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령의 피조물
5월20일 성령의 피조물 교부시대부터 교회는 세 가지 개념으로 규정되었다. 하나님의 집, 그리스도의 몸, 성령의 피조물이 그것이다. 성령의 피조물이라는 말을 쉽게 생각하면 쉽고 어렵게 생각하면 어렵다. 오늘 우리는 약간 어려운 쪽으로 생각해보자. 우리가 일반적으로 교회라고 부르는 조직이 역사 안에 등장한 시점이 언제인지 확정하기는 어렵다. 예수 죽음, 부활, 승천 이후 고아처럼 남겨진 제자들과 몇몇 추종자들이 예수를 기억하면서 모임을 이어가기 시작했다. 물론 교회를 세운다는 것은 아예 생각이 없었다. 우여곡절 끝에 ...
성령경험과 사물경험 [1]
5월19일 성령 경험과 사물 경험 오늘 기독교인들은 성령을 오해하는 경우가 많다. 그중의 하나가 순수 심령주의적 성령 이해다. 일종의 영육이원론적인 시각이다. 신령한 사람은 세상과는 담을 쌓고 오직 기도와 말씀과 찬송만 전념하는 게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삶의 태도 자체를 잘못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기도와 말씀과 찬송은 우리의 영혼이 성령과 공명할 때 일어나는 마땅한 삶의 태도다. 수도원 영성이 이런 것에 토대하고 있다. 문제는 이런 생각이 극단에 치우쳐서 몸으로 느끼는 감각 자체를 뭔가 부정한 것으로 여기는 ...
D. Ernst Hänchen [4]
5월18일 D. Ernst Hänchen 설교에서 독일 신약학자 헨헨이 쓴 사도행전 주석에 나오는 이야기를 인용했다. 아래와 같다. ‘사도행전 2장에 나오는 오순절 사건보도를 기독교 선교의 출발에 대한 기록 영화로 보는 건 이 이야기를 오해하는 것이다. 우리는 이 보도에 함축되어 있는 신학적인 진술에 관심을 보여야 한다. 즉 기독교 공동체에 임하여 그들을 이끌어가는 성령은 그들 자신의 내면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하나님으로부터 온 것이며, 또한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서 주어진 것이다. 그리고 성령은 국가와 민족의 장벽을 초월한다는 ...
방언 [6]
5월17일 방언 설교에서 신약성경이 말하는 방언이 두 가지라고 설명했다. 하나는 아무도 알아들을 수 없는 소리를 내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외국어를 말하거나 외국어로 들리는 것이다. 현대인들은 이런 현상을 믿지 않는다. 믿을 수가 없다. 외국어를 말하는 것은 물론이고 이상한 소리를 내는 것도 믿지 못한다. 이런 현상이 교회공동체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었기 때문에 바울은 방언을 경계했다. 다른 한편으로 보면 방언 현상이 이해가 간다. 방언 현상의 핵심은 언어의 뒤틀림이다. 일상적인 언어가 해체되는 사건이다. 일상적인 언...
오순절 마가 다락방 [2]
5월16일 오순절 마가 다락방 어제 성령강림절 설교 본문은 행 2:1절 이하에 나오는 오순절 마가 다락방 이야기였다. 바람, 불, 방언 현상에 대한 설명은 간단하나마 설교 시간에 했으니, 오늘은 다른 이야기를 하자. 120명이 오순절에 마가의 다락방에 모였다는 말은 100% 정확한 거는 아니다. 120명은 행 1:15절에 근거한 것이고, 마가의 다락방은 행 1:13절과 행 12:12절에 근거한 것이다. 마가의 다락방이 아무리 커도 120명이 들어가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당시에 교회에 모이는 숫자는 들쑥날쑥하지 않았겠는가. 장소도 경우에 따라 ...
삶은 디테일에 있다
5월14일 삶은 디테일에 있다 ‘디테일’은 작은 부분이라는 뜻의 영어다. 전체 그림에서 일부를 가리킬 때도 디테일이라고 한다. 어떤 행사를 준비할 때 구체적인 작은 부분까지 신경 써야 한다고 말하고 싶으면 ‘디테일에 신경 쓰라.’고 하면 된다. 저 사람은 디테일에 강해, 라는 말도 가능하다. 나는 나이가 들수록 인생에서, 또는 삶에서 디테일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더 절실하게 느끼고 있다. 여기서 디테일은 먹고, 마시고, 만지고, 숨 쉬고, 촉감을 느끼는 것들이다. 이런 게 대개는 어린아이가 엄마 자궁에서 나오면서 저절로 아는 ...
비밀한 방식
5월13일 비밀한 방식 서울샘터교회 예배에 참석했던 어떤 분이 예배 후에 ‘예수 재림으로 일어나게 될 사건이 이미 우리의 삶에 비밀한 방식으로 reality가 되었다.’는 설교 내용 중에서 ‘비밀한 방식’이 뭔지, 그걸 어떻게 알 수 있는지, 하고 나에게 물었다. 여기서 보충 설명해야겠다. 가장 기초적인 ‘믿음으로 인한 칭의’를 보자. 하나님이 의롭다고 인정한다는 이 칭의는 눈에 보이는 게 아니다. 손에 잡히는 것도 아니다. 그건 비밀이다. 의롭다고 인정받는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세상에서 의롭다고 인정받으려고 애를 쓰지 않기 ...
심판과 생명 완성
5월12일 심판과 생명 완성 초기 기독교인들은 예수를 인자(人子)로 경험했다. 인자는 구약성경에서 세상을 심판하기 위해서 언젠가 올 자로 표상된 존재다. 예수 추종자들이 이 표상을 차용하여 예수가 재림하면 살아 있는 자와 죽은 자를, 즉 전체 인류를 심판한다고 본 것이다. 지난 기독교 역사에서 이를 오해하여 세상을 공격하는 수단으로 삼기도 했다. 자기들 집단에 들어온 이들만 구원받고, 다른 이들은 다 구원에서 제외된다는 방식으로 말이다. 사이비 이단의 행태다. 이런 주장이 얼마나 유치한지는 간단하게만 생각해도 확실하...
예수와 절대생명
5월11일 예수와 절대 생명 재림신앙의 토대는 초기 기독교인들이 예수를 절대생명으로 경험했다는 사실에 놓여 있다. 그런데 절대생명이 무엇인지를 우리는 구체적으로 묘사할 수 없다. 그게 세상에 던져진 우리의 실존이다. 우리가 하나님을 믿지만 하나님을 완전하게 아는 게 아니고, 따라서 그를 구체적으로 묘사할 수 없는 거와 같다. 다만 이렇게는 생각할 수 있다. 상대적인 생명을 초월하는 생명이 곧 절대생명이라고 말이다. 상대적인 생명을 직관하는 게 절대생명에 이르는 최소한의 발걸음이다. 지구에 두 발을 딛고 사는 인간은...
기독교의 '세계' [2]
5월10일 기독교의 ‘세계’ 지난 설교에서 나는 신자들이 기독교 신앙의 세계가 아니라 자기 삶을 확대하는 것에 주로 관심을 기울인다고 말했다. 이건 어쩔 수 없는 현상이다. 신자들은 대부분의 시간을 기독교와 관계없는 세계에서 살아가기 때문이다. 교회에 나오는 시간이 상대적으로 많은 신자들도 기독교의 중심 세계로 들어가는 것보다는 신앙 정보에 치우치는 경우가 훨씬 많다. 신앙을 방법론(노하우)에서만 접근한다는 뜻이다. 예컨대 사순절이나 성탄절 즈음에 릴레이 기도 모임에 참여하는 신자들이 있다고 하자. 그들은 자기에...
마라나타
5월9일 마라나타 이번 주일 설교 본문 계 22:20절에 ‘주 예수여 오시옵소서.’라는 문장이 나온다. 이 문장은 고전 16:22절에 나오는 아람어 ‘마라나타’와 똑같은 뜻이다. 마라나타는 ‘우리 주님은 오신다.’ 또는 ‘우리 주님이 오시기를!’이라는 뜻이다. 우리말 성경 개역개정에는 ‘우리 주여 오시옵소서.’로 번역한 뒤에 각주로 ‘마라나타’를 달아두었다. 이런 아람어는 중요하니까 본문에 그대로 살려두고 각주로 뜻을 다는 게 더 좋았을 듯하다. 초기 기독교의 마라나타 신앙은 유대인들의 메시아사상과 밀접하다. 유대인들은 메시아가 ...
삶의 우선순위 [3]
5월7 삶의 우선순위 지난 설교 마지막 단락에서 세상살이에 쫓겨 영혼의 만족에 대해서 생각하지 않는 것은 삶의 우선순위를 잘못 아는 것이라고 말했다. 기독교인들은 이 말에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자신들은 영혼의 만족에 우선순위를 두기 때문에 교회에 나오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싶을 것이다. 교회에 다닌다고 해서 영혼에 관심이 있는 건 아니다. 자기 스스로 눈치 채지 못하지만, 세속적인 관심으로 교회에 다니는 사람들도 많다. 예수 믿고 잘 먹고 잘 산다, 자식들 잘 되기를 바라는 기복신앙은 세속적인 관심이다. 그게 나쁜 건...
영혼의 만족 [8]
5월6 영혼의 만족 나는 최근 설교에서 영혼의 만족이라는 말을 자주 했다. 최근만이 아니라 늘 그런 걸 마음에 두고 있었고, 이전에도 여러 번 말했겠지만 최근에 좀더 강하게 표현했다. 영혼의 만족은 사실 기독교만이 아니라 모든 종교의 가르침이다. 그뿐만 아니라 예술, 문학, 음악활동도 이것을 목표로 한다. 세상에서 더 이상 필요한 것이 없이 오직 하나님만으로 만족하는 삶을 가리켜 영혼의 만족이라고 설교에서 말했다. 이런 표현을 가슴의 울림으로 느끼기는 쉽지 않다. 우리의 삶이란 게 세상에서의 필요성을 채우는 것으로만 ...
소풍 [11]
오늘 하루 대구샘터 교우들과 함께 소풍을 다녀왔습니다. 장소는 창녕 관룡사입니다. 한 가지 소원은 다 들어준다는 문구를 곳곳에 걸어놓은 걸 보니 깊은 도를 닦는 절이라기보다는 기복신앙에 기울어진 절로 보입니다. 아침 9시반에 집에서 출발해서 그곳에 11시 약간 넘어 도착했습니다. 서른 명 정도 모여서 이름을 밝히지 않은 분이 일괄 주문해준 김밥을 약간 이른 점심으로 먹었습니다. 김밥에 대해서 말하려고 해도 많은 이야기 거리가 있습니다. 줄어야겠네요. 맛나게 잘 먹었습니다. 산을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이런저런 사정으...
바울이 본 환상
5월4일 바울이 본 환상 바울은 드로아에서 밤에 환상을 보았다(행 16:9). 마게도냐 사람이 그에게 나타나서 마게도냐로 와서 자신들을 도와 달라고 했다. 아래 그림에서 확인할 수 있는데, 드로아는 소아시아 서쪽 끝자락에 있는 항구도시다. 그 유명한 에게해를 중심으로 서쪽으로는 그리스, 북쪽으로는 마게도냐, 동쪽으로는 소아시아(지금의 터어키)다. 바울이 본 환상은 무엇일까? 마틴 루터는 그 문장을 다음과 같이 독역했다. 그걸 우리로 그냥 직역하겠다. ‘한 사람(얼굴)이 밤에 바울에게 나...
꽃가루의 가벼움 [3]
5월3일 꽃가루의 가벼움 요즘 꽃가루가 천지를 뒤덮기 시작하고 있다. 앞으로 당분간 한반도는 꽃가루가 지배할 것이다. 그중에서도 소나무 꽃가루가 으뜸이다. 자동차 보닛, 마당, 현관문 손잡이에 노란 꽃가루가 소복하다. 창문을 열면 방안 깊숙이 들어온다. 나는 다행스럽게도 꽃가루 알러지가 없지만, 알러지가 있는 분들은 외출하기가 겁날 것이다. 꽃가루가 바람에 자유롭게 비상하는 것은 자신들의 생존 전략이다. 아무에게도 방해를 받지 않고 자신의 후손을 널리 퍼뜨리는 것이다. 가지 못할 곳이 없는 꽃가루의 능력은 가벼움이...
루디아 [2]
5월2일 루디아 어제(5월1일) 주일예배 설교에서 핵심적으로 다뤄진 인물은 루디아다. 빌립보에서 잘 나가는 여성 사업가로 살던 여자였다. 그녀의 사생활에 대해서는 성서가 아무 말이 없지만 우리가 몇 가지는 추정할 수 있다. 이방 여자였다면 당연히 그리스 로마 신전을 드나들면서 종교생활을 했을 것이다. 아니면 그런 종교적인 것과 완전히 담을 쌓고 세속의 삶에만 기울여졌을지도 모른다. 유대교로 개종했다는 사실을 감안한다면 원래 종교적인 것에 관심이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 남편이 있었는지도 알 수 없다. 어쨌든지 루디아...
신랑 신부에게 [6]
4월30일 신랑 신부에게 오늘 나는 대구샘터교회 청년인 정솔뫼 양의 결혼식에서 주례를 맡았다. 그때 한 이야기를 여기 요약하겠다. 정솔뫼 양과 임정호 군은 자신들의 인생에서 가장 빛나는 순간을 보내고 있다. 그 이전에도 기쁜 일이 많았고, 앞으로도 오랫동안 크고 작은 기쁜 일이 찾아올 테지만 결혼하는 순간은 그런 것과 비교할 수 없이 기쁜 일이라서 가장 빛나는 순간이라고 해도 지나친 게 아니다. 대한민국 사람들의 평균 수명이 늘어서 앞으로 50년이나 60년 이상을 함께 동고동락 하며 인생의 길을 함께 가겠다고 결단하는 ...
예수를 생명으로 경험하기(2) [11]
4월29일 예수를 생명으로 경험하기(2) 성서가 말하는 생명을 이해하려면 생명을 파괴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 답은 모두 알고 있을 것이다. 죄다. 죄라는 단어를 현대인들은 불편해한다. 더 나가서 배척한다. 그걸 도덕주의 수준에서 이해하기 때문에 벌어지는 현상이다. 자기 스스로 자기를 성취해야겠다는 욕망이 죄다. 아담과 이브는 하나님처럼 눈이 밝아진다는 뱀의 유혹에 솔깃했다. 눈이 밝아진다는 것은 사물을 분간한다는 것이다. 불교식으로 말하면 분별심이 생기는 것이다. 아담과 이브는 선악과 이후 자기들...
예수를 생명으로 경험하기(1) [2]
4월28일 예수를 생명으로 경험하기(1) ‘예수는 생명이다.’는 명제는 요한복음의 핵심 주제다. 요한복음만이 아니라 신약성경 전체가 말하려는 중심도 바로 이것이다. 이 명제는 ‘예수 믿고 구원 얻는다.’는 명제와 똑같다. 구원은 바로 생명을 얻는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이 명제는 단순히 구호가 아니라 우리 삶을 견인해내는 해석학적 토대다. 왜 그런가? ‘예수’라는 이름이 무엇을 가리키는지 질문해야 한다. 2천 년 전 요셉과 마리아 사이에서 태어나 목수로 살다가 서른 살에 출가하여 하나님 나라를 선포하던 중에 로마 형법에 따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