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적 시선 [4]
10월28일 공적 시선 한국 물리학회 정기 학회가 열리는 자리에 목사가 초청받아서 창조를 주제로 강의, 또는 설교를 한다고 상상해보자. 거기 모인 사람들은 빅뱅과 우주 팽창설과 초끈이론과 인공지능을 연구하는 사람들이다. 목사는 그들처럼 우주와 물리의 세계에 대해서는 아는 게 많지 않지만, 그리고 그들이 그런 걸 목사에게 원하지 않겠지만, 성서가 말하는 세계와 우주와 그 기원과 완성에 대해서 오늘날 밝혀진 과학 이론에 어긋나지 않도록, 그러나 고유한 방식으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무로부터의 창조’와 요한계시록이 ...
종교 사업가 [5]
10월27일 종교 사업가 미국의 한인 교회 목사들의 가장 큰 기능은 주로 새로 이민 온 사람들의 정착을 돕는 것이라는 말을 자주 들었다. 2천 년대 들어와서는 새로 이민 오는 사람들이 많지 않겠지만 그 이전에는 많았다. 일주일에 서너 번씩 비행장에 픽업하러 가곤했다는 것이다. 지금도 한인 교회 목사들은 신자들을 관리하고 교회를 경영하는 일에 자신의 열정을 다 바칠 것이다. 한국교회도 크게 다르지 않다. 수많은 프로그램과 조직을 꾸리기에 바쁘다. 기독교라는 상품을 포장 잘해서 구매하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하는 일들이다. <...
잃어버린 전망 [6]
10월26일 잃어버린 전망 한국 기독교인들이 신앙생활에서 어려움을 느끼는 이유 중의 하나는 교회 안에서의 경험과 세상에서의 경험이 이원론적으로 분리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교회는 개인적으로 위로를 받기 위해서 나가는 것으로 받아들인다. 몸이 아플 때 기도로 고침을 받는다거나, 실연을 당했을 때 배신감을 극복할 수 있으면 충분한 것이다. 자신의 개인적인 일들이 신앙생활로 잘 풀리면 더 좋다. 이런 이들이 필요로 하는 목사는 교회 경영을 잘 하고, 신자들을 인격적으로 대하고, 상담을 잘 하면 더 좋고, 신자들을 위해서 밤...
공공신학 [21]
10월25일 공공신학 나는 가끔 기독교 출판사에서 보내주는 책을 받는다. 저자가 소개하는 경우도 있고, 출판사가 필요에 따라서 보내는 경우도 있다. 아마 내가 신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기도 하고 여러 매체에 글을 쓰기도 하니까 그렇게 하는 것 같다. 사실은 이제 나이도 들고 해서 신학교 강의도 나가지 않고, 매체에 글도 잘 쓰지 않는다. 기껏해야 대구성서아카데미에 글을 쓸 뿐이다. 어쨌든지 보내주는 책들은 고맙게 받아서 최소한 차례와 머리글만은 읽는다. 그러다가 구미가 당기면 책 전체를 읽는다. 그런 책들이 손에 들어...
대구샘터교회 주간일지 [3]
대구샘터교회 주간일지 10월23일, 창조절 여덟째 주일, 10월23일 1) 저는 아내와 함께 9월19일에 출발해서 10월20일에 돌아오는 한 달간의 안식월 독일 여행을 마쳤습니다. 교우들의 기도와 염려 덕분으로 아무런 사고 없이 여행을 잘 마칠 수 있었습니다. 그동안 독일 교회 예배에 회중의 한 사람으로 참석하다가 오늘(10월23일) 설교자로 서니 부담감도 컸고, 기쁨도 컸습니다. 우리말로 예배를 드린다는 게 이렇게 편안한 건지 새삼 더 절감했습니다. 찬송도 그렇습니다. 독일 교회에서 회중들은 찬송을 부르는 둥 마는 둥 합니다. 주로...
요엘의 설교 [6]
10월22일 요엘의 설교 나는 한 달 동안 설교자가 아니라 회중으로 살다가 어제와 오늘에 걸쳐서 내일 전할 설교를 준비했다. 한 달이면 아주 짧은 시간인데도 뭔가 설교 준비를 한다는 게 낯설게 다가왔다. 노래하는 이들도 매일 연습하지 않으면 목소리가 달라진다고 하는데, 한 달간 쉬었으니 설교자로서의 자세가 흐트러진 것은 분명하지 않은가. 그렇다고 손을 놓은 수는 없어서 강단에 서기는 하지만 설교가 제대로 될지는 모르겠다. 본문은 요엘 2:23-32절이다. 영을 부어준다거나 자녀들이 장래 일을 말할 것이라거나 여호와의 크고...
시적인 것, 극단적인 것 [4]
10월22일 시적인 것, 극단적인 것 황현산의 시화집 <우물에서 하늘 보기> 머리말에 나오는 한 단락을 여기에 그대로 인용한다. 이게 내 마음을 울리는 이유는 일단 인용하고 설명하겠다. 인용문을 읽으면 내 설명이 필요 없게 되기를 기대한다. 시를 쓰거나 읽는 사람들에게 “무언지 모를 극단적인 것”이란 말은 빈말로 들리지 않는다. 시는 늘 우리에게 이 세상의 시간이 아닌 것 같은 다른 시간을 경험하게 한다. 시를 쓰게 하는 힘도 읽게 하는 힘도 거기서 비롯한다. 나는 오랫동안 시를 비평해오면서 무언지 모를 이 극단적인 것에 관...
여행(43)- 여행을 마치고... [14]
여행을 마치고 여행 이야기를 너무 오래 했지요? 이제 마무리를 해야겠습니다. 독일 시간으로 19일 오후 2시에 베를린 테겔 공항에서 비행기를 타고 뮌헨에 가서 환승한 후 한국 인천 공항에는 예정된 시간과 딱 맞게 한국 시간으로 20일 오전 9시30분에 도착했습니다. 집에 오니 저녁 4시 조금 넘었습니다. 베를린 숙소에서 떠난 시간부터 계산하면 꼬박 24시간이 걸렸습니다. 갈 때보다 올 때가 시차 적응이 더 어려울 것 같습니다. 갈 때는 늦은 밤에 도착해서 그냥 자면 다음 날부터 활동하는데 아무런 지장이 없었습니다. 올 때는 시...
여행(42)- 부흐 베를린 [5]
10월18일(화)- 부흐 베를린 오늘밤만 자면 이제 베를린을 떠납니다. 루프트한자에서 메일로 내일 출발한다는 소식이 왔습니다. 테겔 공항에서 2시에 출발해서 뮌헨에 3시10분에 도착합니다. 뮌헨에서 환승해야합니다. 아마 오후 4시5분 출발해서 다음날 오전 9시30분(한국 시간)에 인천공항에 도착하게 될 것입니다. 비행 조건에 따라서 1시간 연착할 수 있다고도 합니다. 인천공항에서 케이티엑스를 타고 집에 도착할 수 있겠지요. 그때부터 한 달 동안 멈췄던 저의 일상이 다시 시작됩니다. 기대가 됩니다. 오늘 저녁부터 여기 인터넷이 ...
여행(41)- 베를린 한인식당에서 [2]
10월17일(월)- 베를린 한인식당에서 오늘 아침에 집사람과 제가 동시에 눈을 떴습니다. 보통 때는 제가 먼저 일어납니다. 베를린으로 다시 돌아온 탓에 집사람이 숙면했기 때문인지, 또는 거꾸로 한국으로 돌아갈 날이 다가와서 일찍 잠이 깬 건지도 모릅니다. 지금까지 묵은 숙소 중에서 이번에 얻은 숙소가 가장 조용합니다. 마을 끝자락에 자리하고 있어서 한쪽을 제외하고는 주변이 온통 숲과 밭입니다. 지역 자체가 한적한 곳입니다. 지역의 역사에 관해서는 아는 바가 없지만 느낌만으로 보면 뿌리가 있는 지역으로 보입니다. 통독 ...
여행(40)- 베를린 외곽 [10]
10월16일- 베를린 외곽 다시 베를린으로 돌아왔습니다. 여기 한 팡시온에서 3박을 할 예정입니다. 뮌스터에서 11시20분에 출발해서 이곳에 저녁 7시에 도착했습니다. 중간에 휴게소에서 밥 먹고 주유 한 1시간을 빼더라도 7시간 가까이 운전을 한 셈입니다. 고속도로 중간 도로 공사 구간에서 2시간 이상 교통 정체가 일어났습니다. 내비가 그걸 알려주면서 우회할 수 있는 길을 안내해주더군요. 그 안내에 따라서 고속도로를 빠져나와 국도로 우회했지만 별로 큰 소득은 없었습니다. 그 길도 밀리는 차를 감당할 수 없었으니까요. 여러 우...
여행(39)- 뮌스터 [9]
10월15일- 뮌스터 여기 시간으로 15일(토) 밤 9시30분인데, 벌써 졸리기 시작하는군요. 여행일지 쓰기를 다 마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내일 뮌스터에서 예배를 드리고 베를린까지 가려면 오늘 충분히 잠을 자야하겠지만, 지금부터 누울 수는 없는 노릇 아니겠습니까. 지난 10월4일에 베를린을 떠난 뒤로는 강행군의 연속입니다. 하이데나우, 인스부르크, 바덴바덴에서 각각 3박4일 씩 머물렀고, 13일 뤼데스하임에서 1박, 14일 쾰른에서 1박을 했고, 그리고 오늘 15일 뮌스터에서 1박 하고 있습니다. 베를린에 내일 저녁에 도착해서 3...
여행(38)- 쾰른, 위기 모면 [6]
10월14일- 쾰른, 33년 전으로! 어젯밤에는 잠을 설쳤습니다. 기찻길이 바로 옆이었습니다. 제가 ‘기찻길 옆 오막살이 우리 아기’가 못 되어서 기차 소리를 자장가로 들을 수 없었습니다. 더 큰 문제는 보일러 라지에타 물 흐르는 소리였습니다. 작은 또 하나의 문제는 보일러 상태가 나빠서 추웠다는 겁니다. 그래도 그럭저럭 몸을 뉠 수 있었다는 사실만으로도 감사한 일이지요. 16년 전 전 가족이 함께 다닐 때는 승용차 안에서 네 명이 쪽잠을 잔 적이 몇 번 있었고, 야영장 텐트 속에 누워서 알프스 눈 녹은 물이 내는 폭포 소리에 뜬 ...
여행(37)- 뤼데스하임 [5]
10월13일- 뤼데스하임 여기 시간으로 13일 밤 10시입니다. 바덴바덴에서 10시에 체크아웃 하고 차를 몰아 천천히 뤼데스하임으로 왔습니다. 라인강을 끼고 있는 뤼데스하임은 포도 생산지로 유명합니다. 제가 사는 영천도 포도 생산지로 유명한데, 이곳과는 몇 가지 차이가 있네요. 영천 포도 농사는 대다수가 평지에서 이루어집니다. 그런데 여기서는 경사진 언덕에서 이루어집니다. 어떤 곳은 도저히 포도 농사는 말할 것도 없고 사람이 서 있기도 어려울 정도로 급경사가 졌습니다. 영천 농사꾼들은 포도나무 위에 비닐 천막을 칩니다. ...
여행(36)- 스트라스부르 주차 [8]
10월12일- 스트라스부르 오늘은 사연과 우여곡절이 많은 날이었습니다. 그걸 다 적으려면 책 한권으로도 부족할 겁니다. 과장해서 한 말이긴 하지만, 말이 안 되는 말을 한 건 아닙니다. 고생이 많았다는 말인데, 그래서 더 오래 기억되는 날이 될 수도 있겠지요. 그나저나 한국으로 돌아갈 날이 점점 다가오는 군요. 오늘이 수요일이니 일주일만 있으면 귀국 비행기를 탑니다. 그 순간을 기다리면서 일주일을 잘 버텨내야겠습니다. 어제 바덴바덴 시내를 걸으면서 집사람이 이렇게 말하더군요. 긴 여행으로 인한 체력적인 부담과 집 생각...
여행(35)- 영화 찍기 [6]
10월11일 늦은 저녁을 숙소에서 먹고 잠시 밖에 나가 하늘을 보다가 방금 들어왔습니다. 한창 텔레비전을 보고 있는 집사람에게는 말하지 않았습니다. 말해도 ‘이렇게 춥고 늦은 밤에 나가는 거 싫어. 당신 혼자 갔다 와.’ 할 테니까요. 우리가 묵고 있는 곳이 바덴바덴 시에서 제법 떨어진 곳으로 처음에는 알았는데, 실제로는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았더군요. 이 동네에서 가장 높은 언덕에 있습니다. 언덕 정상인 셈이지요. 그 위로는 집이 없고, 야산이 이어집니다. 그 너머로 더 가면 공동묘지가 나옵니다. 구름 사이로 달빛이 조금 ...
여행(34)- 바덴바덴 [5]
10월10일 오늘도 길게 운전했습니다. 인스부르크에서 바덴바덴까지 420킬로미터 정도 되는데, 중간 휴게소에서 점심 먹고 경관 좋은 산골 마을 구경도 하면서 천천히 오니까 도합 7시간 걸렸습니다. 앞으로 네 번 더 긴 운전을 해야 합니다. 세 번은 2시간 내외이고 나머지 한번은 오늘보다 더 긴 거리입니다. 이렇게 짧은 시간 안에 이렇게 긴 거리를 운전한 게 저에게 이번이 처음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여러 종류의 길을 달렸습니다. 독일에서 가장 번화한 베를린 시내, 넓은 평야 지대, 산골 좁은 길, 알프스 높은 산길 등등, 여러 모...
여행(33)- 생태공원 카르벤델 [9]
10월9일 지금 여기 시간으로 10월9일 밤 9시30분입니다. 오전에 교회 다녀온 이야기는 앞에서 사진으로 다 말씀드렸습니다. 사진을 올릴 때는 좀더 할 말이 있었는데, 지나고 보니 그 느낌들이 다 사라졌네요. 생각과 느낌은 요정과 같아서 떠오를 때 붙잡아놓지 않으면 어느 사이엔가 획 하고 날아가 버립니다. 교회가 마음에 들었습니다. 만약 이곳에서 제가 몸 담고 살아야 할 경우라고 한다면 이 교회에 정식으로 등록할지 모릅니다. 교회당은 그냥 아담합니다. 예배 참석 숫자는 40명이 될까 말까 합니다. 우리의 기준으로 보면 숫자...
여행(32)- Auferstehungskirche [5]
지금 막 교회에 다녀왔습니다. Gutshofweg 8번지에 있는 '부활교회'입니다. 어제 미리 확인한 곳이라서 찾아가기가 어렵지 않았지요. 한달 짜리 여행 중에 이번이 세번째 주일이고 교회 탐방인데, 가장 괜찮았던 시간이었습니다. 사진으로 설명을 드리지요. 예배 시작 5분 전에 도착했습니다. 입구 로비에서 목사와 안내위원이 우리를 맞이했습니다. 다른 교회와 마찬가지로 강단에는 의자가 없습니다. 대구샘터교회의 강단과 똑같습니다. 서로 반갑다고 인사하는 하는 사람들은 있습니다. 성경봉독과 성찬을 집행하는 탁자에 어떤 여자분...
여행(31)- 어둠침침 [3]
요즘 여기 날씨가 엉망입니다. 하이데나우에 온 다음날(5일)부터 비가 자주 뿌립니다. 구름은 계속 낮게 떠있구요. 어둠침침입니다. 이런 날씨는 여행객들에게 반갑지 않습니다. 오늘 인스부르크 둘째 날에도 비가 오락가락했지만 돌아다니는데는 크게 지장이 있지 않았습니다. 오늘은 사진을 몇 장 소개하는 것으로 글쓰기를 대신하겠습니다. 오전에 가까운 마켓에서 장을 보는 것으로 시작해서 인스부르크 중앙역 인포에 가서 시내 간략 지도를 1유로에 사고 점심을 간단하게, 아니 거하게 먹은 뒤 시내골목을 천천히 걷다가 저녁 때 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