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st of Articles
No. Subject Date Views

장 담기, 3월16일(토) file [7]

  • Mar 16, 2013
  • Views 3505

원당 이사 후 첫날 작업은 장 담기였다. 적당하게 발효 숙성된 메주를 항아리에 넣고 소금물을 부은 후 고추, 숯 등을 넣는 것으로 장 담기는 끝이다. 여기에 몇 가지 노하우가 있는데, 그건 비밀이다. 어쨌든지 작업이 그렇게 복잡하지 않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김치 담기보다 더 쉽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장 담기를 겁낸다. 아마 된장이나 간장을 사먹는데 익숙하기 때문일 것이다. 장을 담근 후 40일에서 50일 정도 기다렸다가 메주는 그대로 두고 소금물만 다른 항아리에 따라내야 한다. 그러면 메주는 된장이 된 거고, 소금물은 간장...

이사를 끝내고..., 3월15일(금) [3]

  • Mar 15, 2013
  • Views 2697

아침 여섯 시부터 방금 전까지 이사를 하느라, 아니 정확히 말하면 이삿짐 옮기는 걸 돕느라 분주하게 하루를 보냈다. 지금까지보다 앞으로가 더 고생일 것이다. 이삿짐 일꾼들이 최선을 다해 정리를 해줬지만 어설프기 짝이 없다. 대부분을 다시 정리해야 한다. 앞으로 얼마나 더 수고해야 물건들이 제 자리를 잡을지 감을 잡을 수 없다. 이사를 하면서 다시 느끼는 거지만 인간이 너무 많은 것을 갖고 산다. 십분의 일로 줄여도 사는 데는 아무 지장이 없을 것이다. 짐이 많다는 건 그만큼 삶에 힘이 들어갔다는 뜻이다. 수도사들과 똑...

이사 준비(9), 3월14일 [4]

  • Mar 14, 2013
  • Views 3186

오늘도 몇 번이나 아파트를 오르내리며 내가 어제 이웃들에게 써 붙인 인사말 쪽지를 다시 보았다. 저 글이 내가 쓴 게 아니라 어떤 분이 쓴 걸지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다. 많은 이들이 아파트에 새로 입주하고 또 떠난다. 대개 같은 마음이 아니겠는가. 떠남에 대한 갖은 상념에 사로잡힐 것이다. 언뜻 저 글이 내 유언처럼 읽혔다. 죽음은 이사와 비슷하다. 언젠가 죽는 순간이 올 때 사람들과 석별의 인사를 나누어야 한다. 사람만이 아니라 모든 존재하는 것들과 인사를 나누어야 한다. 함께 나누었던 경험들이 아름다운 것도 있고, ...

이사 준비(8), 3월13일(수) [10]

  • Mar 13, 2013
  • Views 2783

이틀 후면 시골로 들어간다. 전원생활의 낭만만 기다리는 게 아니다. 아파트에서 살던 편리성을 모두 포기해야만 한다. 쓰레기도 직접 처리해야 한다. 도시 가스가 안 되니 매번 엘피지 가스를 배달시켜야 한다. 겨울철에는 난방비 때문에라도 내복을 껴입고 살아야 할 것이다. 벌레들은 오죽 많은가. 무덤도 가까이 있다. 산짐승들도 내려온다. 뱀은 아직 못 봤지만. 동네에 작은 슈퍼도 없으니 당장 급한 물건을 구입하기도 어렵다. 버스는 하루에 서너 번 들어오는데, 그걸 타고 볼일을 보러 다니는 건 불가능하다. 지금 예상하지 못한...

이사 준비(7), 3월12일(화) [3]

  • Mar 12, 2013
  • Views 2567

오늘 나는 아래와 같은 인사말을 적어 엘리베이터 거울 위에 붙였다. 이사 갑니다! 801호에 살았던 사람입니다. 아파트를 팔고 영천 북안면에 일반주택을 지어 이번 주 3월15일(금요일)에 이사를 갑니다. 1997년 말부터 지금까지 16년 동안 살던 청구를 떠나려니 섭섭한 마음이 많습니다. 그동안 오가며 인사를 나누었던 이웃 분들의 모습도 선합니다. 혹시 그동안 저희가 실수한 일이 있다면 널리 용서해주십시오. 일일이 찾아뵙고 작별 인사를 드리고 싶지만 이렇게 글로 대신하는 걸 이해해주시기 바랍니다. 저희가 살던 집에 새로 오...

이사 준비(6), 3월11일(월) [8]

  • Mar 11, 2013
  • Views 2669

오늘은 이사 준비에 필요한 두 가지 일을 처리했다. 하나는 우체국 건이다. 우체국에 신고하면 3개월 동안은 새 주소로 우편물을 보내준다. 우체국 창구 직원에게 이사 간다고 알리면서 그동안 고마웠다는 인사를 전했다. 그분은 우체국에 속한 공무원이 아니다. 정확한 소속은 모르겠지만 청원 경찰인지, 아니면 경비업체에 속한 파견 근무자인지 모르겠다. 우체국 정식 직원들은 2년 정도의 기간을 두고 여러 우체국을 옮겨 다닌다. 오늘도 보니 모두 새 얼굴이다. 내 인사를 받은 분은 내가 하양 우체국을 드나들 때부터 계속 계셨다. ...

이사 준비(5), 3월10일(일) [4]

  • Mar 10, 2013
  • Views 3022

목수 일이 재미있다. 건축 현장에 가 보니 골조가 끝나면 내장 공사를 하는데, 그건 완전히 목수 일이다. 나무를 재고 자르고 붙이고 박는다. 요즘 목수 공구가 얼마나 많이 발전했는지 모른다. 옛날에는 먹줄을 튕겨서 직선을 잡았지만 지금은 빔을 쏜다. 높이가 20 여 센티가 될까 말까한, 마치 소형 로켓처럼 생긴 그 기계는 수평을 잡는데도 사용된다. 목수 일의 효율성을 높이는데 가장 큰 도움을 주는 공구는 기계톱과 기계망치다. 옛날에 목수의 실력을 측정하는 기준은 톱질과 대패질과 못질이었다. 요즘 건축 내장 일에는 대패질...

이사 준비(4), 3월9일(토) [3]

  • Mar 09, 2013
  • Views 2408

새로 집을 지면 5년은 늙는다는 말이 있다. 신경 쓸 게 그렇게 많기 때문이다. 우선 땅을 찾는 일로부터 설계와 신축 허가와 시공과 준공에 이르기까지 그냥 지나가도 되는 게 별로 없다. 설계가 아무리 잘 나와도 시공에 따라서 또 달라진다. 나는 일하시는 분들에게 대부분을 맡겨 두었다. 일단 건축에 대해서 내가 아는 게 별로 없고, 설령 나에게 다른 생각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분들이 한 마디 하면 그게 옳은 것 같아서 두 번 말하지 않는다. 가장 큰 이유는 현장에 머물 수 있는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나는 아무 한 일...

이사 준비(3), 3월8일(금) [2]

  • Mar 08, 2013
  • Views 2692

1980년대만 하더라도 이삿짐은 본인들이 직접 꾸렸다. 그것도 낭만적이라면 낭만이다. 직접 짐을 꾸리다보면 옛날 물건을 일일이 확인할 수 있다. 짐을 싸다가 어릴 때 사진첩을 뒤적이는 일도 있다. 그렇지만 육체적으로 그 일이 얼마나 힘든지는 해본 사람만 안다. 옛날 목회는 신자들의 이사를 도와주는 일도 포함된다. 내가 삼십대 중반 현풍에서 목회할 때 한 젊은 부부가 이사를 했다. 짐을 꾸리는 건 본인들이 했지만 이사 가는 날은 나도 팔 걷고 나섰다. 단칸방 주택에서 4층 아파트로 가는 이사였다. 고가 사다리는 물론이고 엘...

이사 준비(2), 3월7일(목) [4]

  • Mar 07, 2013
  • Views 2633

다들 경험한 바이지만 이사를 준비할 때 가장 큰 일은 버릴 물건을 골라내는 작업이다. 너무 많다. 집안 구석구석을 살펴보면 몇 번 쓰지도 않은 물건들이 넘쳐난다. 가족들은 접어두고, 내 경우만 말하면 책이 가장 많은 물건이다. 읽지 않은 책들도 적지 않다. 이미 4,5년 전에 30% 정도의 책은 처분했다. 원하는 사람들에게 그냥 줬다. 이번에 이사를 맡아서 하실 분들이 책 때문에 원망을 하지 않을까 염려된다. 사실 나에게 책이 많은 건 아니다. 몇 권이나 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목사 평균 정도쯤 될 것이다. 목사나 신학자들 중...

이사 준비(1), 3월6일(수) [10]

  • Mar 06, 2013
  • Views 3364

다음 주 금요일인 15일 하양에서 원당으로 이사를 간다. 집짓기 진도가 늦어져서 이사를 좀 미루고 싶었지만 그게 잘 되지 않아 어쩔 수 없이 가야 한다. 앞으로 일주일 정도의 여유가 있는데, 집짓기가 어느 정도 마무리가 될지 나는 전혀 감을 잡을 수 없다. 되면 되는대로, 안 되면 안 되는대로 일단 옮겨야 한다. 목사들은 대개 교회를 옮길 때 이사를 간다. 나도 그랬다. 그런데 이번에는 교회를 옮기는 게 아닌데 이사를 간다.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겠으나 죽을 준비를 하러 간다. 죽을 준비는 땅과 친해지는 거다. 땅, 벌레, 무덤,...

어린왕자(21), 3월5일(화) [8]

  • Mar 05, 2013
  • Views 3358

화자(話者)는 환약 장사꾼 이야기를 들으면서 자신이 사막에 불시착한지 8일째라는 걸 확인했다. 물이 다 떨어져 갔다. 화자와 어린왕자는 물을 구하러 나섰다. 쉽게 구할 수 없었다. 지친 왕자는 주저 않아서 이렇게 말했다. “별들이 아름다운 건 보이지 않는 한 송이 꽃 때문이지.” 화자도 그렇다고 대꾸했다. 어린왕자는 또 이렇게 말했다. “사막이 아름다운 이유는 사막이 어딘가에 샘을 숨기고 있기 때문이야. ...” 화자는 이렇게 대꾸했다. “집이건 별이건, 사막이건 그들을 아름답게 하는 것은 눈에...

어린왕자(20), 3월4일(월) [2]

  • Mar 04, 2013
  • Views 2913

어린왕자는 어떤 장사꾼을 만난다. 이 장사꾼은 갈증을 해소시켜주는 환약을 팔았다. “왜 이런 약을 팔고 있어요?” “이 약을 먹으면 어마어마한 시간이 절약돼.” 전문가들의 계산에 의하면 이 약을 먹으면 일주일에 53분이 절약된다고 한다. “그럼 그 53분으로 무얼 해요?” 하고 어린왕자가 묻자 “자기가 하고 싶은 걸 하지...” 하고 대답한다. 그러자 어린왕자는 속으로 이렇게 생각했다. 나보고 만일 그 53분을 마음대로 쓰라고 하면, 나는 신선한 물이 솟아오르는 샘으로 천천히 걸어...

어린왕자(19), 3월3일(일) [2]

  • Mar 03, 2013
  • Views 2756

어린왕자가 지구에서 처음 만난 사람은 전철수(轉轍手)다. 전철수는 기차가 다른 철로로 들어설 수 있도록 수동으로 철로의 방향을 바꾸는 일을 한다. 지금은 물론 자동으로 하지만 옛날에는 사람이 일일이 손으로 작업했다. 무슨 일을 하느냐는 어린왕자의 질문에 전철수는 이렇게 대답한다. “여객을 싣고 오는 기차를 이번에는 오른쪽으로, 이번에는 왼쪽으로 이렇게 보내는 거야.” 어린왕자가 보기에 사람들은 굉장히 바빴다. 왜 저렇게 왔다 갔다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지금 어린왕자가 서울역에 와서 본다면 놀라 자...

어린왕자(18), 3월2일(토) [2]

  • Mar 02, 2013
  • Views 2667

헤어질 시간이 되자 어린왕자는 여우에게 ‘잘 가’ 하고 인사를 했다. 똑같은 인사를 건넨 여우는 약속한대로 한 가지 비밀을 어린왕자에게 알려주었다. 내 비밀을 말해 주지요. 내 비밀은 별 것 아니에요. 마음으로 보지 않으면 잘 보이지 않는다는 거예요. 매우 중요한 건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거예요. 어린왕자에게 자기별의 한 송이의 장미꽃이 절대적인 이유는 눈에 보이지 않는 관계가 이 둘 사이에 있기 때문이다. 장미꽃을 끝까지 책임지라는 여우의 마지막 말을 어린왕자는 되풀이하면서 여우 곁을 떠난다. “...

어린왕자(17), 3월1일(금) [5]

  • Mar 01, 2013
  • Views 2916

어린왕자는 여우가 가르쳐주는 방식으로 여우를 길들였다. 그들은 친구가 됐다. 어린왕자는 여우를 통해서 “당신 꽃이 세상에 하나밖에 없다는 것을 알게 될 거”라는 말을 듣는다. 왜냐하면 어린왕자는 그 장미꽃에 물을 주고, 울타리도 세워 바람도 막아주었기 때문이다. 나는 내 꽃이 불평하는 소리도 들어주었고, 자랑하는 소리도 들어주었지. 심지어 침묵을 지키고 있을 때도 이해해 주었어. 그 꽃은 장미꽃이니까. 이 세상에 장미꽃이 아무리 많아도 왕자에게는 한 송이의 장미꽃만 있을 뿐이다. 특별한 관계는 한 대상...

어린왕자(16), 2월28일(목) [13]

  • Feb 28, 2013
  • Views 3137

울고 있는 어린왕자 앞에 여우가 나타났다. 여우와의 대화는 길다. 그리고 복잡하다. 놀자는 어린왕자의 말에 여우는 ‘길들여지지 않아서’ 놀 수가 없다고 한다. 자기를 길들여달라고 한다. 어린왕자는 길들여진다는 게 무슨 뜻인지를 물었다. 여우는 말을 옆으로 돌렸지만 어린왕자는 이 질문을 물고 늘어진다. 여우는 대답한다. 그건 인연을 맺는다는 뜻이라고. 만일 당신이 나를 길들인다면 우리는 서로 떨어질 수가 없게 돼요. 당신은 나에게 있어 이 세상에서 단 하나의 유일한 존재가 될 것이고, 나 역시 당신에게 있어...

어린왕자(15), 2월27일(수) [8]

  • Feb 27, 2013
  • Views 3196

어린왕자는 산에서 내려와 다시 길을 갔다. 장미꽃이 활짝 핀 뜰 앞에 섰다. 어린왕자와 장미꽃들은 서로 인사를 나누었다. 어린왕자는 모든 대상과 인사를 나누고 대화를 나눌 줄 안다. 대화가 안 되는 대상이 없다. 대단한 능력이다. 이런 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사람은 어린이와 참된 구도자다. 구도자는 어린아이의 영적 감수성을 회복한 사람을 가리킨다. 어린아이처럼 되자는 낭만적 복고주의를 말하는 게 아니다. 사물의 중심을 뚫어보는 직관력을 가리킨다. 그런 직관력이 있는 사람은 꽃만이 아니라 연필과도 대화한다. 그런 사...

어린왕자(14), 2월26일(화) [2]

  • Feb 26, 2013
  • Views 2759

꽃과 헤어진 어린왕자는 높은 산에 올라갔다. 그 산은 바위로 되어 있어서 별로 볼만한 게 없었다. “안녕하세요?” 하고 인사를 하자 산도 똑같이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하고 대답한다. 메아리다. 당신은 누구냐는 질문에도, 나 혼자 뿐이라는 말에도 똑같은 메아리만 들려왔다. 어린왕자는 지구를 이상하게 생각했다. 사람들은 상상력이 없어서 남의 말이나 그대로 뒤풀이하는 것처럼 보였다. “내 별에 있는 꽃은 항상 먼저 나에게 말을 걸어오지 않았던가 ...” 옳은 말이다. 사람...

어린왕자(13), 2월25일(월) [4]

  • Feb 25, 2013
  • Views 2975

어린왕자가 지구에서 두 번째로 만난 대상은 꽃잎이 세 개인 하찮아 보이는 한 송이 꽃이다. 사람들이 어디 있느냐는 어린왕자의 질문에 어느 날 대상이 지나는 걸 기억하는 꽃은 이렇게 대답한다. 사람 말에요? 6, 7명이 몰려다니면서 살 거에요. 몇 년 전에 그들을 본 일이 있어요. 하지만 어디서 만나게 될지 알 수 없지요. 사람들은 바람에 밀려다니니까요. 그들은 뿌리가 없기 때문에 살아가기가 무척 힘이 들 거에요. 꽃의 관점에서 본 사람의 삶은 피곤하다. 뿌리가 없어서 바람에 밀려다닌다. 정확한 진단이다. 우리는 자기 스스...

TEL : 070-4085-1227, 010-8577-1227, Email: freude103801@hanmail.net
Copyright ⓒ 2008 대구성서아카데미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