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부부침 [3]
그대는 전업으로 가사 일을 하는 분이시오? 아니면 돕는 입장에 있는 분이시오. 나는 그 중간 쯤 되오. 주로 청소, 설거지를 맡아서 하지만 반찬을 만들 때도 있소. 가장 간단히 만들 수 있는 반찬 중의 하나가 두부부침이오. 슈퍼에서 두부를 사서 프라이팬에 구워내는 일이오. 두부를 살 때 우선 부침용인지 찌개용인지를 확인하시오. 부침을 하려면 반드시 부침용을 구입해야 하오. 부침용은 좀 단단하고 찌개용은 부드럽소. 값의 차이는 없소. 실수로 찌개용을 샀다고 해서 부침이 불가능한 건 아니오. 크기도 중요하오. 혼자 먹을 거...
개나리 [10]
요즘 화사한 꽃이 지천으로 피어 있소. 잎이 피기 전에 꽃을 먼저 피우는 나무들이 한껏 폼을 재고 있소. 도로변 언덕에도, 정원에도, 과수원에도 꽃들이 봄을 알리느라고 법석대고 있소. 개나리, 매화, 벚꽃, 목련 등, 눈이 부실 지역이오. 눈이 부신 이유는 계절적인 요인이 가장 큰 것 같소. 겨울이 끝났다고는 하나 자연이 아직 푸르러지지 않았소. 여전히 생기 잃은 모습 그대로요. 이런 환경에서 노랗고, 하얗고, 붉고, 흰 꽃이 피어 있으니 어찌 눈이 부시지 않겠소. 눈이 부시다는 표현이 개나리에만은 어울리지 않는 것 같소. 그...
결혼하는 이에게 [7]
오늘 나는 어떤 이의 결혼 주례를 맡았소. 대구에서 예식장이 있는 서울로 올라가는 기차에 앉아서 주례 말씀의 요점을 정리했소. 그 내용을 들려줄 테니, 기록해둘 필요도 있고 해서, 그대가 앞으로 결혼을 앞두고 있으면, 혹은 결혼한 사람이라면 참고하시오. 별 내용도 아니니 너무 기대하지 마시오. 오늘 우리가 함께 읽은 고린도전서 13장1-13절은 그 유명한 사랑예찬이다. 그리스도인들만이 아니라 누구라도 읽으면 감동을 받기에 충분하다. 사랑은 오래 참고 온유하고 시기하지 않고 자랑하지 않고.... 모든 것을 참으며 모든 것을...
바르트의 신학 이야기(30) [2]
이 힘은 신학자가 필요와 마음내킴에 따라 파악하기도 하고 파악하기지 않기도 하며 이렇게 저렇게 취급할 수도 있는 것이 아니다. 신학자가 행복하려면 자신의 신학작업을 숙고할 때 이 힘의 속삭임을 들어야 하며 자신의 명제들이 이 힘에 의하여 결정되고 규제되며 통제받게 되어야만 한다! 신학자는 이 힘이 “어디에서 불어와서 어디로 가는지” 알 수 없다. 신학자는 자기의 사고와 언어가 이 힘에 의하여 통제되게 해야 한다. 그것의 순서가 바뀌면 안 된다. 이 힘은 임마누엘의 역사 속에서, 예언자들과 사도들에게와 이들 안에서, ...
바르트 신학 이야기(29)
따라서 우리는 저 명제들 속에 감추어 있으며 주변세계와 교회공동체, 그리고 이 공동체를 섬기는 신학 속에도 감추어 있는 진정한 힘에 대해서 사려 깊게 말하자. 이 힘은 우리가 마음대로 포착하고 다룰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 힘은 신학의 명제들이 말하고 있는 내용 속에 있으며, 구속사와 계시의 역사 속에 있으며 성격적 증인들의 들음(Hören)과 말함(Reden)에는 물론 이 증인들에 의하여 생긴 교회공동체의 존재와 행동 안에도 있다. 이와 같은 사실이 진리일진대 이 힘은 신학적인 노고에 임재하여 역사하고, 이 신학을 능가하는...
천안함 사태 1주년을 보내며...(3) [6]
사람들이 생각하기 귀찮아하는 천안함 사태에 대해서 자꾸 거론하는 이유를 그대는 얼추 짐작하고 있을 거요. 앞의 글에서 이미 밝혔소. 두 가지요. 하나는 이 사태가 한민족의 현재와 미래에 가장 결정적인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이오. 이 사건은 마치 엉뚱한 곳에 박혀서 배를 꼼짝달싹하지 못하게 만드는 닻과 같소. 요지부동이오. 지금쯤 이명박 정권도 일을 이렇게 처리한 것에 대해서 후회하고 있을지 모르오. 다른 하나는 이 사건이 지성인들의 무기력성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는 사실이오. 자신들의 이익에 직접적으로...
천안함 사태 1주년을 보내며...(2)
천안함 침몰이 북한의 잠수정 어뢰 공격에 의한 것이라는 합조단의 발표를 나는 곧이들을 수 없었소. 일 년 전 처음 긴급 뉴스를 들었을 때는 물론 북한의 소행일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했소. 곧이어 청와대, 정부, 미국 등이 북한과 관련이 없다는 발언을 했고, 사고 지역과 정황을 조금 알게 된 후로는 북한 관련에 대한 생각을 접었소. 무엇을 근거로 그렇게 생각하게 되었는지를 묻지 말아주시오. 근거가 한 두 가지가 아니오. 이런 쪽의 정보는 그대가 조금만 노력하면 얼마든지 얻을 수 있소. 음모론의 차원이 아니라 과학적인 정보...
천안함 사태 1주년을 보내며...(1) [1]
지난 3월26일(토)은 천안함 사태 1주년이 되는 날이었소. 이 날은 대한민국 현대사에서 매우 중요한 날로 남을 것이오. 그 날을 기점으로 남북관계는 악화일로를 걷게 되었소. 더 이상 나빠질 수 없는 상황에 이른 거요. 자세한 내막은 말하지 않아도 그대가 잘 아실 거요. 이것은 남북관계에만 한정되는 게 아니오. 남남갈등도 극에 달하고 있소. 보도에 따르면 이명박 대통령은 “북한의 주장대로 (천안함 사건의) 진실을 왜곡했던 사람들 중에 그 누구도 용기 있게 잘못을 고백하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 우리를 더욱 슬프게 한다.”고 말...
사순절 영성(9)
둘째, 예수의 십자가 이후로 이 세상에서의 실패가 실패로 끝나는 일은 없게 되었다. 실제로 예수의 처절한 실패인 십자가가 하나님의 개입인 부활을 통해서 바로 인류 구원의 길이 되었기 때문이다. 다른 말로, 이제 인간이 성취할 수 있는 성공의 길은 어디에도 없다. 인간은 아무도 실패의 길인 십자가를 지려고 하지 않기 때문이다. 사회적인 성취, 목회적인 성취도 결국 구원의 길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십자가 영성에서만 본다면 목회의 실패야말로, 물론 여기에는 하나님 나라를 향한 철저한 순종이 전제되지만, 오히려 하나님...
사순절 영성(8) [2]
위에서 설명한 십자가 신학, 또는 십자가 영성이 우리의 삶에 구체적으로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일까? 이것이 바로 사순절 영성에서 우리가 귀를 기울어야 할 마지막 근본적인 질문이다. 이에 대해서도 독자들은 이미 답을 알고 있을 것이다. 기독교인들은 고난을 감당해야 한다든지, 고난을 통해서 하나님의 은총에 가까이 다가간다고 말이다.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너무 일반론적이다. 그것의 현실성(reality)이 제시되어야 한다. 그런 현실성과의 접촉을 통해서만 우리의 영성이 허공에 떠돌지 않고 실제적인 역동성을 얻을 수 있다....
사순절 영성(7) [2]
이 다른 이유는 십자가 처형이 과연 하나님이 선택한 인류 구원의 유일한 길이었는가, 하는 그 다음의 질문과 연관된다. 십자가 처형이 인류 구원의 길이라는 사실이 분명하다면 예수가 그 길을 마다할 이유가 전혀 없었을 것이다. 예수가 그것을 피해보려고 시도했다는 것은 그것이 세상과 인류를 구원하기 위한 하나님의 계획이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어려웠다는 뜻이다. 쉽게 생각해보자. 하나님은 전지전능 하시고, 무소불위하신 분이다. 그는 말씀으로 세상을 창조한 분이고, 종말에 세상을 완성할 분이다. 그런 절대적인 분이 한...
사순절 영성(6)
사순절 영성은 다음의 질문을 기초로 한다. 십자가 신학이란 무엇인가? 예수가 고난당하고 십자가에 처형당했다는 사실은 무엇을 말하는가? 이 대답을 모르는 기독교인들은 없다. 인류를 구원하기 위해서 예수가 고난당하고 십자가에서 피를 흘렸다는 것이 그 대답이다. 세례를 받기 위한 교리문답의 차원에서는 이렇게 대답하는 것만으로 충분할지 모르지만 실제 십자가 신학, 십자가 영성의 차원에서는 부족하다. 부족하면 결국 삶의 능력이 나타날 수 없다. 초기 기독교가 예수의 십자가 사건을 인류 구원의 길로 경험하고, 해석하고, ...
사순절 영성(5) [1]
앞에서 필자는 교회력의 시작이 부활절이라는 사실을 밝혔다. 사순절은 바로 부활절의 씨앗이며, 부활절은 사순절의 꽃인 셈이다. 사순절을 지킨다는 것은 주님의 부활이 일어나기 전에 있었던 십자가 사건에 대한 기억이며, 그것의 육화(肉化)다. 즉 사순절의 영성은 십자가 신학이다. 십자가 신학 없이 사순절 영성은 불가능하다. 사순절을 지키기 위해서 성회 수요일에 재를 이마에 바르거나 매일 한 끼씩 금식을 한다거나 구제에 나서는 일도 필요하긴 하다. 그러나 그런 종교적 습관을 실천하기 이전에 그런 실천의 뿌리가 무엇인지...
사순절 영성(4) [2]
셋째, 사순절 기간에 신자들은 구제와 선행에 힘을 썼다. 바로 위에서 두 번째로 언급한 금식이 식욕이라는 인간 본능을 억제하는 것이라고 한다면, 구제와 선행은 자기와 자기 가족만을 위한 생존 본능을 제어하는 신앙 태도다. 말하자면 ‘더불어’ 살아가는 삶의 차원으로 영적인 시야를 넓히는 것이다. 이를 성만찬 영성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하나의 빵과 하나의 잔을 형제애로 나눈다는 것은 사람들이 이 세상에서 더불어 살아야 한다는 사실을 가리킨다. 더불어 살아가려면 결국 ‘너’와 공동체를 배려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실제...
사순절 영성(3) [1]
둘째, 신자들은 사순절에 금식했다. 금식 습관은 인간의 가장 강렬한 본능인 식욕을 억제하는 방식으로 고난에 동참하는 행위이다. 시대에 따라서 약간씩 강도의 차이가 있었다. 사순절 초창기에는 저녁 전에 한 끼의 식사만 허락되었다. 육류는 물론이고 달걀과 우유제품도 먹을 수 없었다. 오늘 수도원이 아니라 세속 생활을 하는 신자들에게 이런 방식으로 사순절을 지키라고 말할 수는 없다. 그러나 식욕을 절제하다는 기본 정신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오늘의 문명은 먹는 것을 탐하게 만든다. 식욕을 자극하는 것으로 삶...
사순절 영성(2)
고난주간의 확장인 사순절은 근본적으로 예수 그리스도의 고난과 십자가 죽음을 기억하는 절기이다. 예수를 그리스도로 고백하고 그의 제자로 나선 이들을 기독교인이라고 한다면 신자들은 당연히 그런 고난에 동참해야만 한다는 뜻이리라. 이 절기에는 전통적으로 세 가지 신앙 습관이 행해졌다. 첫째, 신자들은 성회수요일에 교회에 가서 재를 이마에 발랐다. 재는 인간이 가장 처절한 상태로 내려간다는 사실을 상징적으로 가리킨다. 죄와 죽음이 바로 그것이다. 인간이 본질적으로 죄인이라는 사실, 그리고 죄의 결과로 죽어 재로 변...
사순절 영성(1)
오는 주일은 사순절 둘째 주일이오. 앞으로 9회로 나누어 사순절 영성에 대한 이야기를 하겠소. 이 글은 월간지 ‘기독교사상’ 2010년 2월호에 기고한 것이오. 다비아 사이트 어딘가에 들어 있으니 한 번에 다 읽고 싶으면 찾아보시오. 교회력의 큰 그림은 대림절, 성탄절, 주현절, 사순절, 부활절 순으로 진행된다. 요즘은 성령강림절 중반 이후를 창조절로 지키려는 움직임도 있다. 삼위일체의 관점으로 본다면 이런 움직임은 바람직하다. 교회력의 중심은 부활절이다. 부활절을 기점으로 교회력이 형성되었다. 부활한 분의 운명을 거슬...
원전을 어떻게 할 것인가? [2]
요즘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폭발사고가 세계적으로 초미의 관심사가 되었소. 자세한 내용은 그대도 보도를 통해서 잘 알고 있을 거요. 이번 3.11 대지진으로 전력공급이 끊겨 원자로를 냉각시키지 못하게 된 것이 사고의 제일 큰 원인인 것 같소. 아마 여러 가지 나쁜 경우가 겹쳐서 이런 지경에 이른 것 같소. 어떤 이들은 체르노빌 원전 사고와 비슷한 결과로 갈 것 같다고 말하오. 원자로를 완전히 콘크리트로 처바르는 거요. 그렇게 하면 방사능 유출은 막을 수 있을지 몰라도 비싼 원자로를 포기해야할 뿐만 아니라 그 지역은 ...
바르트의 신학 이야기(28) [1]
신학이 외부로부터, 또는 내부로부터 자신의 안일을 기약하는 모든 전제들을 포기하는 일만이 잘 하는 것이다. 우리가 스스로 무엇인가를 전제할 수 있다면 우리는 그것을 마음대로 다룰 것이 분명하다. 신학이 만약에 자신의 명제들과 자신을 구축하는 어떤 힘을 전제한다면 이는 신학이 저 힘을 자기 마음대로 다룰 뿐만 아니라 자신의 안전을 위하여 이 힘을 제공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신학이 마음대로 조정할 수 있는 힘이란 이 신학과 이 신학의 명제들을 떠받칠 수 없는 힘이다. 신학이 모든 것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전제들을 가...
바르트 신학 이야기(27) [3]
신학이란 하나님의 행동 안에서 말씀된 하나님의 말씀을 인식하는 학문이요, 저 하나님의 말씀을 증언하는 성경의 학교에서 배우는 학문이요, 저 하나님의 말씀을 통하여 부름받은 교회공동체에게 부과된 진리물음을 계속 탐구하는 학문이다. 오직 이런 식으로 신학은 신적인 로고스에 대한 인간적인 논리이다. 이 신학은 말씀 이외에 아무 전제도 없다. 신학의 근거와 정당성과 목적은 이 말씀이다. 비록 밖에서 볼 때 이 신학이 공중에 뜬 것 같지만. 신학의 실존 밑에 깔려 있는 힘은 저 명제들 안에 숨어 있는 힘이다.(66쪽) 바르트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