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과상 [23]
이런저런 일로 기회를 놓치고 있다가 6일만에 오늘 테니스 장에 나갔습니다. 둘째 딸 20분 동안 레슨 해주고 동호회원들과 게임을 했습니다. 요즘 테니스 감각이 좋아졌습니다. 평소에도 늘 생각하고 있던 부분을 좀더 확실하게 몸으로 느끼게 되었습니다. 테니스가 아주 미세한 운동이라서, 다른 운동도 사실은 비슷하지만 아주 작은 느낌으로 운동 능력에 큰 차이를 보입니다. 1) 백스윙부터 팔로우스윙까지를 한 묶음으로 처리한다. 부드럽게. 2) 라켓을 밀지 말고 휘두른다. 임펙트 지점에서 가장 큰 힘이 작용하도록. 3) 공만 끝가지 ...
세상의 비밀 [7]
9월7일 세상의 비밀 지난 설교에서 하나님 나라를 절대적인 차원에서 이해하기 위해 필요한 하나의 관점을 설명하면서 ‘절대적인 비밀이 곧 하나님입니다.’라고 말했다. 이 말을 이해하려면 세상이 비밀이라는 사실과 그것이 곧 하나님이라는 사실을 함께 생각해야 한다. 성서를 기록한 사람들도 다 이런 방식으로 생각했다. 하나의 점이 아주 짧은 수간에서 폭발하면서 대부분의 우주가 형성되었다는 빅뱅 개념을 통해서 우리는 이 세상이 우리의 인식을 뛰어넘는 방식으로 시작되었다는 물리학적 통찰을 배운다. 마치 해바라기 씨앗에서 ...
똥통을 치우며... [9]
9월6일 똥통을 치우며... 며칠 전 9월20일까지 정화조 청소하라는 공문 엽서를 영천시 위생과로부터 받았다. 온라인 천지에서 엽서를 받으니 정겨웠다. 어제(9월5일) 오전에 거기 적힌 대행 회사에 전화를 했다. 전화 받는 태도가 무뚝뚝하기 그지없다. 독점 사업이라 그런가, 하고 그냥 용건만 말했다. 오늘 오후에 정화조 청소 됩니까? 오늘은 안 됩니다. 그럼 내일 와주세요. 거기 주소를 대세요. 북안면 대원당길 111입니다. 그런데 사정이 있어서 그러니 내일 오전 9시 지난 시간에 와주세요. 알았심다. 9시 이후를 말한 이유는 그렇...
'미워하라.' [5]
9월5일 ‘미워하라.’ 어제 설교의 성경 본문에는 ‘미워하라.’는 말이 반복된다. 자기 목숨까지 미워하라고 했다. 십자가를 지라거나 소유를 버리라는 말도 다 미워하라는 말과 다를 게 없다. 이런 표현을 가장 싫어하는 사람은 생(生)철학의 대표자인 니체일 것이다. 그의 관점에서 보면 기독교의 이런 자기 부정은 생을 말살시키기 때문이다. 기독교가 오랫동안 그런 비판을 받아 마땅한 태도를 취했다. 청교도들의 도덕주의 영성은 자기를 부정하는 데서 출발한다. 금욕과 자학이 구원에 이르는 길이라고 보았기 때문이다. 토마스 아 켐피...
주간일지, 9월4일 [3]
대구샘터교회 주간일지, 9월4일, 창조절 첫째 주일 1) 오늘은 성찬 예식이 거행되는 주일이었습니다. 설교가 들리는 하나님의 말씀이라고 한다면, 성찬은 보이는 하나님의 말씀입니다. 예배의 핵심 요소는 바로 이 두 가지, 즉 설교와 성찬입니다. 저는 성찬 예식을 거행할 때마다 두렵고 떨리는 마음을 금하지 못합니다. 두 가지 점에서 그렇습니다. 첫째는 빵과 포도주가 바로 예수 그리스도의 몸과 피라는 사실을 실질적으로 이해해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성찬 집행자인 목사가 이 사실을 어렴풋하게 알고 있으면 성찬의 의미는 대폭 축...
이 뭐꼬? [9]
9월3일 이 뭐꼬? 신학대학교 다닐 때부터, 아니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로 더 어릴 때부터 ‘이 뭐꼬?’라는 화두는 내게서 떠나지 않았다. 정신없이 어떤 일에 빠져 있을 때 말고는 늘 그랬다. 아마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오늘 비가 그친 저녁 무렵부터 밀린 숙제를 해치우듯이 마당을 정리했다. 흙이 비에 젖어 잡초 뽑기가 좋았다. 손으로 뽑히는 건 손으로 뽑고, 안 되는 건 호미로 뿌리를 치면서 뽑았다. 기계적인 동작이지만 온몸으로 사물과 접촉하는 즐거움이 컸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어둠이 찾아들었다. 그 순간의 미...
초청 거절 [1]
9월2일 초청 거절 눅 14장에는 잔치와 식사 초대에 대한 이야기가 연속적으로 세 가지 나온다. 앞의 두 가지가 설교 본문이었다. 세 번 째 이야기는 앞의 두 이야기보다 더 강렬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어떤 사람이 잔치를 열고 미리 초청장을 보냈던 이들을 시간에 맞춰서 데리러 종들을 보냈다. 그들은 다 참석할 수 없는 핑계를 대고 점잖게 거절했다. 나는 밭을 샀으니 거기 가봐야겠다. 나는 열 마리 소를 샀다. 나는 장가를 들었다. 다 즐겁고 행복한 일들이다. 이런 일들을 우리는 인생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보다 더 ...
하나님의 보상 [4]
9월1일 하나님의 보상 ‘의인들의 부활 시에 네가 갚음을 받을 것이라.’는 예수님의 말씀을 설명하면서 나는 하나님의 생명에 참여하는 것보다 더 큰 보상이 없다고 말했다. 이 말이 그럴 듯하게 들리겠지만 실감하기는 어렵다. 우리는 보통 보상을 계량적으로 생각한다. 1억 원, 집 한 채, 승진 등등이다. 수험생들도 시험에 합격하는 걸 보상으로 여긴다. 사람들과의 관계에서는 그런 것들을 보상으로 여길 수 있지만 하나님과의 관계에서는 그런 논리가 통용될 수 없다. 그런 것들은 다 상대적인 것이기에 절대자이신 하나님과의 관계에...
민폐 [1]
8월31일 민폐 지난 설교 본문 눅 14:14절은 우리를 아주 불편하게 하는 내용이다. 갚은 능력이 없는 사람들에게 베풀라고 하면서, 그것이 오히려 복되다는 것이다. 세상의 작동 원리와 위배되는 가르침이다. 이런 식의 말씀은 도덕군자나 극단적인 휴머니스트에게나 가능하지 일반 사람들에게는 거리가 멀다. 난민, 탈북자, 동남아 노동자, 극빈자, 노숙자들과 깊은 관계를 맺고 살려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물론 테레사 수녀 등에서 보듯이 그런 이들이 없지는 않지만, 그런 이들은 드물다. 개인적 차원에서도 민폐와 비슷한 수준의 ...
하나님과의 관계 [5]
8월30일 하나님과의 관계 ‘무릇 자기를 높이는 자는 낮아지고 자기를 낮추는 자는 높아지리라.’(눅 14:11)는 경구가 가리키는 핵심은 인간의 삶과 운명이 하나님과의 관계에서 결정된다는 사실이다. 하나님과의 관계라는 말이 손에 잡힐 듯하면서도 잘 잡히지 않는다. 설교 시간에 대충 말했지만 여기서 보충하겠다. 이 문제도 결국은 하나님 경험과 연결된다. 하나님을 어떤 존재로 인식하는지, 자기 삶에서 어떻게 경험하고 있는지와 관계된다. 가정에서도 자녀들이 어머니와 아버지를 어떤 존재로 인식하고 경험하는가에 따라서 그 관계...
신앙과 교양 [2]
8월29일 신앙과 교양 지난 설교의 성경 본문인 눅 14:1, 7-14절에는 읽기에 따라서 상투적으로 보이는 이야기가 두 편 나온다. 하나는 잔치에 초대받았을 때 낮은 자리에 가서 앉으라는 이야기다. 그 대목을 설명하면서 나는 예수의 가르침을 교양과 처세로 읽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설교 시간에 자녀를 지혜롭게 키우는 법이나 부부가 화목하게 사는 법에 대해서 말하는 설교자들이 있다. 몇몇 교육학 이론이나 상담 이론에 근거해서 자신들의 논리를 펼친다. 이런 것들은 교양과 처세에 속한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중요하게 생각해야 ...
주간일지, 8월28일 [7]
대구샘터교회 주간일지, 8월28일, 성령강림후 열다섯째 주일 1) 어제부터 지금까지 비가 시원하게 내립니다. 기온도 뚝 떨어졌습니다. 지하 교회당도 오랜만에 시원했고, 습도도 낮아졌고, 곰팡이 냄새도 거의 나지 않을 정도로 상태가 좋았습니다. 제습기 한 대가 고장이 나서 더 구입해야한다는 말들이 있었는데, 일단 금년에는 구입하지 않아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물이 새는 천정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습니다. 건물주에게 다시 연락이 됐으니 좀 기다려봐야겠습니다. 2) 오늘로서 금년의 ‘성령강림절’ 절기는 끝났습니다. 다음 주일...
기차 건널목 앞에서 [3]
8월27일 기차 건널목 앞에서 우리 집이 있는 원당리로 들어오려면 2킬로 전방에 있는 기차건널목을 지나야 한다. 나갈 때도 거길 지나야 한다. 열 번 정도를 지나면 두 번 정도는 멈추게 된다. 정확하게는 모르겠는데, 그런 정도의 비율로 기차를 만난다. 시간이 급할 때는 제발 기차를 만나지 않기를 속으로 바란다. 경우에 따라서 약간 씩 차이가 있긴 한데, 대략 1분30초 정도 거기서 지체하게 된다. 시간이 넉넉할 때는 그 기다리는 순간을 즐긴다. 특히 밤 시간이 더 그렇다. 어둠 짙은 시간에 차단기가 내려진 기차건널목 앞에서 나...
렘 1:4 [2]
8월26일 렘 1:4 어제의 묵상 ‘예레미야의 소명’ 이야기를 좀더 보충하겠다. 본문이 대화 식으로 전개되지만 그것을 실제 대화로 보면 곤란하다고 말했다. 하나님과의 대화는 성경에 종종 나온다. 아브라함이 하나님과 대화했고, 모세도 그렇다. 그런 대화는 문학적 수사다. 수사에 매달리지 말고 본문의 핵심을 붙들어야 한다. 그 핵심은 ‘여호와의 말씀이 내게 임하니라.’(렘 1:4)이다. 여호와의 말씀이 임했다는 발언은 천기누설처럼 위험하다. 말씀이 임했다면 하나님의 뜻을 알았다는 것이고, 하나님의 뜻을 알았다는 건 하나님을 알거...
예레미야의 소명 [4]
8월25일 예레미야의 소명 지난 설교의 성경 본문은 렘 1:4-10절이다. ‘예레미야의 소명’ 이야기다. 예레미야가 처한 정치적인 상황을 설명하다가 설교 시간이 다 지났다. 그것으로 설교를 끝내도 되지만, 나는 예레미야 이야기가 오늘 우리와 어떤 관계가 있는지를 마지막으로 물었다. 하나님의 말씀을 받았다는 것이 대답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설명은 애매하다. 하나님의 말씀을 받는다는 게 무슨 뜻인가? 소명 이야기에는 하나님과 예레미야 사이의 대화가 나온다. 이런 본문을 읽는 독자들은 예레미야가 우리가 서로 대화하듯이 실제로...
하나냐 [5]
8월24일 하나냐 예레미야와 하나냐의 논쟁이 렘 28장에 나오니 집에서 각자 읽어보라고 설교시간에 말했다. 1,2절은 다음과 같다. ‘그 해 곧 유다 왕 시드기야가 다스리기 시작한 지 사 년 다섯째 달 기브온앗술의 아들 선지자 하나냐가 여호와의 성전에서 제사장들과 모든 백성이 보는 앞에서 내게 말하여 이르되 만군의 여호와 이스라엘의 하나님이 이같이 일러 말씀하시기를 내가 바벨론의 왕의 멍에를 꺾었느니라.’ 하나냐의 예언은 불안해하던 유다 사람들에게 격려가 될 만하다. ‘만군의 여호와 이스라엘의 하나님’이라는 표현에서 ...
주한미군 [4]
8월23일 주한미군 지난 설교에서 나는 예레미야의 입장을 요즘 식으로 바꿔서 ‘종북 좌파’로 매도당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나라를 바벨론에게 팔아먹는다는 비난이었다. 만약 유다가 이집트와의 군사동맹을 통해서 바벨론을 격퇴시켰다면 그야말로 예레미야는 매국노 소리를 들었을 것이다. 아무리 뛰어난 외교관이나 정치인, 영성가라고 하더라도 국제질서를 완벽하게 읽어낼 수는 없다. 요즘 사드 배치와 관련된 문제도 이와 비슷하다. 주일 아침에 교회에 가면서 차 안에서 집사람과 함께 나눈 대화의 일부다. 워딩은 정확하지 않다. 줄...
유다 왕국 [2]
8월22일 유다 왕국 예레미야는 유다 왕국 마지막 40년 동안 선지자로 활동했다. 그 기간은 유다 왕국이 풍전등화와 같은 처지에 떨어져 있을 때다. 사실 유다 같은 소왕국은 그 어느 때도 평화로운 시절이 없었다고 봐야 한다. 주변 강대국의 눈치를 살피면서 생존에 급급했다. 유다 왕국의 국력이 떨어진 가장 큰 이유는 남북분단이다. 통일왕국 시절인 다윗과 솔로몬 재위 당시에는 그런대로 독립국가로서의 체통을 지킬 수 있었다. 솔로몬은 비록 지혜로운 왕이라는 칭호를 얻었지만 유다 왕국 역사를 나락으로 떨어지게 한 장본이라 해...
대구샘터교회 주간일지, 8월21일 [6]
대구샘터교회 주간일지, 8월21일, 성령강림후 열넷째 주일 1) 기온이 조금 낮아졌는데도 지내기는 훨씬 편합니다. 해가 지기만 하면 더위를 느끼지 못할 정도입니다. 아직 뜨거운 낮에도 그늘에 들어가면 그런대로 지낼만합니다. 지하 예배 처소도 시원했습니다. 예배 후에 마 아무개 집사가 일전에 물이 새던 천정 구멍을 확인하던 중에 갑자기 물이 쏟아져 오랜만에 예배에 참석한 류 아무개 집사가 물세례를 받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날렵하게 피해서 부분적으로만 물이 묻었는데, 자칫했으면 온몸이 물에 젖을 뻔했습니다. 천정 문제는...
위선 [4]
8월20일 위선 지난 설교 본문 눅 12:56절은 다음과 같다. ‘외식하는 자여 너희가 천지의 기상은 분간할 줄 알면서 어찌 이 시대는 분간하지 못하느냐.’ 이 구절에 근거해서 나는 거짓 평화를 분간하지 못하는 이유가 외식, 즉 위선에 있다고 설명했다. 위선(僞善)은 겉으로만 선한 체 하는 것을 가리킨다. 이것을 나는 ‘자신을 실체 그 이상으로 높이고 살아가는 삶의 태도’라고 규정했다. 이슬람 포비아는 이슬람을 악으로, 그리고 자신을 선으로 전제할 때 나타나는 심리적 현상이다. 북한 포비아, 동성애 포비아도 마찬가지다. 사탄이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