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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복(22) 빌라도와 예수

  • Jul 17,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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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의 몇 가지 질문에 일일이 대답하려면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여기서는 그걸 다 따라갈 수 없다. 질문을 더 요약해보자. 예수는 로마 체제를 부정했을까? 그래서 십자가 처형을 당했으며, 초기 기독교는 좌고우면 없이 그 입장을 그대로 고수한 것일까? 복음서만을 통해서 예수와 로마 정권과의 관계를 정확하게 파악하기는 힘들다. 복음서 기자들은 그것에 대해서 관심이 없었다. 그것만이 아니라 앞에서 간단히 언급한 것처럼 역사적 예수에 관해서 관심이 없었다. 역사적 예수를 모르기 때문이 아니라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을 전해야...

팔복(21)- 팍스 로마나

  • Jul 16,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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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자의 복에 대한 말씀은 예수 당시의 정치 사회적 배경을 놓고 생각해야 한다. 팔복만이 아니다. 성경은 모두 역사적 배경이 있다. 예컨대 구약을 읽을 때는 BC587년에 일어났던 바벨론 포로 사건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하나님의 백성인 이스라엘이 이방 바벨론에 의해서 망했다는 충격적인 사실 앞에서 이스라엘은 하나님 신앙을 총체적으로 새롭게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하나님은 절대자인가, 하나님은 이스라엘 백성들을 선택했는가, 선택받은 민족에게, 또는 무죄한 이들에게 왜 불행이 일어나는가, 등등의 질문에 대한 대답...

팔복(20)- 재물과 하나님 [1]

  • Jul 16,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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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성찰이 가능한 기독교인들은 부(富)에 대해서 이렇게 생각할 것이다. 너무 가난해서 시험에 들리지 않고, 동시에 너무 부자여서 탐욕에 빠지지 않을 정도의 부만 있으면 된다고 말이다. 그러나 그런 기준은 모호하다. 어떤 사람은 연봉 5천만 원으로 만족하지만 어떤 사람은 1억 원으로도 만족하지 못한다. 딱 끊어서 어느 정도의 재산이 기독교인에게 적당하다고 말하기는 힘들다. 예수님은 부, 또는 재산에 대해서 어떤 구체적인 생각이 있었을까? 그렇게 보기는 힘들다. 팔복의 본문에는 가난한 자가 복이 있다고 말씀하셨지만 전...

팔복(19)- 자발적 가난

  • Jul 14,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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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의 빛에서 천국이 가난한 자의 것이라는 사실이 옳다면 지금 기독교인들은 모두 가난한 자로 살아야 하나? 실제로 청빈을 기독교 영성으로 믿고 그렇게 실천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대체로 수도사들이다. 기독교 역사에서 이를 추구하는 가장 대표적인 수도사 집단은 ‘프란체스코’ 수도회다. 이 수도회를 설립한 아시시의 프란체스코는 아시시의 부유한 무역상의 아들로 태어났으나 20세에 회심하고 모든 유산을 가난한 자들에게 나눠준 뒤 청빈과 이웃 사랑에 헌신했다. 다른 수도회도 비슷하지만 프란체스코 수도사...

팔복(18)- 죽음의 극복

  • Jul 13,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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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의 부활은 무엇인가? 그것은 실제로 일어난 사건인가, 아니면 제자들의 특별한 종교 경험에 불과한 것인가? 부활이 왜 소수의 사람들에게만 경험된 것일까? 부활의 주님이 승천하시어 하나님 우편에 앉아 계시다는 말은 무슨 뜻인가? 요즘은 왜 우리가 제자들과 같은 부활 경험을 하지 못하는가? 지금 이 자리에서 부활에 대한 전반적인 공부를 할 수는 없다. 한 가지 관점만 짚도록 하자. 예수의 부활은 죽음의 극복이다. 죽음은 모든 생명을 근본적으로 파괴한다. 그 죽음의 운명으로부터 벗어난 사람은 없다. 평소에 건강관리를 아...

팔복(17)- 부활의 빛

  • Jul 12,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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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이 가난한 자의 것이라는 사실을 증명할 수 있을까? 이것은 증명의 문제가 아니다. 따지고 보면 증명이라는 말도 별로 명확한 게 아니다. 법원에서 벌어지는 풍경을 보라. 검사는 피의자의 범행사실을 증명하려고 하고, 변호사는 무죄를 증명하려고 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모든 증명들이 허위로 떨어진다. 과학도 모든 걸 명명백백하게 증명해내지 못한다. 성서언어는 증명의 차원이 아니라 고백의 차원이다. 허망한 사실을 고백한다는 말이 아니라 믿을만한 것을 고백하는 것이다. 일단 믿을만하게 설명할 책임이 신학에게 있다. 그...

팔복(16)- 하나님의 통치 [1]

  • Jul 12,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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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 나라에 대한 오해 중의 하나는 그것을 일종의 공간으로 보는 것이다. 천국을 다녀왔다는 사람들의 묘사는 한결같이 공간적이다. 멋진 집, 황금 면류관, 친구와 가족, 진수성찬 등이다. 시한부종말론자들인 다미선교회 류의 사람들도 하늘나라를 우주의 한 공간으로 여긴다. 요한계시록에도 새 하늘과 새 땅을 공간적인 어떤 것으로 묘사하고 있어서 신자들이 오해할만하다. 그러나 그것은 메타포이지 사실 언어가 아니다. 참고적으로, 하나님의 말씀인 성서가 오해되는 경우는 많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성서에 대한 열정이 과도한 ...

팔복(15)- 절대 생명

  • Jul 10,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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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말에 완성될 생명은 구체적으로 무엇인가? 완전하고 절대적인 생명이란 무엇인가? 이렇게 질문하기 시작하면 끝이 없을 뿐만 아니라 답을 찾기도 힘들다. 우리가 지금 상대적인 생명 세계 안에 들어와 있기 때문에 절대적인 생명을 생각해낼 수가 없다. 기껏 해봐야 배고프지 않고, 병들지 않고, 싸움이 없고, 죽지 않는 생명이라고 생각할 뿐이다. 지금 우리가 이 세상에서 아쉽게 생각하고 있는 모든 문제들이 해결되면 생명이 완성될까? 이 문제가 그렇게 간단한 게 아니다. 배고프지 않으면 배부름도 모른다. 배부름을 모르면 행복...

팔복(14)

  • Jul 09,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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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나라를 기다린다는 말을 냉소적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지금 당장 배부르게 먹고 존경받는 삶이 최선이라고 생각한다. 기독교 신자이면서도 속으로는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 조금 좋은 뜻으로 지금 여기서 사랑을 실천하며 사는 게 최선이지 하늘나라가 오는 걸 기다리는 게 뭐 중요하냐는 주장들이다. 그래서 이런 기다림의 신앙을 무책임한 것으로, 비현실적인 것으로 여긴다. 과연 그런가? 기독교가 말하는 기다림의 영성이 무엇인지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 그것은 막연한 내세를 기다리는 게 아니다. 기다린다는 말...

팔복(13) [2]

  • Jul 08,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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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나라가 가난한 자의 것이라는 말은 나중에 죽어서 하늘나라에 간다는 뜻일까? 즉 내세 천국을 가리키나? 그러니 지금은 인생이 고달파도 참고 지내라는 말일까? 이렇게 되면 그야말로 복음이 ‘민중이 아편’이 되고 만다. 빈부격차의 문제도 그냥 내버려두어야 한다. 경제정의는 무의미한 구호에 머물고 만다. 이건 오해다. 이 문장을 좀더 깊이 이해하려면 하늘나라가 무엇이냐에 대해서 먼저 생각해야 한다. 하늘(하나님) 나라는 질적으로 새로운 세상이다. 우리는 여기서 상대적인 것에 묶여서 산다. 다른 사람보다 좀...

팔복(12)

  • Jul 07,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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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자들이 왜 복 있는 자들인가? 본문이 답한다. ‘하늘나라’가 그들의 것이기 때문이다. 죽어서 천당에 간다는 말이구나, 하고 생각하면 곤란하다. 이런 생각 자체가 틀린 것은 아니지만 여기서는 그것을 말하는 게 아니다. 자신에게 삶의 능력이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이 세상의 것에 자신의 영혼을 걸어두지 않는다. 자신에게 능력이 많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자기가 생명을 성취하려고 애를 쓴다. 그래서 자신의 영혼을 세상의 것에 걸어둔다. 인생이 흘러가면서 이들의 영혼이 어떤 상태로 들어가는지를 ...

팔복(11) [2]

  • Jul 06,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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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복음의 ‘가난한 자’와 마태복음의 ‘심령이 가난한 자’는 다르게 보이지만 근본적으로는 같은 이들을 가리킨다. 가난은 삶의 능력을 약화시킨다. 팔복이 선포되던 2천 년 전으로 돌아가 보자. 고아, 과부, 종들은 가난한 자를 대표한다. 여러 가지 이유로 나라를 잃고 다른 나라에 망명 온 이들이나 빌붙어 사는 이들도 가난한 자들이다. 그들은 스스로에게 삶의 능력이 없다고 생각한다. 노력해서 부자가 될 수 있는 길도 막혀 있었다. 그들은 세상의 완전한 변혁을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심령이 가난한 자...

팔복(10) [2]

  • Jul 05,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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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태복음 기자가 전하는 팔복의 첫 항목은 이렇다. “심령이 가난한 자는 복이 있나니 천국이 그들의 것임이요.” 여기서 심령은 헬라어 프뉴마다. 프뉴마는 히브리어 루아흐와 비슷한 개념이다. 그것은 영, 내적인 생명, 바람, 숨이라는 뜻이다. 종교적인 깊이가 가장 깊었던 민족인 히브리인들과 철학적인 깊이가 가장 깊었던 민족인 헬라인들이 세상을 비슷하게 보았다는 증거다. 지금 우리는 그들의 생각을 다 이해하지 못한다. 그들이 무조건 옳은 것도 아니고, 우리가 무조건 옳은 것도 아니다. 우리는 다 부분적으로만 ...

팔복(9) [2]

  • Jul 05,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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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문제의 추상화는 극단적인 내세주의자들에 의해서만 주장되지 않는다. 나름으로 사회의식이 있고, 교회개혁을 주장하는 이들에 의해서도 주장된다. 수년 전에 ‘청부론’ 논쟁이 한국교회를 뜨겁게 달군 적이 있다. 김동호 목사가 청부론의 대표자이시다. 청부론은 말 그대로 기독교인들이 깨끗한 부자로 살 수 있다는 주장이다. 그분은 여기에 덧붙여 ‘고지론’도 주장하셨다. 고지론은 기독교인이 사회의 중요한 자리에 먼저 들어가서 하나님의 뜻대로 살면 세상이 바뀐다는 주장이다. 그 중요한 자리가 전투...

팔복(8)

  • Jul 03,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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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의 문제를 중심 주제로 삼은 신학을 가리켜 ‘해방신학’이라고 한다. 로마가톨릭교회가 거의 국교처럼 되어 있는 라틴 아메리카에서 1960년대에 시작된 신학의 흐름이다. 보프나 구티에레즈 같은 해방신학자들은 모두 가톨릭 학자들이다. 해방신학은 라틴 아메리카에 머물지 않고 전 세계에서 확장되어 현대신학을 대표하는 신학 운동의 하나가 되었다. 여기서 해방신학에 대한 전체적인 윤곽을 설명하지 않겠다. 신학대학원 석사나 박사 과정에서 한 학기 공부할 내용을 여기서 다루기는 역부족이다. 그 신학의 기본 관점...

실상 file [4]

  • Jul 03,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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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당에 들어와 살다보니 세상이 작동되는 실상을 적나라하게 볼 수 있네요. 물론 하양 아파트에 사는 동안에도 비슷한 걸 경험하긴 했지만 이제는 그게 일상이 되었습니다. 모든 생명체가 생존하기 위해서 처절하게 투쟁하고 있습니다. 하루살이로부터 고양이까지, 토끼풀부터 대나무까지... 모든 것들이 서로 살아남기 위해서 발버둥을 칩니다. 아마 인간도 그 일부겠지요. 아래 사진은 개미들이 죽은 곤충을 밀고 가는 장면입니다. 하나는 풍뎅이처럼 보였고, 다른 하나는 지렁이였습니다. 지렁이는 아직 숨이 완전히 끊어지지 않아 보였...

팔복(7)

  • Jul 02,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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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태복음은 ‘심령이 가난한 자들’라고 말하는데 반해서 누가복음은 단순히 ‘가난한 자들’이라고 했다. 심령은 오늘 잘 쓰지 않는 단어다. 프뉴마는 영, 또는 정신이라는 뜻이다. ‘마음’으로 번역해도 가능하기는 하지만 정확하지는 않다. 순수한 우리말인 마음은 프뉴마를 담기에는 너무 단순해 보인다. 루터는 그것을 ‘geistlich’라고 번역했다. 영적으로, 또는 정신적으로 가난한 자들이라는 뜻이다. 마태의 영적으로 가난한 자들이라는 표현과 누가의 가난한 자들이라는 표현은 보기...

팔복(6) [1]

  • Jul 01,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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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라어로 된 팔복의 문장은 똑같이 ‘마카리오이...’로 시작된다. ‘복된’이라는 뜻의 형용사다. 3절을 헬라어 발음대로 읽으면 다음과 같다. <마카리오이 호이 프토코이 토 프뉴마티, 호티 아우톤 에스틴 헤 바실레이아 톤 우라논.> 시적인 운율이 있는 문장이다. 이를 가능한대로 헬라어 문장에 어울리도록 우리말로 번역하면 다음과 같다. <복되어라 영이 가난한 자들이여, 하늘나라가 그들의 것이라.> 우리말 공동번역은 다음과 같이 번역했다. <마음이 가난한 사람은 행복하다. 하늘나라가 그들의 것이다.> 공...

팔복(5)

  • Jun 30,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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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태 공동체는 12절이 묘사하고 있듯이 순교를 각오해야 할 정도로 아주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었다. 그 어려운 상황은 내외적으로 두 가지이다. 우선 내적인 어려움은 율법 폐기론자들의 대두이다. 복음으로 자유로워진 사람들에게 율법은 아무 소용이 없다는 주장이다. 그들은 하나님의 은혜를 값싸게 만들 위험성이 있다. 오직 믿음만을 강조하다가 결국 구체적인 삶의 내용이 실종되는 것이다. 오늘의 한국교회도 이런 위험성에 노출되어 있다. 믿음 일원론이 팽배하다. 이런 신앙 행태에 근거가 없는 건 아니다. 바울도 비슷한 말을 ...

팔복(4)

  • Jun 29, 2013
  • Views 6886

‘복이 있나니...’라는 시적 운율로 시작되는 복 있는 사람의 목록이 다음과 같이 여덟 가지다. 1) 심령이 가난한 자, 2) 애통하는 자, 3) 온유한 자, 4) 의에 주리고 목마른 자, 5) 긍휼히 여기는 자, 6) 마음이 청결한 자, 7) 화평하게 하는 자, 8) 의를 위하여 박해를 받은 자. 이게 3절부터 차례대로 10절까지 기록되어 있다. 11절에도 복이 언급되긴 한다. 그러나 그것은 팔복의 총괄에 속하지 따로 분리된 복이 아니다. 이 팔복은 마태복음에만 나온다. 이렇게 중요한 예수님의 말씀을 마태복음만 전한다는 게 이상하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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