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비안들의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 부담없이 서로의 생각과 이야기를 나누는 공간이 되었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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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일에 서울에 올라갔다가 하룻밤 자고 월요일 낮 12시에 세 명의 누이들과 점심 약속이 있어서숙소인 여의도에서 지하철 2호선 건대역까지 갔습니다. 오전 날씨가 쌀쌀했지요. 일단 버스 타고 왕십리까지 가서 지하철로 환승했습니다. 건대역 5번 출구로 나와 바로 건너편의 약속장소인 롯데백화점에 도착하니 30분이나 시간이 남았습니다. 밖에서 기다리자니 춥고 해서 백화점 안으로 들어가서 30분동안 조용이 있을 장소가 없나 찾아보았습니다. 일단 화장실을 찾아 2층으로 올라갔습니다. 볼일을 보고 화장실 입구로 다시 나오니 안락한 의자가 보이는 겁니다. 이게 웬일이냐 싶어서 그 자리에 앉아서 책을 손에 들었습니다.
교사와 판사를 비판하는 내용이 재미있게 묘사되어 있는 대목입니다. 토마스 베른하르트의 <소멸>이라는 책입니다. 서울에서 하룻밤 묵을 때는 성경만이 아니라 다른 책도 한권 들고 갑니다. 컴퓨터를 할 수 없어서 책이라도 읽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소멸>이라는 책은 아주 독특한 문체와 내용으로 되어 있습니다. 보통 소설에는 스토리가 중요한데, 이 작가는 스스로 스토리 파괴자라고 합니다. 그건 그렇고, 책을 30분 동안 편안하게 읽을 수 있는 장소가 백화점 화장실 앞이라는 게 좀 이상하지요? 실제로 그렇습니다. 손님이 거의 없는 카페 같은 분위기였습니다. 그 자리를 얻은 게 횡재이지요. 사진 몇장을 보세요.
의자와 탁자가 나를 위해서 이미 오랜 전에 그것에서 기다리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마음 같아서는 탁자 위에 커피라도 한잔 올려놓고 싶었습니다. 아래는 좀더 멀리서 잡은 장면입니다. 유리창 안쪽의 진열대에는 여성용 명품 가방이 전시되어 있네요.
바로 앞면에는 엘리베이터 승강장입니다. 2층이라서 이 문이 열리 가능성은 별로 없습니다. 아주 조용했습니다. 왼편으로는 여자 화장실이 있고 오른쪽으로 남자 화장실이 있습니다. 남자 화장실 입구 사진은 아래입니다. 내가 여기서 30분 동안 머물러 있는 동안에 앞으로 지나간 사람은 단 두 사람입니다. 한 사람은 화장실에 들어갔고, 다른 한 사람은 비상계단을 찾는 사람이었습니다. 그 사람은 나처럼 촌에 왔는지 방향 감각이 없어보여서 비상계단 방향을 알려주었습니다. 아주 짧은 시간이지만 아주 즐거운 순간이었습니다. 롯데백화점 관계자에게 감사드려야겠군요.
오...세상에...저도 그 자리에서 앉아 있었습니다.
왜 기억하냐면 빨간의자 때문입니다.
큰딸이 건대 대학입시 실기시험을 보러 함께 올라왔다가
딸은 학교 안에서 시험을 치루고, 저는 밖에서 돌아다니며 끝나기를 기다리가가
롯데백화점 들어가서 어디든 앉아있을 곳을 찾하 헤맵지요.
그리고 2층 목사님이 앉았던 그 자리에 앉아서 졸았던 기억이 납니다.
세상은 참 넓고도 좁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