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비안들의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 부담없이 서로의 생각과 이야기를 나누는 공간이 되었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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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마시고 새벽에 들어와서 쓴 글입니다. 술을 마시고 쓴 글이라 솔직해 보이긴해도 다소 풀어진 듯한 느낌이 조금 걱정은 됩니다. ㅎㅎ
술에 취하고, 이 새벽에 앉아 글을 쓰고 있네요. 취하니까 글이 더 쓰고 싶어집니다.
지난 일주일 사이에 중대한 문제들이 터졌어요. 열라 강의를 팔러 다니는 5-6개의 대학 중에서 가장 저의 가치를 인정했는지는 몰라도 그래도 섭섭치 않게 강의료를 줬던 학교가 결국 본교 문제의 중압감 때문에 분교를 포기하기로 결정을 내려 버렸습니다. 무슨 말이냐구요. 학교가 문을 닫는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러니까 제 수입의 상당 부분이 사라진다는 의미이죠.
그런데 2번째로 저의 가치를 인정하는 듯 보이는 한국계 학교의 이사장이 저에게, 오늘 교직원들 연말 파티가 있으니 꼭 참석하라 해서, 첫 번째 학교가 위험하다 보니 두 번째 학교에 잘 보여야 한다는 위기감 때문이었는지, 아님 평소에 저를 궁휼하게 보는 그 이사장님의 따뜻함에 대한 보답 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파티장에 시간 맞추어 도착하고, 평소보다 더 열심히 맛깔라게 밥도 먹고, 벽 하나 가득 채운 멀티 스크린에 뜨는 노래 가사에 따라 정말 최선을 다해 노래도 했습니다. 한국의 노래방 분위기를 제대로 살려가며, 진짜 무대에 선 가수처럼 허리 돌려가며 춤까지 동원시키면서 열렬히 노래를 해 제꼈지요. 술 기운인지는 몰라도 박자 맞추기가 좀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소리 하나는 무지막지하게 질러 댔습니다.
나이 오십이 다 돼서 전 중대한 결정을 했지요. 마치 노처녀의 순결처럼 술 담배를 안 하는 것을 무척이나 자랑스럽게 여겼던 저의 금주와 금연 중에서 금주에 대한 긴장을 풀어 버렸었지요. 제가 술을 먹는지 안 먹는지, 저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는 그런 파티에서 여기저기서 저에게 술을 권할 때 마다 참… 그걸 자연스럽게 넙죽 받아 먹는 제가 슬퍼 보이기도 하구요. 저에게 술을 권하는 그 사람들에 대해서 “아니 이 사람들이 날 뭘로 보고” 와 같은, 분노 비스무레한 섭섭함이 은근하게 느껴지더라구요. 사람 마음이 정말 그렇더라구요.
시골에서 농사 짓고 자랐던 아주 정감가는 목사님이면서 동시에 학생인 분이 시골에서 완전 무공해로 만든 수제 막걸리가 있다며 한 잔 가득 따라 주면서, 나머지를 몰래 살짝 숨기면서 집에 갈 때 가지고 가라면서 귀속말로 속삭입니다.
노래는 김현식의 ‘골목길’을 불렀습니다. 잘 불렀다고 심사위원이 2등상을 줬어요. 1등상은 학부 때 성악을 전공했다던 다른 교수가 받았구요. 그 교수 상품이 제 상품 보다 2배 정도 더 커 보였습니다. ㅋㅋㅋ 제 상을 열어보니 참 내… 샴페인이네요.
오늘 파티가 있었던 그 식당을 나서면서 제 손에 걸린 종이가방을 살펴 보았습니다. 반쯤 남은 수제 막걸리 큰 통 하나, 얼마나 고급인지를 알 수 없는 샴페인 병 하나, 그리고 누군가 말도 없이 슬쩍 넣어 둔 따지 않은 맥주 병 하나, 이렇게 탁주, 포도주, 맥주가 골고루 들어 있었어요.
인생 참 재밌어요. 제 인생에, 순전히 술로 다가 꽉 채워버린 이렇게 무거운 종이가방을 들고 나오면서, 자동차 문을 열 때 음주 운전 단속 걱정을 다 하게 될 줄은 정말,
“예전엔 미쳐 몰랐어요.”
시인 이태백의 시가 생각납니다
세상살이 꿈이 아니던가
어찌 그리 곤하게 살아감인가
그래서 종일 취하는 까닭인 듯.
한 해가 저물어가는 이 때,
감성충만하신 님의 영육에 주의 축복이 함께 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