어디를 쏘다녔는지 너무 꼬질꼬질하고 더러워.”
요즘 밖에 날씨가 너무 춥다. 고양이들에게 방안은 그야말로 천국일 것이다. 하지만 사람 손에 잡히지 않는 한 천국에서 살 수는 없다.
환기를 다 시키고 창문을 닫기 위해 이제 그만 나가라고 하니 침대 밑으로 들어가 버린다. 막대기로 겨우 끄집어내서 밖으로 내놓고 창문을 닫았다. 어쩔 수 없다.
눈 쓸기
밤새 사락사락 눈이 내렸다. 밖에 나가니 아직도 눈이 내리고 있고 부지런한 웅이 할머니가 벌써 집 앞 눈을 쓸어 길을 내 놓으셨다. 나도 급한 대로 우선 현관 앞에서 대문까지 눈을 쓸어 길을 낸다.
자동차 외부 온도가 영하9도이다. 시동을 걸고 의자에 앉으니 얼마나 차가운지 빙판에 앉은 느낌이다. 빨리 빨리 빨리 열선아 달구어져라... 엉댕이 동상 걸리겠다. 히터는 엔진 온도가 올라가야 따뜻한 바람이 나오는데 오늘 같은 날엔 시간이 좀 걸린다.
오래 전에 스리랑카에서 온 외국인과 한 6개월 정도 짝이 되어서 일한 적이 있었다. 평생 눈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그 친구 첫 눈을 보고 눈을 잡으려고 강아지처럼 뛰면서 즐거워했었다. 그리고는 생전 처음 경험하는 추운 날씨에 온 몸을 부르르르 진동하던 기억이 난다.
눈이 온 날은 세상이 차분해진다.
추운 건 싫어
오늘은 기온이 정말 차갑다. 온도계를 확인해보지 않아서 잘은 모르겠지만 체감 온도가 영하 10도를 훨씬 넘어간 것 같다. 햇볕이 나서 눈은 버글버글 녹는데 찬바람이 쌩쌩 불어 밖에 나갈 수가 없었다.
이런 날은 그냥 방안에 콕 박혀서 난로 피워놓고 커피 마시며 책을 읽는 게 가장 상책이다. 이상호 목사님의 시집 <양지마음> 수정 편집을 다 끝내고, 인터넷으로 구입한 이장원 목사님의 책 여섯권을 우체부가 가지고 와 책상에 쌓아 놓으니 세상 부러울 것 없이 행복하다.
창고에서 잘 익은 홍시 두어 개 골라 쪽 빨아먹었다. 교회 김장하러 간 아내가 남편을 위해 챙겨온 수육을 김치에 싸 먹으니 기가 막히다.
오랜만에 늘어지게 자고 일어난 밝은이와 한바탕 격렬한 토론(?)을 하고 창 밖에서 기웃거리는 새끼 고양이와 장난도 치고
무지 추운 겨울 한 날이 이렇게 저물어간다.
이발
우리교회 최숙현 집사님은 경력 20년의 베테랑 미용사이시다. 지금은 은퇴하였지만 한 달에 한 번씩 교회에서 미용봉사를 하신다. 어르신들은 5천원 그 외에는 1만원씩 받아서 구제헌금으로 사용한다.
그런데 지금까지 내가 만난 미용사 중에 가장 내 마음에 쏙 들게 내 머리를 잘 다듬으신다. 아내도 너무 마음에 들어 한다. 앞으로 매월 미용 봉사 주일을 놓치지 말고 교회에서 머리를 깎으라고 한다.
사실 내 머리통은 좀 괴상하게 생겨서 어떻게 깎아도 폼이 안 난다. 조금만 실수를 하면 도토리 껍데기를 씌워놓은 것처럼 돌쇠머리가 되고 만다. 그래서 가능하면 “군인처럼 짧게 깎아 주세요.”
그런데 최집사님 “장교 머리로 만들어드리겠습니다.” 정말로 이등병 까까머리에서 근사한 장교머리로 신분상승 시켜주셨다. 와우~ 담에는 장군 머리로 부탁해요. ⓒ최용우
원래 고양이들에겐 야성이 있어 밖에서 사는 것이 더 자연스러운데
문제는 목사님의 마당은 길고양이들의 영역이 된 것 같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밖에 내 놓고 길르는 것은 문제가 아닌데 문제는 다른 고양이들입니다.
고양이 세계도 인간의 세계와 비슷합니다. 영역다툼이 엄청납니다.
어미가 새끼를 물어죽이는 일도 다반사로 일어납니다.
밖에 고양이 집을 지어 놓고 이 고양이가 이 집의 주인이라는 영역표시를
확실히 해 주고 주인이 당분간은 엄청나게 편애를 하셔야 합니다.
길고양이들에게 냉정하게 대하시고 이 고양이가 이 집의 주인이라는 인식을
심어주고 다른 길고양이들이 그걸 인식하고 받아들이기 전까지 해야 합니다.
그렇게 확실한 서열이 정해지기 전까지는 밖에서 살기 힘듭니다.
창문에다가 ''발닦고 들어오기, 냄새 사절~''
그렇게 써놓으면 어떨까? 라는 생각이..ㅋㅋ
(잠시 헛소리를 지껄였습니다.ㅎㅎ)
두번째 사진을 보며..
눈의 운명을 잠시 생각해 보았습니다.
감위에 살포시 내려앉아 홍시를 먹음직스럽게 보이게 하는 눈들이 있고,
대문앞에 내려앉아 쓸리는 눈들의 운명을..^^
세번째 글중..
수육과 김치를 보며 눈오는 어느날..
막걸리와 함께 하는 수육과 김치..
날잡아서 한번 먹어보고 싶네요.
군침이 스읍~~ 돕니다.ㅋ
네번째 사진과 글을 보며..
저도 그분께 제 머리를 한번 맡겨보고 싶네요.
곱슬머리땜에 미용사들이 짜증내는 머리라서..ㅎ
글고 최용우님 머리(통?)를 한번 보고싶다는 궁금증이..^^
사진과 글로 보는 네 장면이 가슴 뭉클하게 하네요.
저런 순간이 바로 시 사건이겠지요.
(나이가 들수록 시인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더 간절해집니다.
주제 파악을 못하는 거지요.)
세번째 눈속의 홍시 사진은 더 마땅한 사진이 발견되지 않은 한
다음 대림절 셋째 주일 대구샘터교회 주보 표지로 삼을까 합니다.
고양이 조언을 부탁드립니다.
저의 큰 딸이 1년반 전에 새끼 고양이를 데려다가 키우더니
대구로 나가서 원룸에 사느라 고양이를 우리에게 맡겨놓더니
얼마 전에 데리고 갔다가 다시 데려다 놓았습니다.
사정인즉은 피부과에 가서 검사를 했더니 고양이 알레르기가 심하다네요.
아내나 나나 다 이런저런 일로 고양이와 놀아줄 형편이 되지 못하고
그냥 방에 가둬놓고 키우고 있으니 마음이 영 편치 않습니다.
고양이가 감옥살이 하는 거니까요.
원하는 사람이 있으면 데려다줄까 생각하다가
그럴 분도 찾기 힘들기도 하지만 그러지 말고
마당에서 키울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말이 길어졌는데 질문의 핵심은요,
집에서 키우다가 밖에서 키워도 고양이가 적응할까요?
하루에 한번 먹이와 물은 주고 따뜻한 집은 마련해주고
마당과 여기저기 쏘다니면서 멋지게 살게 해주고 싶습니다.
요즘도 길고양이에게 먹이를 주고 있어요.
길고양이와 우리집 고양이가 마당에서 싸우지는 않을는지.
일단 마음을 그렇게 굳혔는데
최용우 님의 고견을 듣겠습니다.
그리고 세종시에서 우리집까지는 200킬로 거리라서
보통 속도로 달려와도 2시간이면 충분할 겁니다.
그쪽 네비는 구형이라서 아마 상주에서 영천,
그러니까 우리집 5분 거리의 톨게이트인 북안IC까지
뚫린 고속도로를 인식하지 못해서 대구로 우회하게 할 겁니다.
<매일묵상>은 다음 주 초에 급행 택배로 보내드리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