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의 몸, 2월10일, 금
주님, 예수님이 유월절 만찬에서 제자들에게 주신 말씀은 오늘 우리에게 주신 말씀임을 믿습니다. 빵을 떼어 제자들에게 주시면서 받아 먹으라 이는 내 몸이라 하셨고, 포도주 잔을 주시면서 받아 마시라 이는 내 피라 하셨습니다. 빵이 곧 예수님의 몸이라면 빵이 곧 하나님의 몸이라는 말씀이 아니겠습니까. 포도주가 예수님의 피라면 포도주가 곧 하나님의 피라는 말씀이 아니겠습니까. 예수님의 몸과 피를 받은 우리는 이제 이 세상의 모든 먹을거리를 하나님의 몸이요 피로 받아들이겠습니다. 이 세상의 모든 사물들이 하나님의 거룩...
이사야 40:21-31절을 읽고, 2월9일, 목
주님, 이사야 40:21-31절 말씀이 저를 두렵고 떨리게 할 뿐만 아니라 자유롭고 평화롭게 합니다. 2천5백여 년 전 선지자 이사야를 통해서 주신 말씀이 세월을 뛰어넘어 지금 저에게 생생한 말씀으로 다가온다는 사실은 말씀이 육신이 된 것처럼 말씀이 ‘사건’이 된 것이 아니겠습니까. 궁창에 앉으신 하나님 앞에서 땅에 사는 사람은 메뚜기 같다고 했으며, 하나님이 귀인들을 폐하시고, 사사(士師)들을 헛되게 하셨다고 했습니다. 하나님만이 창조주이시며 모든 인간은 아무리 큰 업적이 있어도 피조물에 불과하다는 말씀이었습니다. 주...
빵과 포도주, 2월8일, 수
주님, 성찬의 빵은 주님의 몸이며, 포도주는 주님의 피입니다. 인간이 죄와 죽음으로부터 해방되어 생명에 이르게 하기 위하여 십자가를 지시고 죽은 지 사흘 만에 부활하신 예수 그리스도의 몸이며 피입니다. 우리는 지금 앞에 놓인 빵과 포도주에 예수 그리스도가 임재 하셨다는 사실을 믿습니다. 겉으로는 사소한 사물에 불과하지만 이 빵과 포도주는 하나님의 놀라운 창조의 먹을거리입니다. 이것들이 어떤 경로로 존재하게 되었으며, 지금 이 자리까지 왔는지를 돌아보면 그 아득함에 우리는 할 말을 찾지 못하겠습니다. 우리의 생명...
당신은 생명의 주, 2월7일, 화 [1]
주님, 당신은, 아니 당신만이 생명의 주(主)이십니다. 우리는 생명을 선물로 받을 뿐이지 그 어떤 노력이나 재주로도 생명을 완성할 수 없으며, 당연히 생명의 주인이 될 수 없습니다. 이것이 명백한 사실인데도 우리 인간이 생명을 확장하거나 생명의 주인인 것처럼 착각할 때가 많습니다. 생물학적인 수명을 늘리고 삶의 조건을 향상시키고, 자아를 강화하는 온갖 프로그램을 작동시켜도 우리의 온갖 수고가 헛되다는 사실만 확인할 뿐입니다. 주님, 당신은, 아니 당신만이 이 세상과 그 안의 만물을 창조하시고, 지금도 유지하시며 고...
설교자(2), 2월5일, 월 [1]
주님, 저를 설교자로 불러주셨지만 제가 어떻게 하나님 말씀을 전할 수 있겠습니까. 설교자에게 가장 중요한 하나님 경험이 턱없이 부족한 제가 어떻게 설교자 역할을 감당할 수 있겠습니까.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서 하나님이 행하신 구원 사건을 단순히 말로만이 아니라 몸 전체로 깨닫고 그 사건과 온전히 일치할 때만 하나님의 말씀을 전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예수 그리스도를 직접 모셨던 제자도 아니고 부활의 주를 만났던 바울도 아니고, 신탁을 경험한 구약의 예언자도 아닌 제가 어찌 하나님 말씀을 전한다고 감히 나설 수 있겠...
주현절후 다섯째 주일 -예수의 축귀 능력-, 2월5일 [1]
주님, 질병과 악한 영에 사로잡혀 있던 이들을 예수님께서 고치셨다는 복음서 기자들의 증언을 듣습니다. 이에 온 갈릴리에 다니시며 그들의 여러 회당에서 전도하시고 또 귀신들을 내쫓으시더라.(막 1:39) 그렇습니다. 지금 우리의 삶이 여러 가지 종류의 병에 들려있고, 우리 자신의 힘으로 제어할 수 없는 악한 세력의 지배를 받지만 죄와 죽음을 물리치고 부활하신 예수님을 통해서 궁극적인 해방의 순간이 올 줄로 믿습니다. 이런 믿음을 안고 사는 우리가 이 땅에서 구체적으로 감당해야 할 책임이 무엇인지 깨닫도록 성령으로 저희...
사죄기도(1), 2월4일 [1]
주님, 저를 불쌍히 여겨주십시오. 하나님의 사랑을 분에 넘칠 정도로 받았으면서도 그런 사람답게 살지 못할 때가 많았습니다. 복음서에 묘사된 바리새인처럼 자신의 종교적, 학문적, 사회적 업적에 마음을 빼앗긴 채 자기를 기준으로 남을 판단할 때가 많았습니다. 예수님이 회칠한 무덤 같다고 책망하신 서기관처럼 말로 남을 가르치려고만 하지 실제로 본이 되지 못할 때도 많았습니다. 행동해야 할 때 행동하지 못함으로써, 그리고 행동하지 말아야 할 때 행동함으로써 역사의 주인이신 주님의 뜻을 따르지 못했습니다. 좋은 나무는 ...
감사기도, 2월3일, 금요일 [1]
주님, 감사의 기도를 드립니다. 오늘 하루도 숨을 쉬게 하시고, 먹을거리를 허락하셨으니 감사드립니다. 경우에 따라서 숨을 못 쉴 수도 있고, 먹을거리를 삼키지 못할 수도 있었는데, 그 모든 생명 활동이 가능했던 것은 오로지 하나님의 은총이었음을 고백합니다. 그러니 아무리 사소한 일이라 하더라도 감사의 기도를 드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저의 생각과 손가락을 활발히 움직이게 하시어 설교 준비까지 마치게 하셨으니 감사드립니다. 똑같은 삶의 반복 가운데서도 삶의 기쁨을 놓치지 않게 하셨으니 감사드립니다. 많은 것을 채우...
무에 대해, 2월2일 [2]
주님, 하나님이 창조하신 세상에 살고 있는 저는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종종 무(無)를 경험합니다. 이 세상은 분명히 앞에 있는데(有) 제 눈에는 없는 것처럼 보일 때가 흔하니 어찌하면 좋겠습니까. 제가 지금 보고 있는 모든 것들이 곧 사라질 아침 안개와 같습니다. 우뚝 서 있는 저 팔공산과 유유히 흐르는 저 낙동강 힘차게 빛나는 저 태양도 어느 순간에 산산이 흩어진다는 명백한 사실 앞에서 제가 어떻게 세상을 확실한 것으로 인식할 수 있겠습니까. 주님, 하나님이 세상을 무로부터 창조하셨으니 이 세상이 다시 무로 돌아...
제가 누군지, 2월1일
주님, 알고 싶지만 모르는 게 너무 많아 오늘 또 질문을 드립니다. 질문할 나이가 지났는데도, 웬만하면 그냥 지나칠 나이가 되었는데도 자꾸 질문한다는 것은 아직 철이 덜 났다는 뜻인 줄로 압니다. 그래도 주님은 저를 저보다 더 잘 알고 계시기에 무슨 질문을 드려도 다 받아주시리라 믿습니다. 주님, 저는 누군가요? 긴 지구의 역사와 우주의 역사에서 지금 바로 이 시점에 삼천리반도의 서울에서 태어나 30년 살다가 대구 외곽 농촌에서 30년 살고 있는 저는 누구인가요? 머지않아, 길면 앞으로 30년, 짧으면 20년, 별일을 당하면 1...
하나님의 영광이 온 땅에, 1월31일 [1]
주님, 온 땅에 생명이 가득하듯이 하나님의 영광이 온 땅에 가득합니다. 온 하늘에 별들이 가득하듯이 하나님의 영광이 온 하늘에도 가득합니다. 온 바다에 고기들이 가득하듯이 하나님의 영광이 온 바다에 가득합니다. 하나님은 생명 자체이시며,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바람이고 숨이십니다. 하나님은 사물이 존재하는 곳에서는 유(有)로, 사물이 존재하지 않는 곳에서는 무(無)로, 혹은 거꾸로, 또한 자유롭게 존재하십니다. 당신은 존재하는 듯 존재하지 않으시고 존재하지 않으시는 듯 존재하십니다. 당신은 존재하지 않는 곳이 없는 ...
만물의 마지막에 대해, 1월30일 [1]
주님, 세상과 만물을 창조하셨고 지금도 통치하시며 앞으로 완성하실 분이신 당신께 세상 만물의 마지막에 대해서 질문을 드립니다. 이 세상 만물은 마지막이 있는지요. 그 마지막이 있다면 그 뒤로는 아무 것도 없는지요. 아무 것도 없다는 것은 무슨 의미인지요. 지금 이 순간 저와 가족과 모든 사람, 그리고 네 발 짐승과 날개 지진 새들, 바다의 어족과 온갖 식물들이 여러 모습으로 거주하고 있는 이 지구도 대략 45억년 후 태양과 더불어 우주 전체로 흩어질 수밖에 없다는 엄연한 사실 앞에서 오늘의 이 세상과 사물에 대한 경험이...
주현절후 넷째 주일 -일상의 예배, 1월29일 [1]
주님, 오늘 성삼위일체 하나님께 거룩한 마음과 진리의 마음으로 예배드렸습니다. 저의 삶에서 가장 소중한 일은 하나님 말씀이 선포되고 성찬이 베풀어지며 기도와 찬양이 울려 퍼지는 예배입니다. 우리의 생명이 창조주 하나님으로부터 왔으며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서 구원에 참여하게 되었고 성령을 통해서 생명의 현실을 공급받는다는 사실을 안다면 어찌 예배를 게을리 할 수 있겠습니까. 주님, 교회에 모여 함께 드리는 예배만이 아니라 저의 삶 전체가 예배로 채워지기를 바랍니다. 일상의 예배 안으로 깊이 들어가서 한평생을 살...
저녁기도, 1월28일 [1]
주님, 하루해가 저물고 있는 저녁 시간입니다. 온갖 색깔로 빛나던 세상이 어둠 속으로 가라앉았습니다. 오늘도 하나님의 은총으로 이 지구 위에서 숨을 잘 쉬며 잘 살았습니다. 하나님께서 저에게 허락해주신 저녁 시간이 앞으로 몇 번이나 남아 있는지요. 매일 아침, 매일 낮, 매일 저녁, 그리고 매일 밤까지 그 매일은 하나님이 만드신 아름다운 보석입니다. 오래 기억하고 싶은 좋은 일들만이 아니라 완전히 잊고 싶을 정도로 고통스러운 일들도 자비로우신 하나님의 선물입니다. 저의 영적인 안목이 침침해서 그 사실을 눈여겨보지 ...
설교자(1), 1월27일 [1]
주님, 오늘도 설교 준비로 하루를 보냈습니다. 이 길이 제가 평생 걸어왔고, 또 앞으로 남은 세월 동안 걸어가야 할 길인지요. 주님께서 저를 설교자로 불러주셨다는 믿음으로 때로는 기쁘게, 때로는 마지못해 이 길을 왔으나 뒤 돌아보니 부끄러움뿐이고 앞을 내다보니 막막할 뿐입니다. 오늘 읽은 본문 말씀이 설교자로서의 실존을 더 압박했습니다. “만일 어떤 선지자가 내가 전하라고 명령하지 아니한 말을 제 마음대로 내 이름으로 전하든지 다른 신들의 이름으로 말하면 그 선지자는 죽임을 당하리라.”(신 18:20) 인간으로서 설교자...
노숙자들을 위해, 1월26일 [1]
주님, 노숙자들을 위해서 기도드리고 싶습니다. 그들을 위해서 기도드릴만한 자격이 저에게 없다는 사실을 너무나 잘 압니다. 그들에게 필요한 사람은 저처럼 말만 하는 사람이 아니라 실제로 옆에서 친구가 되어주는 사람입니다. 고급스러운 신앙 용어를 유창하게 쏟아 내거나 교양 있어 보이려 애를 쓰는 사람이 아니라 대낮부터 함께 소주를 마시며 아무 내용도 없는 허튼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행인들 아랑곳 않고 길바닥에 함께 누워줄 수 있는 사람입니다. 저에게 그럴만한 준비도 없고 용기도 없으니 어쩌겠습니까. 기도드릴 뿐. 주...
식사기도, 1월25일 [2]
주님, 지금 밥상 앞에 앉았습니다. 밥상 위의 먹을거리가 저를 놀라게 합니다. 밥, 김, 김치, 멸치, 된장찌개 저런 먹을거리들이 도대체 어디서 왔습니까. 하늘과 태양과 달, 그리고 바다와 땅의 운동, 원소와 공기와 박테리아와 물과 에너지... 그리고 내가 알지 못하는 요정들의 활동, 온갖 것들의 삶과 죽음의 순환, 이 모든 과정에서 나타난 생명 현상들입니다. 이것들이 지금 밥상 위에서 놓여 있다니, 얼마나 황홀한 일인지요. 저의 생명 유지를 위해서 하나님께서 허락하신 은총입니다. 지금 감사한 마음으로, 또한 빚진 마음으로 ...
아침기도, 1월24일 [1]
주님, 새로운 하루가 시작된 아침입니다. 어둠이 물러가고 빛이 가득한 세상이 되었습니다. 아침 눈을 뜨면 하나님을 기억하는 일보다 저에게 더 소중한 일이 어디 있겠습니까. 자그마치 지구 나이 45억년 동안 매일 아침이 열렸다는 사실보다 더 놀라운 일이 어디 있겠습니까. 앞으로 또 몇 번이나 아침이 열릴지를 생각하면 아득해서 말문이 닫힙니다. 우주 저쪽 끝에서 바라보면 지구의 자전 운동이 사소해보이겠지만 이것이 우주 전체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점에서 하나님께서 창조한 우주의 모든 것 아니겠습니까. 아침이 열...
설날에, 1월23일
주님, 오늘은 한민족의 고유 명절인 음력 설날입니다. 고향을 찾아 먼 길을 떠난 이들, 만난 음식을 서로 나눠먹는 이들, 어른께 세배를 드리며 덕담을 나누는 이들, 모두 즐거운 명절을 보내고 있습니다. 또는 반대로 고향을 찾지 못하는 이들, 만난 음식을 나눠먹을 수 없는 이들, 세배를 드릴 이도, 세배를 받을 이도 없는 이들, 평소보다 더 힘들게 지내는 이들도 많습니다. 어디 그뿐이겠습니까. 지금 이 순간에도 폭력적으로 학대당하는 이들, 교도소에 갇혀 있는 이들, 죽음의 문턱에 다다른 이들도 많습니다. 어떤 형편에 처했든...
주현절후 셋째 주일 -제자의 길, 1월22일
주님, 갈릴리 호수에서 고기를 잡던 시몬 형제와 야고보 형제처럼 저도 그물을 버려두고 주님을 온전히 따르기 원합니다. 그들을 부르신 것처럼 저도 불러주십시오. 나를 따라오라고. 그들에게 약속하신 것처럼 저에게도 약속해주십시오. 내가 너희로 사람을 낚는 어부가 되게 하리라고. 과연 제가 제자의 길을 바로 가고 있는지 주님을 똑바로 응시하고 대답할 자신이 없습니다. 제자처럼 포즈를 취할 뿐이지 실제로는 여전히 고기 잡는 그물질에 흥미가 많습니다. 부르심과 응답이 공명되지 않았거나 그 공명이 한번으로 끝나고 곧 소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