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의 빈익빈부익부, 3월21일, 수
주님, 한국교회를 위해서 기도드립니다. 생존의 토대를 다지기 위한 어려운 시기를 거쳐 오늘의 부흥을 이룬 것은 오로지 하나님의 은총이었습니다. 그 은총을 안다면 은총에 걸맞은 교회가 되어야 할 텐데, 오히려 거꾸로 가고 있습니다. 특히 주님께 부끄러운 마음으로 고백하며 간절한 마음으로 간구할 수밖에 없는 문제는 교회의 빈익빈부익부 현상입니다. 큰 교회는 자신의 몸집을 정신없이 불려나가고 작은 교회는 도태당하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면서 전체 교회는 아수라장과 다를 게 없이 되었습니다. 이렇게 드러난 것만이 아니...
하나님께 이르는 유일한 길, 3월20일, 화 [1]
주님, 성서기자들을 비롯해서 지난 2천년 기독교 역사에서 깊은 영성에 참여했던 이들이 모두 열망하던 그것을 오늘 저도 똑같은 심정으로 간구합니다. 당신을 보고 싶습니다. 당신의 말씀을 직접 듣고 싶습니다. 생명의 궁극적인 실체를 경험하고 싶습니다. 이런 열망이 아무리 진지해도 결국 부질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당신은 우리를 초월해 계시니 어떻게 직접 경험할 수 있겠습니까. 당신은 창조주이시고 저는 피조물이니 그 간격을 어떻게 뛰어넘을 수 있겠습니까. 더 근원적으로는 당신이 제 앞에 나타나신다고 해도 저는 ...
꿈 이야기, 3월19일, 월
주님, 제 꿈 이야기를 들어주십시오. 어젯밤 너무 생생해서 잊을 수 없는 장면을 꿈에서 똑똑히 보았습니다. 검은색, 흰색, 붉은색, 청록색이 모자이크처럼 채색된 밤하늘이었습니다. 은빛모래를 뿌려놓은 듯 그 밤하늘에 별들이 가득했습니다. 사하라 사막에서 야영하던 사람들이 보던 그런 장면이었습니다. 지평선 동쪽 끝에서 서쪽 끝으로, 남쪽 끝에서 북쪽 끝으로 이어지는 새까만 하늘 전체에 별들이 가득하다니... 꿈은 무의식의 발로라고 하는데, 저의 무의식에 우주에 대한 그리움이 자리하고 있다는 말인지요. 우주 전체로 존재...
사순절 넷째 주일 -구원은 선물이다- 3월18일, 주일
주님, 허물과 죄로 죽었던 우리를 살려주셨다는 에베소서 기자의 고백과 증언을 듣습니다. 옳습니다. 우리는 겉으로만 살았을 뿐이지 실제로는, 영적으로는 죽어 있었습니다. 하나님만이 우리를 살리고 구원하십니다. 구원은 우리의 업적이 아니라 온전히 하나님의 선물일 뿐입니다. 이 사실을 알면서도 우리는 세상풍조를 당연한 것으로 여기고, 거기서 뒤처지지 않으려고 공연히 안간힘을 쓰면서 살아왔습니다. 그 모든 노력들의 마지막은 죽음이며, 마지막이 오기 전에 이미 허무입니다. 주님, 하나님을 통해서만, 참된 생명 사건이 가...
주님만 의지합니다, 3월17일, 토
주님, 이 세상에서 몸을 갖고 살아가기에 몸을 지배하는 세상의 많은 것들을 의식하게 됩니다. 몸만이 아닙니다. 우리의 영혼까지 세상의 힘에 지배받고 있습니다. 때로는 그런 세력을 거부하기도 하고, 때로는 타협하기도 하고, 더 나가서는 영합하기도 하면서 살아갑니다. 사람이기에 어쩔 수 없다는 말로, 또는 나만이 아니라 다른 이들도 똑같다는 말로 자신을 합리화하면서 살아갑니다. 이런 삶이 반복되면서 우리의 영혼은 척박해질 대로 척박해지고 있습니다. 더 이상 성령이 함께 할 수 없을 정도로 우리의 영혼이 경직되거나 연...
봄비가 온 날, 3월16일, 금 [3]
주님, 오늘 가느다란 실비가 하루 종일 내렸습니다. 하나님이 창조하신 지구에서 벌어지는 이 장면은 세계 최고의 마술사들이 펼치는 그 어떤 마술보다 훨씬 더, 아니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더 신비롭고 더 재미있었습니다. 이런 놀라운 일이 제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데 무슨 더 흥미로운 일을 찾을 필요가 있겠습니까. 아, 단순히 신비롭고 재미있다고 느끼는 저보다는 봄비를 다 받아들이는 저 땅, 땅속에서 아직 잠들어 있으나 곧 땅 밖으로 솟아나올 준비로 기지개를 키다가 봄비를 만난 땅속의 온갖 것들, 새싹들, 벌레들, 아지...
주일학교 어린이들을 위한 기도, 3월15일, 목
주님, 주일학교 어린이들을 위해 기도드립니다. 이 세상을 이어갈 새싹들입니다. 천하보다 귀한 생명들입니다. 그 아이들이 살아갈 날은 앞으로 70년, 80년, 90년이나 됩니다. 그 세월 동안 하나님이 창조한 세상에서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고 이웃을 사랑하며 살아야 합니다. 경쟁을 최고의 가치로 강요하는 이 세상에서 믿음으로 살아가야 할 우리 아이들이 겪게 될 혼란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그들이 자라면서 한편으로는 신앙을 불편하게 여길 수도 있고 다른 한편으로 세상으로부터 도피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이런 시...
지금 여기서, 3월14일, 수
주님, 제가 살아 숨 쉬고 있는 지금 여기에 말로 표현할 수 없이 놀라운 일들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사람의 눈에 특별하게 보이는 것들만이 아니라 평범해 보이는 모든 일들이 사실은 엄청난 현상들입니다. 태양에서 쏟아져 내리는 햇살 한 조각, 마른 대지를 적셔주는 비 한 방울, 딱딱한 나뭇가지를 뚫고 나오려고 준비하는 새 순, 진딧물과 곰팡이, 황토와 돌멩이, 먼지와 쓰레기, 바람과 구름, 그리고 기차 소리와 아이들 노는 소리 ... 모든 것들이 각각 자기 자리에서 놀라운 능력으로 자신의 존재를 찬란하게 드러내고 있습니다. ...
작별 연습, 3월13일, 화 [3]
주님, 제가 세상을 떠나야 할 차례가 언제인가요? 제 앞에서 그 때를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의 줄이 점점 줄어드는 것은 알겠으나 얼마나 더 기다려야 할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어느 누구도, 어떤 방법으로도 거부할 수 없는 그 순간을 어떻게 준비하는 것이 최선인지요. 배우기로는 신랑을 맞는 신부의 심정이라고 하지만 전혀 예상할 수 없는 세계로 들어간다 생각하니 한편으로 두렵기도 합니다. 홀로 세상을 창조하시고 지금도 이 세상과 저 세상을 다스리시는 하나님은 자비와 긍휼이 충만하시다는 사실을 믿는 제가 죽음 이후의 세상...
세상의 비밀 앞에서, 3월12일, 월
주님, 지금 여기 저는 살아서 숨을 쉬고 있습니다. 숨을 쉴 뿐만 아니라 무엇을 보고 듣고 먹고 배설하면서 세상을 마주하고 있습니다. 아니 세상 안에 들어와 있습니다. 이렇게 오랫동안 세상 안에서 살았는데도 세상이 무엇인지 전혀 알 수 없으니 정말 딱한 노릇입니다. 색(色)과 공(空)이 어떻게 다른지 같은지 모르고 어릴 때의 나와 지금의 나가 어떻게 같은지 다른지, 나무와 사람이 어떻게 같은지 다른지 모릅니다. 2백만 년 전 호모 에렉투스가 불을 사용하면서 인간의 조상으로 진화될 수 있었다고 하는데, 그들과 내가 어떻게 ...
사순절 셋째 주일, 3월11일, 주일
주님, 표적을 보이라는 유대인들을 향해서 성전을 허물라, 그러면 사흘 동안 세우리라는 주님의 말씀을 듣습니다. 우리는 모두 공연한 것에서 하나님이 함께 하시는 표적을 찾는 사람들입니다. 사람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일에만 몰두하면서 그것이 표적인 것처럼 착각하면 살고 있습니다. 하나님이 함께 하시는 표적이라고 말은 하지만 우리가 찾는 것이 결국은 생산성을 최고 목표로 삼는 상업논리, 즉 궁극적으로 우리의 영혼을 훼손시키는 우상이 아니겠습니까. 성전을 허물라는 준엄한 명령 앞에서 우리는 우리 내면에 무겁게 자리하...
빛, 3월10일, 토
주님, 창세기 기자의 장엄한 진술을 듣습니다. ‘하나님이 이르시되 빛이 있으라 하시니 빛이 있었고 빛이 하나님이 보시기에 좋았더라.’(창 1:3,4) 아주 오래 전 창세기 기자가 보았던 그 빛을 전혀 다른 시대와 장소에 살고 있는 저도 똑같이 봅니다. 그가 놀라워하던 그 빛 앞에서 오늘 저도 똑같이 놀라 입을 다물 수 없습니다. 1억5천만 킬로미터 먼 곳에서 초속 30만 킬로미터로 거침없이 달려 8분여 만에 지구에 도달하는 저 태양빛이 제가 살고 있는 하양 땅을 비롯해서 지구를 골고루 비추고 있습니다. 그 빛이 아니었다면 지구에...
못된 운전 태도, 3월9일, 금 [1]
주님, 아주 사소한 듯하지만 저에게는 못된 운전 태도가 있습니다. 제가 운전을 꽤나 잘하는 것처럼 교만하게 운전한다는 것입니다. 난폭 운전이라고 할 수는 없어도 법정 속도를 넘길 때도 많고, 노란 신호등을 무시하는 경우도 있고, 머뭇거리는 앞차를 보면 추월하기 일쑤입니다. 그래도 아직 접촉 하고 한번 내지 않았으니 제가 운전을 잘했다기보다는 운이 좋았던 게 틀림없습니다. 가장 못된 태도는 미숙한 운전자들을 무시한다는 겁니다. 저렇게 느리게 갈 거면 2차선으로 가야지, 빨리빨리 빠져줘야 기름도 절약되고 시간도 절약...
비판의 기준, 3월8일, 목 [2]
주님, “너희가 비판하는 그 비판으로 너희가 비판을 받을 것이요 너희가 헤아리는 그 헤아림으로 너희가 헤아림을 받을 것이니라.”는 말씀을(마 7:2) 눈감고도 외울 정도로 자주 읽었으면서도 저는 여전히 세상을 비판하려고만 듭니다. 작게는 나의 가족을 향해서 크게는 사회를 향해서 비판의 칼을 갑니다. 겉으로는 관용이 있는 것처럼 행세하지만 속으로는 끊임없이 비판의 마음이 휴화산의 용암처럼 분출의 기회를 노리고 있을 뿐입니다. 구약 선지자들의 전통이나 세례자 요한의 전통에 따르면 개인과 사회를 건강하게 하기 위한 정...
‘나’를 넘어서야, 3월7일, 수 [6]
주님, 하나님이 홀로 세상을 창조하신 분이라는 사실과 십자가에 달리셨다가 삼일 만에 부활하신 예수님이 유일한 그리스도라는 사실을 믿으며, 성령만이 나를 살리는 영이라는 사실을 믿으면서도 저는 여전히 ‘나’에 대한 관심이 너무 많습니다. 나와 관계된 것이 아니면 도무지 관심을 기울이지 않으려고 합니다. 참으로 어리석은 사람입니다. 믿음이 적고 의심이 많은 사람입니다. 자기에게 집중하는 것이 바로 생명을 단절시키는 죄라는 사실을 입에 달고, 시시때때로 사람들에게 선포하면서도 저 스스로는 여전히 자기에게 집중하고 ...
저는 어린아이입니다, 3월6일, 화 [1]
주님, 저는 어린아이입니다. 작은 일에 일희일비하며 아첨하는 말에 귀가 솔깃해하고 비판하는 말에 귀를 닫아버리니 어린아이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저는 아는 게 하나도 없습니다. 지금 눈앞에 놓인 종이 한 장, 연필 한 자루, 빵 한 조각, 포도주 한 잔이 어떤 궁극적인 근원과 닿아 있는지 도무지 모릅니다. 언필칭 신학박사라고 하나 삼위일체 하나님을 사람들에게 증명해낼 수도 없고 무죄한 자의 고난과 이유 없는 죽음을 해명할 수도 없으니 어린아이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저는 마땅히 나서야 할 때 나서지 못하고 나서지 말...
목사의 길, 3월5일, 월
주님, 저는 오늘날까지 평생을 목사로 살았습니다. 세상의 쓴맛도 모르고 단맛도 모르고, 그 복잡다단한 세상 물정도 모른 채 새파랗게 젊은 시절부터 교회 울타리 안에서만 살았습니다. 그런데도 목사라는 사실이 여전히 몸에 맞지 않는 옷처럼 느껴집니다. 신자들이 기대하는 것만큼 인격적이지 못하고, 영혼 구원에 대한 열정도 턱없이 부족하고, 목회활동에 희생적이지 못할 뿐만 아니라 설교를 하면서도 늘 불안한 마음을 감출 수 없습니다. 신학공부를 시작한지 40년, 목사로 살아온 지 30년이 넘었으면 아무리 목사로서의 카리스마...
사순절 둘째 주일 -생명을 얻는 길-, 3월4일, 주일
주님, 온 천하를 얻고도 자기 목숨을 잃으면 그게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느냐(막 8:36)는 말씀을 들었습니다. 그 말씀 앞에서 두렵고 떨리는 마음을 감출 수 없습니다. 우리는 온 천하를 얻기 위해서 하나님으로부터 선물로 받은 모든 삶을 투자합니다. 더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그런 정도로 끝나는 게 아니라 파우스트처럼 영혼까지 팔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오늘의 시대가 온 천하를 얻으라고 강요하고 그래야만 행복할 수 있을 것처럼 유혹하고 있으며, 우리는 매 순간 그런 강요와 유혹에 노출되어 있습니다. 온 천하를 얻기도 힘들지...
최후의 심판, 3월3일, 토
주님, 언젠가는 우리 모두, 어느 누구도 예외 없이 최후의 심판대 앞에 서야 합니다. 불꽃같은 눈으로 모든 것을 꿰뚫어보는 하나님 앞에서 우리는 그 어떤 것도 숨길 수 없습니다. 아니 숨길 필요도 없습니다. 궁극적인 진리로 판단하시는 하나님 앞에서 우리의 모든 판단이 무의미해지기 때문입니다. 세상에서 소중하다고 생각하던 것들이 무가치한 것으로 판단될지도 모르며, 거꾸로 사소하다고 생각하던 것들이 가장 귀한 것으로 판단될지도 모릅니다. 세상에서 모든 존경과 명예를 차지하던 사람이 시시한 사람으로 평가될지 모르며,...
설교자(4), 3월2일, 금
주님, 저는 지난 삼십 여 년 동안 전문 설교자로 살았고 지금도 여전히 그 길을 가고 있으며 앞으로도 힘이 남아 있을 때까지 그 길을 가야 합니다. 시인은 언어가 말을 걸어오지 않을 때 당분간이나마 절필한다는데, 설교자인 저는 말씀이 말을 걸어오지 않아도 설교를 쉴 수가 없습니다. 이럴 때는 어떻게 하는 게 좋겠습니까? 또 어디에 문제가 있는 겁니까? 어떻게 문제를 풀어가야 합니까? 주님, 신자들에게 설교한다는 생각을 버리고 말씀의 세계로 들어가야 한다는 사실에 제가 온전히 집중하도록 붙들어주십시오. 하나님의 행하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