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담신자 [7]
8월8일(목) 냉담 신자 특별한 이유 없이 오랫동안 성당에 나오지 않는 신자들을 성당에서는 냉담자, 또는 냉담신자라고 한다. 신앙이 식었다는 뜻이다. 그렇다고 그들이 신앙을 완전히 포기한 것도 아니다. 냉담 상태가 오래 지속되면 결국은 신앙을 완전히 놓치게 될 것이다. 개신교회에서는 냉담신자를 어떻게 부르는지 아직 의견이 모아진 게 없다. 그냥 교회를 쉬는 신자, 시험에 들린 분이라고 한다. 그 의미는 가톨릭의 냉담신자와 비슷하다. 왜 냉담신자가 되는가? 그 이유는 각 사람의 숫자만큼 여러 가지이다. 그들이 신앙을 포기...
강단의 위기
지난 주일 설교에서도 언급한 말인데, 기독교 신앙은 기본적으로 현재의 생명이 완성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토대에 둔다. 그 미완의 생명이 완성되는 순간을 가리켜 주의 재림, 종말, 심판이라고 한다. 기독교의 모든 가르침은 여기에 집중된다. 그래서 기독교 신앙을 가리켜 종말론적이라고 말한다. 문제는 이런 말이 실질적으로 들리느냐에 있다. 지난 주일 예배 후 환담 중에 어떤 신자로부터 진솔한 이야기를 들었다. 예수의 재림 때 일어날 생명의 완성을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리고 싶긴 하지만 그 생명의 완성이 구체적으로 손에 들어...
한국교회 문제의 책임 [28]
일전에 어떤 분과 이야기 하는 중에서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새롭다고 말하기는 좀 그렇고 목회자인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부분을 그분이 아주 사실적으로 말했다고 보면 된다. 내가 물었다. 생각도 깊도 신앙도 진지한 분들이 왜 수준 이하의 교회에 붙어 있는 거죠? 본인들도 교회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다 알고 있으면서 말입니다. 그런 방식의 신앙생활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면 결국 자신의 영혼이 훼손되는 게 분명한데 말입니다. 내가 일반 신자였다고 한다면 벌써 다른 교회로 옮겼을 겁니다. 그분의 대답은 이렇다. 신자들...
잠자는 식물
8월5일(월) 잠자는 식물 요즘 원당의 밤은 어둡다. 가로등의 숫자가 삼분의 일, 또는 사분의 일로 확 줄었다. 에너지 절약을 솔선수범하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고추 등 식물의 수면을 방해하지 않으려는 조치라고 한다. 식물들도 밤에는 자야한다. 잠을 못자면 수확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설마 그럴 리가 있겠나 싶겠지만 농부들에게서 직접 들은 말이니 믿어도 된다. 그러고 보니 나도 어디선가 옛날에 그런 말을 듣거나 글을 읽은 것 같긴 하다. 하기야 좋은 음악도 식물의 성장에 양향을 끼친다고 하지 않나. 지금 우리는 그런...
설교 맛보기
8월3일(토) 설교 맛보기 내일 설교 본문은 골 3:1-11절이다. 제목은 4절을 그대로 따왔다. ‘그리스도께서 나타나실 때’ 이게 과연 말이 될까? 현대인들이 골로새서의 이런 진술에 진실한 마음으로 귀를 기울일까? 이런 표현이 자칫하면 일종의 열광주의로 이해된다. 신앙적 열기로만 말하면 열광주의를 따라올 세력은 없다. 그래서 그런 이들이 교회의 주축세력이 될 가능성이 높다. 지금 한국교회의 상당한 부류가 이런 이들이라 해도 틀리지 않는다. 그런 입장이 극단으로 치달으면 시한부 종말론에 떨어진다. 예수가 재림할...
구어와 문어
8월2일(금) 구어와 문어 요즘 <기독교가 뭐꼬?>를 쭉 읽고 있다. 인쇄소에 넘겨주기 전에 문장을 다듬기 위해서다. 근데 그게 보통 문제가 아니다. ‘기꼬’는 원래 인터넷 라이브 강의를 녹취했다가 그대로 풀어 쓴 탓에 전체적으로 구어체로 되어 있다. 문장에 짜임새가 없다. 주부와 술부가 명확하게 구분되지 않거나 똑같은 말이 반복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특히 문장 끝이 ‘... 인데요.’라거나 ‘... 에요.’, 또는 ‘... 같은데...’로 되어 있다. 어떤 사람은 말도 문장처럼 완벽하게 ...
기차소리 [2]
8월1일(목) 기차소리 우리 집이 있는 원당은 마지막 마을이다. 우리 마을을 거쳐 들어갈 수 있는 마을이 없다. 계곡을 따라 들어가면 기껏해야 저수지를 만날 수 있을 뿐이다. 나는 한 군데 저수지만 가 봤는데, 더위만 가시면 나무지 저수지에도 가 볼 생각이다. 이렇게 말하면 아주 깊은 골짜기 마을로 생각될지 모르나 실제로는 그렇게 외딴 마을은 아니다. 영천 기차역까지 승용차로 넉넉잡아 15분이면 갈 수 있다. 영천은 대구에서 온 기차가 안동과 경주로 갈라지는 길목이다. 안동으로 올라가는 기차는 북영천역으로 가고 경주로 가...
해병대 캠프 [2]
7월31일(수) 해병대 캠프 지난 7월18일 소위 해병대 캠프에 참가했던 공주 사대부고 학생 5명이 숨졌다. 앞으로도 70-80년 동안 더 살아야 할 어린 새싹들이 어처구니없는 사고로 세상을 등진 가슴 아픈 이야기를 여기서 다시 꺼내고 싶지 않지만 그게 바로 대한민국의 현주소이기에 어쩔 수 없이 언급하게 된 것을 이해해 주시기 바란다. 매스컴은 조교들에게 자격증이 없다는 사실을 부각시킨다. 고등학생들을 훈련시킨 캠프가 정식 해병대가 아니라 해병대라는 이름만 빌립 사설 캠프 회사라고 한다. 해병대는 이번 사고를 기회로 전국...
야간 사격장
7월30일(화) 요즘 원당리의 밤은 야간 사격장으로 변합니다. 신경이 예민한 분들은 밤잠을 설칠 수도 있고, 임신부들은 특히 조심을 해야 합니다. 얼마 전까지 웬만하면 여기 들어와 살도록 해보라고 주변 사람들에게 말을 했는데, 앞으로는 섣불리 그렇게 말 못하겠습니다. ㅎㅎ 실제로 사격장이 된다는 건 아니고요. 정기적으로 총소리 비슷한 소리가 난다는 겁니다. 이제 감을 잡으셨는지요. 동물들을 쫓아내는 소리에요. 아마 그런 기계가 있는가 봅니다. 지금은 한창 포도와 고추 등이 익는 계절입니다. 고라니와 멧돼지들이 출몰해서...
고추
일단 아래 사진을 좀 보세요. 보기 좋지요? 고춥니다. 왜 올렸냐구요? 좀더 가까이서 찍은 사진을 보시죠. 예, 멋진 고추에 상처가 많습니다. 며칠 전 오후 늦게 동네를 돌다가 고추밭에서 일하다 돌아오시는 분에게서 고추를 얻었습니다. 그분의 말씀이 새들이 와서 저렇게 쪼아 먹는답니다. 새와 짐승들이 포도나 벼 등을 먹는다는 말은 들었지만 저렇게 고추까지 먹을 줄은 몰랐습니다. 새들도 먹고 살긴 해야겠지만 혼자서 손주들을 돌보며 사는 농사꾼 아주머니의 수고가 저렇게 허물어진데서야 말이 되겠습니까. 어떻게 해결책을 찾...
팔복쓰기를 마치며...
지난 한달 동안 '팔복'을 주제로 묵상글을 썼다. 샘터교회 수련회를 준비하는 작업이기도 했다. 설교나 강의, 글쓰는 작업은 자기 자신을 위한 일이다. 자신에게 설득력이 없으면 남에게도 설득력이 없다. 자신이 은혜를 받지 못하면 남에게도 은혜가 되지 않는다. 힘들더라도 설교하고 강의하고 글쓰는 게 자신의 영성 훈련에도 좋다는 걸 이번에 다시 느꼈다. 팔복이 말하는 복은 전혀 새로운 차원이다. 그것을 모른다면 팔복은 소위 '공자 왈'에 떨어진다. 과연 나는 팔복의 그 복을 알며 그 복에 근거해서 살아가고 있을까? 아무도 자...
팔복 영성
아래는 어제(7월25일) 열린 시국기도회의 설교 요약이다. '대구경북 기독인 연대'가 주최한 기도회다. 설교 부탁을 받고 요즘의 묵상 주제인 팔목이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팔복은 기본적으로 저항 영성이다. 힘과 경쟁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시대정신을 거부하고, 오히려 하나님의 통치에만 전적으로 의존하는 사람들의 신앙고백이기 때문이다. 2013.7.25(목) 저녁 7:30, kncc 시국기도회 설교, 성공회 서대구교회 팔복의 영성 마 51-12 본문 설명- 마태복음 기자는 소위 산상수훈을 팔복으로부터 시작한다. 지난 2천년 동안 기독교...
팔복(30) 제자의 삶 [1]
11,12절은 팔복의 총괄이다. 이것을 포함해서 구복(九福)이라고 해도 되지만, 앞의 여덟 개 문장이 삼인칭 단수로 되어 있는 반면에 이 항목의 인칭대명사만 이인칭 복수로 되어 있어서 분리해서 보는 게 좋다. 아홉 번 째 복이 팔복의 결론인 셈이다. 본문을 그대로 읽어보자. “나로 말미암아 너희를 욕하고 박해하고 거짓으로 너희를 거슬려 모든 악한 말을 할 때에는 너희에게 복이 있나니 기뻐하고 즐거워하라 하늘에서 너희의 상이 큼이라 너희 전에 있던 선지자들도 이같이 박해하였느니라.” 여기서 ‘나로 말미암...
팔복(29) 하나님 나라와 교회 [4]
팔복에 나오는 복의 종류는 아래와 같다. 1) 천국, 2) 위로, 3) 땅, 4) 배부름, 5) 긍휼, 6) 하나님, 7) 하나님의 아들, 8) 천국. 공교롭게도 1번과 8번이 똑같다. 3번과 4번은 세속적인 복처럼 보이고, 나머지는 영적인 것으로 보인다. 전체적으로는 팔복의 복은 영적인 것이다. 팔복은 천국의 복인 셈이다. 천국은 ‘바실레이아 톤 우라논’의 번역이다. 바실레이아는 나라이고, 우라노스는 하늘이다. 톤은 2격 정관사다. 1번과 8번이 문자적으로 똑같다. 복음서가 보통은 하나님의 나라, 즉 ‘바실레이아 투 데우’...
팔복(28) 디카이오수네
팔복의 마지막 항목은 의(義)다. ‘의를 위하여 박해를 받은 자’는 복이 있다고 한다. 여기서 우리말로 의로 번역된 헬라어 ‘디카이오수네’는 righteousness, justice로 번역될 수 있고, 또 ‘what God requires’로 번역될 수 있다. 도대체 의란 무엇인가? 마 6:33절은 이렇다. “너희는 먼저 그의 나라와 그의 의를 구하라...” 여기서도 의는 디카이오수네다. 성서는 기본적으로 의를 하나님의 속성으로 본다. 스스로 의로울 수 있는 인간은 없다. 의를 인식할 수 있는 자도 없다. 구약성서...
팔복(27) 평화와 한민족의 분단 [2]
성서를 비롯해서 온 인류가 평화를 외치며 살았는데도 평화는 요원하다. 그 이유가 무엇인가? 근원적으로 이 세상이 생존경쟁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사실이 그 대답이다. 사람만을 말하는 게 아니다. 모든 동식물을 경쟁을 통해서 진화해왔다. 예를 들자. 케냐의 세렝게티에 일주일 굶은 사자 가족이 있다. 어미 사자들은 사냥을 나갔다. 들판을 가로지르는 누우 떼를 보았다. 이제 사냥이 시작된다. 세렝게티의 평화는 모든 동물들이 배부를 때만 가능하다. 그러나 그들은 다른 이유로 평화를 파손하지는 않는다. 문제는 인간이다. 인간만...
팔복(26) 에이레노포이오스 [1]
팔복의 목록을 다시 보자. 1) 심령이 가난한 자, 2) 애통하는 자, 3) 온유한 자, 4) 의에 주리고 목마른 자, 5) 긍휼히 여기는 자, 6) 마음이 청결한 자, 7) 화평하게 하는 자, 8) 의를 위하여 박해를 받은 자. 여덟 항목이 비슷하다. 서로 중복되는 것들도 있다. 1번의 심령이 가난한 자와 6번의 마음(카르디아)이 청결한 자(카다로이)는 비슷한 의미다. 2번의 애통하는 자는 고난을 당하는 자(루터 번역, Leid tragen)라는 뜻이다. 8번의 박해를 받은 자와 비슷하다. 3번의 온유하다는 말은 5번의 긍휼히 여긴다는 말과 비슷하다. 4와 8...
팔복(25) 소외된 자들
팔복은 이사야의 메시야니즘이라 할 수 있는 사 61-3절과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 여기에는 여호와의 기름 부음을 받은 자(메시야)가 해야 할 일의 목록이 나온다. “가난한 자에게 아름다운 소식을 전하게 하려 하심이라. 나를 보내사 마음이 상한 자를 고치며 포로된 자에게 자유를, 갇힌 자에게 놓임을 선포하며...” 예수님은 공생애를 시작하면서 회당에서 이 구절을 그대로 인용해서 읽으셨다(눅 4:18). 여기에 열거된 이들과 팔복에 열거된 이들의 상황이 비슷하다. 세례 요한이 감옥에서 제자들을 예수에게 보내서 당신이...
팔복(24) 황제 숭배
황제 숭배가 왜 문제인가? 보기에 따라서 그것은 단지 국가 의식에 불과하다고 말할 수 있다. 조선 사람이 신사참배를 하더라도 일본 황제를 신으로 믿는 게 아니라 단지 일제의 정치 체제를 인정하는 것뿐이라거나, 국기 의례도 국가를 숭배하는 게 아니라 국민으로서 국가를 인정하는 것뿐이라고 말이다. 황제 숭배가 사소한 것처럼 보여도 실제로는 아주 심각하다. 의식적으로나 무의식적으로 황제를 절대화하게 된다. 어린아이들이 부모를 절대화하면서 행복하게 살듯이 황제를 절대화하면서도 행복하게 살면 된다고 생각할 수 있다. ...
팔복(23) 팍스 크리스티
팔복은 로마 제국의 이데올로기에 대한 적극적인 항거다. 초기 기독교가 팍스 로마나가 아니라 팍스 크리스티(그리스도의 평화)를 외친 것과 같다. 이유가 무엇인가? 팍스 로마나는 힘의 논리다. 자신들의 평화, 즉 자신들이 잘 먹고 잘 사는 질서를 위해서 다른 이들을 힘으로 억압하는 이데올로기다. 팔복의 각 항목을 보라. 그것은 힘의 논리와 정반대다. 심령이 가난한 자, 애통하는 자, 온유한 자, 의에 주리고 목마른 자, 긍휼히 여기는 자, 마음이 청결한 자, 화평하게 하는 자, 의를 위하여 박해를 받은 자는 로마 시대에 일종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