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복 [2]
7월23일 중복 오늘이 중복이라고 한다. 아침 7시에 서재에서 식당으로 내려가 커피와 빵을 먹고 있는 중에 마을 이장의 방송 소리가 들렸다. <아, 아, 알려드립니다. 오늘은 중복입니다. 마을 회관에서 점심으로 국수를 준비하니 모두 와서 맛있게 드십시오. 다시 말씀드립니다...> 집사람은 대구에 볼 일이 있어서 나가고, 점심 때 혼자 회관으로 내려갔다. 회관이라고 말을 붙이지만 초라한 노인정이다. 영천시가 내년에 신축해 준다고 해서 모두들 기분 좋아 하신다. 나보다 다섯 살쯤 어린 이장은 면에 회의가 있어서 나갔고 아파서 병...
문명과 신앙
7월22일 문명과 신앙 이스라엘은 종교적으로 뛰어났지만 문명에서는 뒤쳐져 있었다. 광야 40년 생활에서 그들의 정체성이 형성되었다. 광야는 만나와 메추라기에 자신들의 생존을 걸 수밖에 없는 척박한 조건이었다. 배부르게 먹지 못하고 특별한 놀이도 없었고, 여성들도 꾸미지 않고 살았다. 그런 조건에서는 하나님을 찾을 수밖에 없다. 광야생활이 끝나고 들어간 가나안은 천지개벽과 같은 세상이었다. 그곳은 일찍부터 농경문화가 발달하여 먹고 사는 게 비교적 풍부했고, 그러다보니 다른 문명도 발전해 있었다. 그들이 떠나온 이집...
다윗의 정통성 확보 프로젝트
7월21일 다윗의 정통성 확보 프로젝트 삼하 5:1절 이하에 따르면 다윗은 명실상부 통일왕국의 왕이 되었다. 이스라엘 지파가 헤브론에 와서 다윗을 자신들의 왕으로 받아들인다. 여기서 거론된 이스라엘 지파는 사울 왕과 이스보셋을 따르던 지파들이다. 자신들의 왕이 죽자 그들은 어쩔 수 없이, 혹은 기꺼이 다윗을 받아들인 것이다. 이미 이때부터 남유다와 북이스라엘이 지정학적으로, 또는 정서적으로 분열되어 있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스라엘의 열두 지파는 우리가 상식적으로 생각하는 것보다는 차이점에 많았다. 이들 이스...
사울과 다윗 [2]
7월20일 사울과 다윗 사울 왕과 다윗 왕의 관계는 가깝고도 멀다. 다윗은 원래 사울의 부마이고, 경호실장이기도 하고, 음악 치료사이기도 했다. 그들의 관계가 다 파괴되어 정적관계로 빠져든 데에는 복합적인 요인들이 깔려 있다. 그걸 여기서 따라갈 수는 없으니 겉으로 드러난 것만 간략히 보자. 다윗은 사울이 죽기 전까지 사울에게서 온갖 수모와 압력을 다 받았다. 이상한 일은 사울의 아들 요나단과 다윗의 관계가 우정 그 이상이 된다는 점이다. 혹자는 이 둘이 동성애 관계였다고도 하지만, 거기까지 나갈 필요는 없다. 왕자로서...
명왕성
7월18일 명왕성 지난 월요일 미국 무인 우주 탐사선 뉴호라이즌스호가 명왕성 근접에 성공했다는 소식이 전세계에 타전되었다. 달에 유인우주선을 최초로 보낸 미국이 이번에 우주 물리학에서 또 한 번의 거사를 달성했다. 세계를 선도하는 나라답다. 이런 성취는 어쨌든지 잘한 일이니, 박수를 보내고 싶다. 명왕성은 지구에서 56억7천만 킬로미터 떨어져 있다. 빛의 속도로 6시간 걸리는 거리인데, 이 우주선으로는 9년 6개월 걸린다. 우주선은 대략 시속 6만8천여 킬로미터로 난다. 국제선 비행기의 시속이 1천 킬로미터 정도니, 비교해...
자전과 공전 [6]
7월17일 자전과 공전 설교 시간에 지구의 자전과 공전의 속도에 대해서 잠깐 이야기했다. 지구물리학을 전공한 분이 대구샘터교회에 있는데, 기회가 되면 도대체 자전은 무슨 힘에 의해서 일어나는지 물어봐야겠다. 모든 별의 생성이 회전에 의한 것이라는 사실은 안다. 내 질문은 이것이다. 왜 지구의 자전 속도가 줄어들지 않는가? 모든 운동은 계속해서 어떤 힘이 가해지지 않으면 멈추게 되어 있다. 그렇다면 지금 지구가 자전하도록 어떤 힘이 주어진다는 뜻이다. 그 힘이 발견됐는지가 궁금하다. 그런 힘이 없다면 언젠가는 자전이 ...
의미 충만한 삶 [2]
7월16일 의미 충만한 삶 설교 말미에 ‘의미 충만한 삶’이 우리 행동의 기준이라고 말했다. 도대체 의미 충만하다는 게 뭔가? 우리는 보통 ‘그건 정말 의미 있는 일이야.’ 하고 말한다. 그래서 힘들어도 의미만 있으면 그 일을 마다하지 않는다. 예술가들이나 종교인들에게서 그런 경우를 자주 볼 수 있다. 그런데 이 말이 막연할 수 있다. 어떤 일이 한쪽으로는 의미가 있지만 다른 쪽으로는 의미가 없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군대생활은 양면적이다. 가족과 이웃을 위해서 국가를 지킨다는 점에서는 의미가 있지만, 자칫 국가 이...
세례 요한과 예수
7월15일 세례 요한과 예수 기독교가 바라보는 세례 요한은 광야의 소리로서 예수의 길을 예비한 사람이다. 설교 시간에도 이 사실을 짚었다. 이런 논리를 너무 간단하게 처리하면 곤란하다. 요한 스스로 예수의 신발 끈을 풀기도 감당하지 못하겠다고 발언했다 해서 그를 단순히 심부름꾼 정도로 보는 건 곤란하다. 막 6:14절에 따르면 예수에 대한 소문을 들은 헤롯은 예수를 죽은 세례 요한의 환생으로 보았다. 헤롯만이 아니라 당시 유대 민중들도 역시 예수를 제2의 세례 요한으로 본 것은 분명하다. 요한의 출가가 예수의 출가보다 시...
헤로디아 [2]
7월14일 헤로디아 지난 설교의 제목은 ‘세례 요한의 죽음’이었다. 이 제목이 많은 걸 암시한다. 굳이 내 설교를 다 듣지 않아도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 잘못 알고 있는 사람도 있을 것이며, 나보다 더 깊이 아는 사람도 있겠지만 말이다. 세례 요한의 죽음 자체만 놓고 말한다면 그것이 예수의 죽음을 암시한다는 사실은 쉽게 드러난다. 나도 그런 구도로 설교를 풀어나갔다. 이런 기본 구도를 충분하게 이해하기 위해서라도 그 이야기의 앞뒤, 좌우에 얽힌 사연들을 인문학적 상상력을 통해서 풀어낼 수 있어야 한다. 몇 항목만 짚겠다....
원당일기(65) 서울역에서 원당까지 [4]
7월13일 서울역에서 원당까지 어제 서울에 다녀왔다. 당일치기 나들이라 바쁘게 움직일 수밖에 없다. 대구샘터교회에서 예배와 식사가 끝난 후 즉시 오후 4시에 시작하는 서울샘터교회 예배를 인도하기 위해서 오후1시22분 동대구 출발 서울 행 기차에 몸을 실어야 한다. 어제도 그렇게 다녀왔다. 느낌이 남달라 돌아올 때의 풍경만 잠시 스케치하겠다. 저녁 8시30분에 서울역에서 출발하는 케이티엑스를 탔다. 자리는 4호차 7A로, 1인석이다. 보통 1-5호까지가 특실이다. 일반실에 비해서 요금이 더 나가지만 편리한 점이 많다. 자리를 잡...
해바라기 [8]
4월9일에 해바라기 씨를 구한다는 글을 사랑채에 올렸더니 이신일 목사님이 금새 씨앗몰을 알려줘서 그것에 신청한 해바라기 씨를 4월 중순에 심었다. 해바라기도 여러 종류였다. 그중에 러시아 해바라기를 제일 먼저 심었다. 그 모종 이야기를 5월9일 매일묵상에 올렸다. http://dabia.net/xe/mark/816498 두번째 사진에 나온 모종이 제일 먼저 꽃을 피웠다. 일주일 쯤 된다. 꽃닢 모양이 자연스럽고 색깔이 우아하다. 마음이 끌려 좀더 가까이 가서 찍었다. 같은 날 씨를 뿌린 건데도 다른 녀석들은 아직 멀었다. 키는 어느 정도 자란 거...
자기 부정 [5]
7월10일 자기 부정 지금 나는 계속해서 지난 주간의 설교를 부분적으로 보충하는 중이다. 어제의 주제는 십자가의 신비였다. 오늘은 그것과 연관된 ‘자기 부정’을 보충해야겠다. 교회 이력이 좀 있는 분들은 많이 들었던 이야기라서 별로 기대가 없을 것이다. 설교 시간에 이미 자기 부정을 자기와 관련된 것에 대한 관심을 축소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게 과연 가능한지를 물어야 한다. 가능하다면 어떻게 가능한지도 물어야 한다. 우선 자기 부정과 자기 거부는 구별된다. 자기를 거부하는 건 기독교 신앙과 어울리지 않는다. 자기 부...
십자가의 신비
7월9일 십자가의 신비 지난 설교 마지막 단락에서 ‘약한 것들을 자랑하겠다.’는 바울의 진술이 십자가의 신비와 닿아 있다고 말했다. 십자가는 완전히 망하는 길인데, 그게 도대체 무슨 근거로 ‘은혜가 충분하다.’는 고백의 근거가 된다는 건가? 오늘 우리의 삶을 지배하고 있는 시대정신은 이것과 완전히 대립하고 있지 않은가. 여기서 말하는 십자가는 물론 예수 그리스도의 죽음을 가리킨다. 그의 십자가 사건은 실제로 일어난 역사적 사건이다. 그는 하나님의 아들이다. 그는 심판을 당할 자가 아니라 심판을 행할 자라는 말이다. 그런...
생명 완성
7월8일 생명 완성 나는 지난주일 설교 후반부에서 ‘부활은 하나님만이 고유한 능력으로 행할 수 있는 생명의 완성’이라고 말했다. 부활과 생명 완성이 설교의 중심 주제라 아니라서 더 긴말은 하지 않았다. 오늘 간단하게나마 보충하려고 한다. 기독교 신앙의 중심에 속하는 이 주제에 대한 이해가 충분하지 않으면 기독교 신앙의 전체를 이해하기 어렵기도 하고, 때로는 오해할 수도 있다. 지금 우리의 생명은 완성된 것일까, 아닐까? 이런 질문이 간단한 게 아니다. 우리는 아프고, 늙고, 그리고 죽는다. 이런 것만 보면 생명의 완성과는...
바울의 적대자들
7월7일 바울의 적대자들 지난주일 설교에서 고린도교회와 바울의 관계를 설명하면서 바울의 적대자들을 언급했다. 바울은 그들을 가리켜 고후 11:13-15절에서 이렇게 표현했다. 이런 사람들은 거짓 사도요 속이는 일꾼이니 자기를 그리스도의 사도로 가장하는 자들이니라 이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니라 사탄도 자기를 광명의 천사로 가장하나니 그러므로 사탄의 일꾼들도 자기를 의의 일꾼으로 가장하는 것이 또한 대단한 일이 아니니라 그들의 마지막은 그 행위대로 되리라. 바울이 거짓 사도라 부르는 이들은 예상 외로 타종교 지도자들이...
불립문자
7월6일 불립문자 바울이 고후 12장에서 말하는 셋째 하늘과 낙원은 같다. 유대인들은 셋째 하늘에 낙원이 있다고 생각했다. 바울은 자신이 그곳을 갔다 왔다는 식으로 말한다. 이런 말을 문자 그대로 받아들이는 사람들도 있다. 요즘도 천국에 갔었다는 말을 하는 사람들이 있는 거와 같다. 바울의 말은 옳고 요즘 천국 운운하는 사람들의 말은 틀린 걸까? 아니면 둘 다 옳거나, 둘 다 틀린 걸까? 이런 논란은 여기서 다루지 말자. 바울의 말만 따라가자. 바울은 셋째 하늘과 낙원을 말하면서 자신이 몸 안에 있었는지, 밖에 있었는지 모른...
오늘의 숙명주의 [2]
7월3일 오늘의 숙명주의 6월28일 설교 마지막 부분에서 열두 살 소녀의 죽음을 당연한 현실로 받아들이는 조문객들의 태도에서 현대의 숙명주의가 보인다고 말했다. 그대로 인용하겠다. 세상 사람들은 죽음으로 만사가 끝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똑똑하고 이지적이고 실증적인 사고방식에 빠져 있는 그들은 이런 점에서 숙명주의자입니다. 죽으면 지금 여기서 우리가 경험하던 모든 삶이 끝장나는 거는 맞다. 천당에 가서 지금의 삶이 그대로 연장되기를 기대하는 것은 별로 확실한 게 아니다. 여전히 무한하게 반복되는 삶을 바라는 사...
초상 [2]
7월3일 초상 지난 주일설교의 중심 무대는 회당장 야이로의 집이다. 그의 딸이 죽어 초상이 진행되고 있었다. 설교의 핵심 주제는 아니지만 거기서 나는 우리의 일상이 초상의 일상과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다 아는 뻔한 이야기다. 그래도 한 마디만 더 하자. 초상은 일종의 축제다. 한 사람이 세상에 태어나서 한 평생을 살다가 이제 삶을 마감했다는 것은 대학 공부를 마치고 (박사)학위를 받은 것처럼 축하할 일이다. 학위를 받으려면 학교 커리큘럼에 따른 코스를 마쳐야 하고, 각 과목마다 합격 점수를 받아야 하고, 지도교수의 지도...
놀라운 일들... [4]
제목이 좀 자극적이다. 별거 아닌 걸 갖고 뻥치는 거 아닌가, 하고 생각할 분들도 있을지 모르겠다. 그래도 할 수 없다. 내가 놀란 일을 놀라운 거라고 말하는 게 잘못은 아니니까. 오늘 교회 주보를 작성하는 날, 오전 9시쯤 집 마당에 나갔다. 방에서 창문을 통해서 볼 수 있지만 바로 옆에서 보는 것에 비길 수 없다. 벌들이 호박꽃에 머리를 박고 꿀을 빨고 있었다. 그들의 다리는 꽃가루가 범벅이다. 사진으로는 보이지 않겠지만 내 눈에는 보였다. 그중의 한 장면을 보라. 이것보다 더 놀라운 일이 어디 있는가. 벌이 사라지면 인간...
동성부부 [18]
7월1일 동성부부 지난 6월26일 미국 대법원은 동성결혼 합법화를 공식으로 선언했다. 물론 다른 많은 나라가 이미 동성 결혼을 합법화했지만, 기독교 국가라 불려도 손색이 없고, 그래서 전체적으로 보수적인 성격이 강한 미국의 대법원이 이런 결정을 내렸다는 게 놀랍다. 미국 대통령 오바마도 적극 지지했고, 유엔 사무총장인 반기문도 적극 옹호했다. 미국 기독교인들에게서도 찬성 비율이 높게 나온다. 몇 년 사이에 크게 변한 것이다. 한국 기독교인들은 아마 반대가 높을 것이다. 한기총을 비롯해서 대다수의 기독교 연합기관과 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