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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당일기(38)- 이상한 만남 [3]

  • Jan 20,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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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만남 제목이 야릇하지만 별 일이 아니다. 오늘 웬일인지 집사람이 산책을 다녀오자고 해서 나갔다. 다른 때는 내가 가자고 해도 귀찮다고 하던 사람인데, 지난 연말에 건강검진에서 고지혈증 진단을 받아서 그런지 운동 좀 해야겠다는 것이다. 내가 보기에 수치가 그렇게 높지 않아서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이번 겨울 내도록 컬튼가 뭔가 하는 걸 하느라 몇 시간이고 앉아만 있더니, 이제 움직이려고 하니 다행이다. 일전에 나 혼자 산책을 나갔던 길과 반대로 갔다. 마을 북쪽으로 빠져 작은 계곡을 끼고 동편으로 ...

원당일기(37)- 거미

  • Jan 17,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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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미 거미가 어떻게 겨울을 나는지 궁금하다. 우리 집 식당 앞 처마에는 아직도 거미줄이 그대로 있고, 거미줄에는 지난 가을에 포박된 곤충 몇 마리가 그대로 남아 있다. 거미는 찾을 수 없다. 어딘가 틈에 박혀 이 추위를 견디고 있지 않겠는가. 나는 웬만해서 거미줄을 치우지 않는다. 시골에서 사는 사람은 벌레를 비롯해서 다른 생명체들과 어울려서 지내야 한다. 부부 길고양이 한 쌍이 우리 집의 단골손님이다. 계절도 없다. 사시사철 하루도 빠지지 않고 식당 창문 밑에서 기다린다. 그 친구들 덕분에 우리 집에는 쥐나 뱀이 오지...

원당일기(36)- 대원당길 111 file [5]

  • Jan 17,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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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원당길 111 요즘은 주소가 이중으로 불린다. 옛날 주소로 우리 집은 원당리 113-2인데, 새 주소로는 대원당길 111이다. 마을은 코딱지만 한데 새 주소 명으로 대(大)를 붙었다. 뼈대 있는 집안의 후손들이 살고 있다는 자부심의 발로다. 그런데 후손들이라고 해봐야 대개는 늙었고, 젊은이들은 다 타지에 산다. 나는 우연한 기회로 이 마을에 들어와 살게 되었다. 앞으로 죽을 때까지 살게 될 것이다. 시골의 겨울은 을씨년스럽다. 그래도 우리 동네는 대나무가 많아서 그런대로 생기가 완전히 없어지진 않았다. 아래 사진은 모과나무 ...

원당일기(35)- <토지> 읽기 (4) [2]

  • Jan 15,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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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에 몸 던진 기생 기화에 대한 혜관 승려의 한 자락 생각을 박경리는 이렇게 묘사하고 있다. 빼어난 묘사력이다. 다 같은 강물이요 다 같은 뗏목인데 혜관은 섬진강과 해란강이 왜 다를까 생각한다. 아름답기론 섬진강 편이다. 조촐한 여자같이, 청아한 소복의 과부같이. 백사는 또 얼마나 청결하였는가. 산간의 강물과 대륙의 강물, 모두 숱한 사연을 흘려보낸 강물. 혜관은 섬진강에 몸을 던진 기화를 생각한다. 십칠팔 년 전에 처음 이곳에 동행하여 왔을 때 법단 남치마에 옥색 두루마기 미색 목도리를 둘렀던 아름다운 기생 기화...

원당일기(34)- 마을 앞 고속도로

  • Jan 14,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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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앞 고속도로 며칠 전에 산책을 나갔다. 보통은 북쪽 방향을 잡는데, 그때는 서쪽 방향을 잡았다. 산이라고 해봐야 야트막한 야산에 불과하다. 오랜 전에도 한번 간적이 있는데, 산길은 대개 무덤 쪽으로 나 있다. 정승을 지낸 분의 무덤을 비롯해서 제법 그럴듯한 무덤이 여럿 있었다. 가는 길에 그럴듯한 고가도 있다. 퇴락하긴 했지만 지금도 그런대로 역사와 운치가 있어 보인다. 지금도 일 년에 한 번씩 후손들이 모여 거기서 제사를 지낸다. 사당 담장에 붙어 있는 고목이 우람하다. 내가 서쪽 방향을 잡은 이유는 그쪽으로 영...

원당일기(33)- <토지> 읽기(3) [2]

  • Jan 13,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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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 읽기(3) 기생 기화의 원래 이름은 봉순이다. 최참판댁 서희보다 두세 살 위지만 어릴 때부터 서희를 ‘아씨’라 했고, 서희는 봉순이에게 하대했다. 주인과 종의 관계다. 나이가 들면서 봉순이는 같은 머슴으로 지내던 길상을 좋아한다. 그러나 서희에 대한 길상의 마음이 각별하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타고난 끼를 발휘해서 노래하는 기생이 된다. 서희는 길상과 결혼한다. 기화는 예쁘고 노래 잘하는 기생으로 잘나갔다. 많은 남자들의 마음을 끌었다. 그러나 결국은 기구한 인생을 살다가 아편쟁이가 되어 섬진강에 몸을 던진다. ...

원당일기(32)- <토지> 읽기(2) [4]

  • Jan 12,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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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 읽기(2) 흔한 말로 책읽기는 세상에 대한 간접 경험이다. 외떨어진 원당의 내 집에서, 또는 평생 교회 마당만 밟고 살았던 탓에 직접 경험할 수 없었던 세상을 <토지>를 통해서 생생하게 경험하고 있다. 나 스스로는 포착할 수 없었던 세상과 삶이 그 소설에 들어 있었다. 루터나 바르트의 글처럼, 또는 렘브란트의 그림처럼, 바흐의 피아노 작품처럼 <토지>는 이야기꾼 박경리의 시선을 통해 새롭게 구성된 어떤 세상을 전해준다. 그 이야기에는 수없는 사람들의 운명이 서로 얽혀 있다. 그게 하나의 거대한 흐름을 이루고 있다. ...

원당일기(31)- <토지> 읽기(1) [2]

  • Jan 10,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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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 읽기(1) 작년 11월 말쯤부터 박경리의 <토지>를 짬짬이 읽고 있다. 서재에서, 화장실에서, 집 식당, 침대에서 손에 잡히는 대로 읽는다. 어떤 때는 앉았다 일어서는 운동을 하거나 허리 뒤틀기 스트레칭을 하면서 읽기도 한다. 시간을 최대한 활용하려는 꼼수다. 전체가 20권인데 지금 11권 째를 읽고 있다. 메모 해두고 싶은 구절이 많다. 몇 대목만 손잡히는 대로 여기에 올려보겠다. 15장 석이의 청춘 석이는 둑길 쪽으로는 가지 않고 강물을 따라 상류를 향해 곧장 걷는다. 걷다가 돌아본다. 유난스럽게 하얀 모래밭을 마치 거...

원당일기(30)- 안과를 다녀와서 [2]

  • Jan 09,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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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과 다녀와서... 어제 영천에 있는 아무개 안과에 다녀왔다. 대략 한 달 전부터 오른쪽 눈에 검은 점이 보이기 시작했다. 컴퓨터 화면을 너무 오래 들여다봐서 그런가 보다 하고 그냥 지냈다. 그런데 며칠 전부터는 점이 두 개로 늘었다. 크게 불편한 거는 없었다. 집사람이 가보라고 성화이고, 이런 현상이 더 심해지면 테니스를 못할 텐데 하는 걱정도 있고 해서 인터넷으로 검색한 안과를 찾아갔다. 내가 찾아간 안과의 풍경이 좀 웃기는 시추에이션이었다. 그걸 일일이 묘사하기도 힘들다. 한 가지만 말하면 이렇다. 간호사로 보이는...

원당일기(29)- 누이들 [2]

  • Jan 08, 2015
  • Views 1472

누이들 지난 토요일에 누이동생 둘이 각각 남편과 함께 우리 집에 와서 하룻밤 묵고 갔다. 바로 밑은 세 살, 막내는 다섯 살이 나보다 적다. 매제들은 다 나보다 한두 살씩 많다. 매제들은 다 환갑이 넘었고, 바로 밑 누이는 일 년쯤, 막내는 삼년쯤 남았다. 다들 나이를 먹을 만큼 먹은 셈이다. 누이동생들을 생각하면 늘 마음이 짠하다. 내가 초등학교 1학년 때 어머니가 돌아가셨으니까 누이들은 갓 난 아이였을 때 엄마를 잃은 것이다. 내 바로 위로 여자 아이는 육이오 때 죽어서 우리 남매 여섯은 위로 셋, 아래로 셋 사이에 터울이...

원당일기(28)- 우편함 file [3]

  • Jan 08, 2015
  • Views 1839

우편함 모르긴 해도 우리 동네에서 우리 집에 우편배달이 가장 많을 거다. 네 식구 각자에게 여러 종류의 우편물이 온다. 집사람 쪽으로 오는 게 제일 많을 거고, 그 다음은 나이고, 그 다음은 둘째 딸, 마지막으로 큰 딸이다. 각종 선전물로부터 시작해서 보험회사 안내장, 동창회나 대학 공문서 등이 끝없이 날아든다. 나에게도 주간지지와 월간지, 몇 모임의 안내서들, 차에 관련된 서류나 통지문, 거기다가 과속이나 주차위반 벌금 통지서도 심심치 않게 온다. 내가 타는 교회 차만이 아니라 아내와 두 딸의 차도 모두 주소지가 이곳...

원당일기(27)- 주현절

  • Jan 06, 2015
  • Views 1654

주현절 오늘 1월6일부터 주현절이 시작해서 2월15일 주일까지 계속된다. 주현절은 Epiphany of the Lord(주의 나타나심)을 기리는 절기다. 전통적으로는 동방박사의 아기 예수 경배와 연결된다. 또 다른 전통으로는 예수의 세례다. 세례 순간에 하늘로부터 “이는 내 사랑하는 아들이요 내 기뻐하는 자라.”는 소리가 들렸다고 한다. 몇몇 전승들이 결합되어 있는 이 주현절 절기는 예수가 하나님의 아들, 즉 하나님과 본질적으로 동일한 존재라는 신앙에 토대한다. 영어 단어 Lord는 보통 ‘주’로 번역된다. 그 단어는 고대 유대인들이 하나...

원당일기(26)- 색즉시공 [4]

  • Jan 05, 2015
  • Views 1991

색즉시공 어제 서울샘터교회 예배 후에 ‘창조에 대해서’라는 제목으로 신학공부 강의를 했다. 강의 내용 중에 색즉시공 공즉시색이라는 선불교 경구에 대해서 잠간 언급했다. 색은 우리가 확인할 수 있는 구체적인 세상을 가리키고, 공은 말 그대로 비어 있어서 우리가 잡을 수 없는 것을 가리킨다. 색이 곧 공이고, 공이 곧 색이라는 뜻이다. 나는 원당리 113-2번지에 자리하는 우리 집으로 올라올 때마다 이게 현실인지 꿈인지 오락가락할 때가 많다. 쏟아지는 별빛, 또는 달빛, 집 배경을 이루고 있는 대나무 숲, 기차소리, 창문에서 ...

원당일기(25)- 남매 [2]

  • Jan 03, 2015
  • Views 1491

원당일기(25)- 남매 2년 전 처음 이곳으로 들어올 때는 우리 동네에 남매가 살았다. 마을 한 가운데 있는 집에 사는 아이들 노는 모습이 내 서재에서 바로 아래로 내려다 보였다. 오빠는 초등학교 3학년 쯤 되고, 누이는 1학년, 또는 바로 그 아래로 보였다. 그들 남매는 늘 어울려 지냈다. 동네에 친구들이 없기도 했지만 사이가 좋아보였다. 집사람과 나는 그 아이들의 노는 모습을 보면서 즐거워하곤 했다. 몇 번인가 장 보러 갔다가 아이들을 위해서 과자를 사다 주기도 했다. 아이들이 살고 있는 집에는 칠십 가까이 되는 노파가 산다...

원당일기(24)- 쥐 죽은 듯... [2]

  • Jan 02, 2015
  • Views 1838

원당일기(24)- 쥐 죽은 듯... 원당이 요즘 낮이나 밤이나 쥐 죽은 듯 조용하다. 요즘만이 아니라 농한기인 세 달 동안 늘 그렇다. 농한기 때문만이 아니다. 원래 동네 주민들 숫자가 30 여명 밖에 되지 않는다. 더구나 아이들이 하나도 없다. 아이들이 있어야 사람 사는 소리도 나고 할 게 아닌가. 아이들이 없다는 건 젊은 부부들이 살지 않는다는 뜻이다. 가장 젊은 부부가 우리다. 바로 아랫집 이장은 오십 대 후반인데, 아내 없이 홀어머니와 산다. 젊었을 때는 객지에서 살았다고 한다. 아마 말 못할 사정이 있었나 보다. 아, 그러고 ...

원당일기(23)- 새해 인사

  • Jan 01, 2015
  • Views 1936

원당일기(23)- 새해 인사 2013년 3월15일(금요일)에 원당으로 이사를 왔다. 두 달여 만 지나면 2년이 된다. 세월이 이렇게 빠르다. 원당에서의 생활도 10년, 그리고 20년이 훌쩍 흐르고 말 것이다. 그리고 내 나이도 그렇게 늘어날 것이며, 남은 인생은 그만큼 줄어들 것이다. 두려워하지 말고 그 세월과 맞서봐야겠다. 그래봤자 당랑거철(螳螂拒轍- 마차 바퀴를 막아보려는 사마귀 형국)에 불과하지만 그걸 각오하는 것 자체가 맞서는 거 아니겠는가. 2015년 새해가 밝았다. 지금 이 시간은 그 첫날이 벌써 어두워진 순간이다. 아직은 첫...

목사공부(228)- 목사의 구원(4) [4]

  • Dec 31,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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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사의 구원(4) 지금 나는 내가 소유하고 있는 것들과 나와 관계된 사람들이 다 떠나도 걱정하지 않는다. 내가 지금 당장 무인도에 떨어진다고 해도 괜찮다. 암자에 들어가도 좋고, 수도원에 들어가도 좋다. 다치거나 큰 병이 들어 오랫동안 취미로 좋아했던 테니스를 계속하지 못해도 아무 상관이 없다. 나이가 갑자기 더 들어 바짝 늙는 것도 괜찮다. 나를 둘러싸고 있는 환경과 조건이 나를 결정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더 이상 원하는 것도 없고, 이루고 싶은 것도 없다. 지금 모든 것을 충분한 것으로 생각하니, ...

목사공부(227)- 목사의 구원(3) [6]

  • Dec 30,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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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사의 구원(3) 죽음을 통한 이 세상과의 단절은 바로 이 세상으로부터의 해방이며 구원이다. 이 세상에서의 삶에 미련이 있다면 그는 죽음을 통해서 구원받지 못할 것이다. 이런 미련을 끊기가 쉽지 않다. 우리의 경험은 이런 미련을 오히려 강화시킨다. 목사들은 교회 성장에 미련이 크다. 은퇴할 때까지 거기에 매달린다. 자식 문제도 마찬가지다. 거기에 미련이 크면 우리는 구원받지 못한다. 문제는 그런 미련이 우리에게 본능적으로 강하다는 점이다. 죽어야만 이런 데서 해방 받을 것이다. 그런 것에 아무리 미련이 강한 사람도 죽...

목사공부(226)- 목사의 구원(2) [2]

  • Dec 29,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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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사의 구원(2) ‘구원받았나?’ 하는 질문은 순서가 잘못된 거다. 구원이 무엇인가, 하는 질문이 먼저다. 구원에 대한 개념이 전제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구원받았나 하는 질문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오히려 그것이 자기 합리화나 남을 공격하는 수단으로 사용될 수 있다. 여기서 구원론(soteriology)을 다시 언급할 필요는 없다. 그런 문제들을 다 전제한 채 나의 구원 경험, 또는 그런 희망에 대해서 직접 말하는 게 좋겠다. 나는 구원받았다. 그렇게 믿고, 그렇게 희망한다. 이런 믿음과 희망이 없다면 기독교인라고 할 수 없다. 기독교...

목사공부(225)- 목사의 구원(1) [2]

  • Dec 27,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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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사의 구원(1) ‘목사공부’를 금년 말까지로 정리해야겠다. 마지막 주제는 목사의 구원이다. 목사로 평생 살아온 나는 구원받을까? 이것은 나 자신을 향한 신앙양심의 소리이기도 하다. 예수 그리스도를 통한 구원을 매 주일 설교할 뿐만 아니라 구원 공동체인 교회를 꾸려가야 할 목사는 숙명적으로 이런 질문 앞에 벌거벗고 서야 한다. 목사라는 직책, 목회의 업적, 신학적 사유 능력을 모두 내려놓아야 한다는 말이다. 이게 쉽지 않다. 이런 것들에만 몰두한 목사는 그것을 내려놓을 수 없다. 사람은 대개 자기가 살아온 그대로 세상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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