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3) [4]
7월6일 기적(3) 마태복음 기자는 그의 글을 읽는 사람들이 그것을 사실 보고로 알고 ‘그래, 예수께서 그 당시 이러이러한 일을 하셨지.’ 하고 맞장구를 치며 만족하기를 기대하였을까? 성경의 기적 설화들은 오랜 세월 이렇게 이해되어 왔다. 그 설화들은 우선 어느 때 어디선가 실제로 일어난 사건에 관해 역사적인 사실을 보고하려는 글로 생각되었다. 그것을 듣거나 읽는 사람은 거의 외곬으로 동의하거나 아니면 거부하는 반응을 보이곤 했다. 이런 이해방법이 얼마나 불충분하가는 조금만 숙고해도 알 수 있다. 마가와 마태는 동일한 ...
기적(2) [4]
7월5일 기적(2) 기적 설화와 귀신축출 설화에 대한 최근의 사회학적 해석이 유익하다. 기적 설화들은 인간의 비참에 대한 항의의 표현으로 파악되었다. 이 항의는 계시를 내세워 제기된 것으로 이해되었다. 집단적인 귀신들림은 다양한 사회적 위협과 불안을 신화적 언어로 표현한 사회적 현상으로 평가되었다. 귀신 세계상을 우리는 받아들일 수 없다. 그럼에도 기적설화들은 전인(全人)을 그의 심리적-신체적 곤궁에서 구하려는 하나님의 의지를 알리고 하나님의 뜻에 따라 이런 해방행위에 참여하도록 그리스도인을 촉구한다는 점에서 ...
기적(1) [1]
7월4일 기적(1) 지난 3월30일부터 대구샘터교회에서는 수요일 저녁마다 마태복음을 공부하고 있다. 지난 수요일까지 9장을 마쳤다. 산상수훈인 5-7장 이후로 예수님의 활동이 본격적으로 나온다. 8,9장에 기적으로 불릴만한 이야기가 연속적으로 나온다. 8장- 나병환자 치료, 백부장 하인 치료, 베드로의 장모 치료, 풍랑 제어, 축귀/ 9장- 중풍병자 치료, 야이로의 죽은 딸 살림, 12년 혈루증 여인 치료, 시각장애인 치료, 말 못하는 이 치료 등등이다. 다른 복음서에 이와 비슷한 이야기가 많이 나오고, 구약에도 적지 않다. 구약에는 주...
설교 행위 [8]
7월2일 설교 행위 나는 주로 금요일과 토요일 이틀간에 걸쳐서 설교를 준비한다. 그 설교문을 들고 주일 강단에 선다. 평생 이런 일을 반복하고 있다. 설교가 학교 선생의 강의와 비슷한 거 같지만 상황은 전혀 다르다. 학교 학생들은 몇 년 후에 졸업하지만 신자들에게는 졸업이 없다. 그리고 학생들은 나이나 실력이 비슷하지만 신자들은 천차만별이다. 똑같은 신자들에게 수년, 수십 년 설교하는 설교자의 운명은 둘 중의 하나다. 돌팔이 약장수가 되든지 진리를 향한 구도자가 되든지. 설교의 내용은 근본적으로 하나다. 예수에게 일어...
동성애(5) [16]
7월1일 동성애(5) 동성애 문제는 근본적으로 성(sex)을 어떻게 생각하느냐 하는 질문으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후손을 생산하기 위한 방법으로만 생각한다면 동성애는 무의미하다. 동물들에게는 아마 동성애가 없을 것이다. 암놈들은 배란기에만 짝짓기를 한다. 인간만 예외다. 이것도 진화의 과정인지는 모르겠다. 인간 이외에도 쾌락만을 목적으로 성행위를 하는 짐승도 있다는 말을 듣기는 했는데, 확인해보지는 못했다. 왜 어떤 사람은 이성에게, 이들이 대다수이지만, 또 어떤 이들은 동성에게, 이들은 소수지만, 성적 욕망을 느끼는...
동성애(4) [27]
6월30일 동성애(4) 동성애에 대한 이야기는 성경에 생각보다 많이 나오지 않는다. 아브라함의 조카 롯이 살았던 소돔 성 이야기에, 근친상간 등을 다루는 율법 조항에, 죄 문제를 다루는 바울의 로마서에 나온다. 그 이외에도 찾아보면 몇 군데 더 있을 것이다. 그런 대목에서 동성애가 부정적인 것으로 다뤄지고 있다 하더라도 이런 조항만을 근거로 오늘날 동성애를 비판하는 것은 옳지 않다. 2천, 3천 년 전의 윤리 규범을 이 시대에 문자적으로 적용할 수 없다는 말이다. 그렇게 하려면 율법이 금하고 있는 돼지고기도 먹지 말아야 한...
동성애(3) [6]
6월29일 동성애(3) ‘당신은 동성애를 찬성하나, 아니면 반대하나?’ 이건 단순히 찬반으로 대답할 주제는 아니다. 나는 동성애자들의 생리적, 심리적, 정서적 정체를 모르니까 거기에 대해서는 말할 게 없다. ‘왜 그럴까. 이해가 안 되네.’ 하는 정도의 느낌만 있다. 그것은 직접 경험해보지 않고는 도저히 알 수 없는 어떤 특질이기 때문이다. 이렇게만 소극적으로 말할 수 있다. 동성애자들의 성적 취향은 기독교 신앙과 직접 관계되는 것이 아니니 기독교 이름으로 찬반을 말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바울은 독신으로 살았고, 베드로는 결...
동성애(2) [32]
6월28일 동성애(2) 사람에게는 일반적으로 공격성이 내재해 있다. 이게 거의 숙명적이라 부를 수 있을 정도로 뿌리가 깊다. 특히 약자에 대한 공격성이 가장 원형적이다. 일상에서도 경험하듯이 밖에서 기를 못 피는 사람이 집안에 들어와서 폭력적으로 행동한다. 그런 남편, 그런 아버지가 있다. 종로에서 뺨 맞고 왕십리에서 화풀이 한다는 속담이 여기에 어울린다. 나는 요즘 한국에서 벌어지는 기독교의 동성애 혐오 행동을 볼 때마다 중세기에 벌어졌던 마녀사냥이 생각난다. 주로 미망인들이 마녀로 지목되었다. 그것도 돈이 많은 미...
동성애(1) [4]
6월27일 동성애(1) 어제 대구샘터교회 예배에 처음 참석한 이가 세 사람이다. 그중에 두 사람이 삼십대 초반의 청년이다. 예배 후에 밥을 함께 먹으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오후 2시부터 교회에서 재즈 트리오 연주회가 있으니 웬만하면 듣고 가라.’고 말하자, 그 시간에 다른 일이 잡혀 있다는 것이다. 무슨 일이냐, 묻자 대구에서 열린 ‘퀴어 축제’에 참가한다는 것이다. ‘멋진데, 잘 다녀오라. 퀴어 축제에 참가한다는 말을 마음 편히 할 수 있는 교회가 대구에서는 대구샘터교회 밖에 없으니, 앞으로 시간 나는 대로 예배에 ...
어닝 설치 [12]
6월25일 어닝 설치 내 서재는 2층에 있다. 언젠가 때가 되면 예배나 성경공부 모임을 연다는 생각으로 집을 지을 때 시골인데도 2층을 올렸다. 지금 나는 대부분의 시간을 여기서 보낸다. 1층의 딸들이 방을 비워주면 내려갈 생각이다. 유별나게 큰 창문이 동향이라서 여름에는 그곳으로 직사광선이 무자비하게 들이친다. 커튼을 2중으로 쳤지만 그것으로도 감당이 안 된다. 고민하던 나에게 대구샘터 교우 한분이 ‘어닝’을 다는 게 좋겠다고 조언을 했다. 일주일 전에 와서 창문 길이를 재더니 물건을 제작 받아 오늘 직접 설치하셨다. 작...
곡성 [6]
6월24일 곡성 영화 <곡성>이 많은 관객 수를 올린 듯하다. 나는 직접 영화를 보지 못하고, 영화를 본 사람을 통해서 조금 전해 듣거나 인터넷에 나오는 평을 읽은 게 전부다. 나는 오늘 영화 자체를 말하려는 게 아니다. 그 영화 제목이 가리키는 그 방향을 약간 추적해내는 게 설교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까 해서 한 마디 하는 것뿐이다. 곡성(哭聲)은 통곡소리다. 영화에서 어린아이도 악령의 지배를 받아 이상한 행동을 보인다. 귀신 들림 현상이다. 감독의 생각이 어떤 것이었는지 확실하게 말할 수는 없지만, 내 생각에 ‘세월호’ 사...
채식주의자 [13]
6월23일 채식주의자 지난 설교에서 소설가 한강의 <채식주의자>를 한번 언급했다. 영혜라는 이름의 여자를 주변에 있는 세 사람의 시각으로 풀어간 연작 소설로 맨부커 상을 수상했다 해서 유명해진 작품이다. 남편, 형부, 언니라는 세 사람이 영혜에 대해서 말한다. 결국 영혜는 정신병원에서 죽음을 기다리는 운명에 처한다. 영혜가 미친 건지, 주변의 사람들이 미친 건지 누가 100% 완벽하게 판단할 수 있으랴. 갑자기 채식주의자가 된 영혜는 잠꼬대처럼 나무가 되고 싶다고 말한다. 누가 그 말을 제 정신 차린 사람의 말로 알아듣겠...
귀신(3) [5]
6월22일 귀신(3) 구약에도 비슷한 이야기들이 나온다. 욥을 시험에 빠뜨린 이가 사탄이다. 사탄은 욥을 극한의 고통 가운데 빠지게 함으로써 하나님과 내기를 한다. 저주스러운 불행이 닥치면 욥이 하나님을 부정하는지를 확인하려고 한 것이다. 욥기가 신화적인 방식으로 전개되는 이유는 다음과 같이 서로 충돌하는 몇 가지 사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다. 1) 하나님은 선하다. 2) 하나님은 전능하다. 3) 그런데 인간에게는 알 수 없는 불행이 일어난다. 4) 사탄이 등장할 수밖에 없다. 우리 앞에 놓은 세상은 부조리하고 불가해하다. 어...
귀신(2) [6]
6월21일 귀신(2) 여기서 귀신이 존재하는가 아닌가 하는 질문은 무의미하다. 무엇을 귀신이라고 하느냐에 따라서 그 대답은 달라지기 때문이다. 이것은 하나님에게도 그대로 적용된다. 하나님이 존재하는가 아닌가 하는 질문은 의미가 없다. 하나님이 어떤 분이냐에 대한 질문과 대답이 더 우선이다. 옥황상제와 같은 존재를 생각한다면 무신론이 더 옳다. 귀신은 생명을 파괴하는 존재론적 능력을 가리킨다. 이런 규정을 전제한다면 나도 귀신이 존재한다는 사실에 동의한다. 거라사 귀신 이야기를 하면서 그를 현대 의학 개념에 근거해서...
귀신(1) [7]
6월20일 귀신(1) 설교자가 설교를 어려워하는 이유 중의 하나는 청중이 다양하다는 사실이다. 초등학교나 대학교에서 가르치는 사람들에 비해서 상황이 훨씬 복잡하다. 더구나 설교 현장에서 청중들은 졸업도 없다. 똑같은 신자들을 대상으로 평생 설교한다고 생각해보라. 그들에게 매 주일 은혜를 끼친다는 것은 아예 불가능한 일이다. 그래도 설교의 짐을 질 수밖에 없는 설교자의 자리는 바위를 끌고 언덕으로 올라갔다가 다시 굴러 떨어지는 바위를 끌고 올라가기를 반복하는 시지푸스의 운명과 같다. 구도적인 태도를 유지하지 못하면...
의인(義認) [4]
6월18일 의인(義認) 지난 설교 ‘율법과 십자가’에는 의(義) 문제가 그 바탕에 놓여 있다. 율법에 의한 의가 옳은가, 아니면 십자가에 의한 의가 옳은가, 하는 문제이다. 겉으로 보이는 것으로만 판단한다면 당연히 율법을 통한 의가 옳다. 율법은 인간 역사에서 가장 가치 있는 삶의 규범이기 때문이다. 예배 출석, 헌금, 각종 봉사에서 모범적인 사람이 인정받는 거와 같다. 목사의 입장에서도 그런 신자들과 함께 일을 하고 싶어진다. 문제는 그런 모범적인 생활태도가 절대적이지 않다는 데에 있다. 두 가지 점에서 그렇다. 하나는 모범...
믿음과 삶 [5]
6월17일 믿음과 삶 바울은 갈 2:20절에서 자기가 여전히 몸으로 살고 있지만 실제로는 ‘하나님의 아들을 믿는 믿음 안에서’ 산다고 말했다. 예수를 믿는 것이 자기 삶의 본질이라는 뜻이다. 이런 것만 보면 바울은 일상을 완전히 포기한 광신자처럼 보인다. 이에 비해서 우리는 완전히 세속적인 사람처럼 느껴진다. 어떻게 사는 게 믿음으로 사는 것인가? 좀 실질적으로 생각해보자. 나는 목사이지만 눈만 뜨면 예수를 생각하면서 살지는 못한다. 인간적인 걱정도 하고, 때로는 짜증을 내기도 한다. 오늘 저녁에도 다녀왔지만, 테니스처럼 ...
십자가 신앙 [2]
6월16일 십자가 신앙 지난 설교 제목에 나오는 두 단어 중에서 더 무게가 나가는 건 ‘십자가’다. 예수의 십자가로 인해서 율법은 더 이상 의로움을 얻는 길이 되지 못하게 되었다고 했다. 이런 설명이 간단해 보이지만 기독교 신앙의 중심이라서 그 안으로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더 깊이 들어갈 수 있다. 지난 2천년동안 수많은 신학자들과 영성가들이 십자가 신학, 또는 십자가 영성에 대해서 말했다. 21세기를 살고 있는 우리도 우리의 방식으로 이것에 대한 말해야 한다. 도대체 2천 년 전 한 유대 남자의 십자가 처형이 인류 구원과 무...
들꽃마당 시온교회 [5]
6월15일 들꽃마당 시온교회 방문 소묘 2016년 6월13일(월) 07:00 서울샘터교회 운영위원장 자택(아치울 마을) 식당에서 아침 먹다. 식빵, 야채, 커피, 찐 달걀과 튀긴 달걀... 07:40 출발, 지하철 광나루역 근처에서 일행 3명 태우다. 모두 50대 여성 분들, 미녀들과 함께 여행하게 된 걸 기쁘게 생각합니다 했더니, ‘미투’라 한다. 온갖 이야기를 나누며 본격적으로 드라이브에 나서다. 10:00 서해안 고속도로에서 가장 긴 다리 중간에 있는 휴게소에 들리다. 유명한 다리인데, 이름이 생각나지 않는다. 볼일 보고 (우리나라 휴게소 화장...
복음주의 [5]
6월14일 복음주의 어제 매일묵상에서 언급한 ‘율법주의’와 대별되는 것이 ‘복음주의’다. 복음주의는 복음을 신앙의 토대로 삼는 태도를 가리킨다. 기쁜 소식이라는 뜻의 복음은 예수 그리스도에게 일어난 하나님의 구원 사건을 가리킨다. 그것이 복음인 이유는 인간의 노력과 업적이라는 값을 내는 게 아니라 그런 값없이 오직 믿음으로 구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기독교의 가르침은 사람들을 당혹스럽게 한다. 아무런 노력 없이 구원을 받는다는 건 이 세상 작동원리에 기본적으로 위배되기 때문이다. 연봉도 그 사람의 능력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