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 대해(1) -돈- [6]
그대는 금년 한 해도 지구라는 별에 두 발을 딛고 살아갈 수밖에 없소. 이 삶을 일상(日常)이라고 하오. 매일매일 반복되는 삶의 내용들이오. 여기에는 빈부귀천이 따로 없소. 건강한 사람이나 병든 사람이나 예외가 없소. 숨을 쉬고, 먹고 배설하고, 사람을 만나고, 태양과 별을 보고, 노동하고, 돈을 벌고, 사랑하고, 투쟁하는 일이오. 하나님 나라를 기다리는 그리스도인들도 이런 일상을 피할 수는 없소. 이런 일상을 그대는 어떻게 살아낼 작정이오? 이에 관해서 그대와 당분간 이야기를 하고 싶소. 돈이 일상에서 가장 중요한 게 아...
더불어, 홀로 [10]
사람은 혼자서 살지는 못한다고 하오. 실제로 그럴 거요. 사람처럼 유별나게 외로움을 크게 느끼는 동물도 사람 외에는 없을 거요. 다른 동물도 외로움이 왜 없겠소만, 사람보다는 덜 할 거요. 다른 동물이 되어보지 못한 주제에 다른 동물의 느낌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것이 좀 웃기기는 하지만, 대충 그렇다고 넘어가 주시오. 사람의 외로움을 강조하다 보니 그렇게 되었소. 외롭기 때문에 사람들은 서로 만나려고 애를 쓰오. 내가 참여하고 있는 하양 테니스 동호인들만 봐도 그렇소. 지난 연말에 그분들은 테니스장에 나오지 못할 정도...
한 해를 맞으며 [2]
이제 2011년의 첫날이 시작되었소. 그대는 지금 몇 살이오. 20대라면 금년 한 해가 매우 길게 느껴질 거요. 30대라고 해도 어느 정도 길게 느끼오. 40대면 좀 빠르다는 것을 한 해가 가면 알게 될 것이고, 50대라면 얼마나 빠른지 정신을 차리기도 힘들 거요. 60대는 아예 그런 감각 자체가 없을 수도 있소. 내가 아직 60대 이상을 살아보지 않아서 확실하게 말할 수는 없지만 나이가 들수록 세월을 가속적으로 느낀다는 말을 어느 정도 실감할 수 있소. 이런 계산을 거꾸로 할 수도 있소. 앞으로 남은 세월이 5년 정도라 할 수 있는 80살...
한 해를 보내며 [6]
오늘은 한 해의 끝 날이오. 이렇게 한 해가 휙 지나갈 것이라고는 상상조차 하기 힘들었소. 한 해가 끝날 것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소. 한 해가 가고, 다시 한 해가 오는 것이 당연하다고 말이오. 그게 과연 당연한 일이오? 우주가 시작되고 130억년 동안 반복되었으니 당연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엄밀하게 말하면 당연하지 않소. 과거의 일이 미래를 무조건 규정하는 게 아니오. 마치 작년을 살고, 올해를 살았으니 내년에도 살아 있을 거라고 생각하다가 사고를 만나 죽기도 하는 것처럼 이 세상이 지금처럼 영원히 반복된다...
신학책을 읽자! [10]
어제 말한 ‘전교인의 신학자화’를 어떻게 들으셨소? 끄트머리에 신학은 지성이 아니라 영성이라고 말했소. 신학적으로 접근한다는 것은 곧 영적으로 접근한다는 말과 같소. 왜 그런지를 여기서 일일이 설명할 필요는 없을 거요. 그것은 아주 당연한 말이기 때문이오. 간단히 한 마디만 하겠소. 기독교 교리는 기독교 신앙의 뼈대요. 그것을 말한 사람들은 모두 신학자들이오. 신앙의 뼈대가 바로 신학의 결과라는 뜻이오. 신학자가 된다는 것은 곧 영성가가 된다는 말이오. 바울이 바로 신학자였소. 그에 의해서 믿음을 통한 칭의라는 교...
전교인의 신학자화(化) [6]
지난 월요일 ‘설교공부’ 대구 모임에서 강의하다가 불현듯 나온 말이 다음과 같았소. “샘터교회의 캐치프레이즈는 전교인의 신학자화입니다.” 그 모임에 참석한 분들에게 재미있으라고 한 말이었소. 나는 원래 교회에서 어떤 캐치프레이즈를 내거는 것을 탐탁지 않게 생각하오. ‘삼백만 신자 돌파의 해’라거나 ‘도덕적 주도권을 회복하자!’라는 구호를 못마땅하게 생각하오. 하나님 나라에 진력하면 충분하지 무슨 특별한 구호가 필요하냐 하는 게 평소의 생각이오. 다만 교회의 어떤 방향 같은 것은 있을 수 있소. 그런 의미에서 전교인...
박완서 [4]
오랜만에 박완서 소설가의 산문집을 읽고 있소이다. 자투리 시간을 이용해서 읽소. 자투리 시간은 주로 밥 먹을 때요. 이게 밥에게는 미안한 일이오. 밥의 고마움을 생각해야하고, 밥맛을 음미해야 하는 순간에 책을 읽다니. 그래도 어쩔 수 없소. 산문집 이름은 <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요. ‘내 생애의 밑줄’이라는 꼭지의 글에 이런 대목이 나온다오. 지금 나는 보통 노인과 다름없이 내 건강이나 우선적으로 챙기며, 내 속으로 낳은 자식들과 그들이 짝을 만나 새롭게 만든 가족들의 기쁜 일을 반기고 어려움을 나누며 정상적으로 ...
성탄절(3) [1]
아래도 역시 칼 바르트의 글이오. 20세기 개신교 신학을 대표하는 신학자가 성탄절을 어떻게 묵상하는지 들어보시오.(2010년 12월27일, 월) 여관에 방이 없습니다. 요셉과 마리아는 여관에서 자리를 구할 수 없었습니다. 거기서 태어나야만 할, 실제로 태어난 아이에게 방이 없었습니다. 자기 자신을 생각하지 않은 사람에게 내어줄 방이 없었다는 겁니다. 그 당시 여관은 오늘 우리가 허름하다거나, 또는 조금 나은 호텔이라고 부를 수 있는 숙소를 가리켰습니다. 아름답기는 하지만 지나치게 아름다운 집은 아닙니다. 그 집은 응접실과 ...
성탄절(2)) [2]
아래는 칼 바르트의 글이오. 천천히 읽어보시오.(2010년 12월26일, 주일) 구주! 구주는 우리를 구원하시고, 우리를 돕고, 우리를 치유하시는 분이십니다. 그는 돕는 분이며, 해방자이며 구원자이십니다. 어떤 인간도 그를 흉내 낼 수 없습니다. 우리를 위해 존재하실 수 있으며, 존재하시는 하나님만이 바로 그분이십니다. 그는 우리가 버림받을 수밖에 없는 모든 궁핍에서 우리를 해방하셨으며, 도우셨으며, 구원하셨습니다. 이제 우리는 버림받을까 걱정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주님이 그곳에 구주로 계시기 때문입니다. 구주는 우리에...
성탄절(1) [3]
오늘은 성탄절이오. 하나님이 인간의 몸을 입고 세상에 오신 날이오. 오늘 그대에게 칼 바르트의 기도문을 읽어 주리다.(2010년 12월25일, 토) 주님이신 우리의 하나님! 당신은 우리를 높이시려고 낮아지셨나이다. 당신은 우리를 풍요롭게 하시려고 가난해지셨나이다. 당신은 우리가 당신 옆으로 가게 하시려고 우리에게 오셨나이다. 당신은 우리를 당신의 영원한 생명에 참여토록 하기 위해 우리와 똑같은 사람이 되셨나이다. 당신은 하늘만이 아니라 우리와 함께 사시려고 땅으로 내려오셨나이다. 다스리는 것만이 아니라 섬기시려고 오...
대림절에 대해서(6)
우리가 언제까지 주님의 재림을 기다려야 하는 거요? 지난 2천년동안 수많은 그리스도인들이 주님의 재림을 학수고대했지만 아직 감감 무소식이오. 혹시 재림에 대한 것을 초기 그리스도인들이 오해한 건 아니오? 주님이 오시기를 기다리기보다는 우리가 직접 나서서 생명의 완성을 시도하는 게 더 지혜롭고 현실적인 태도가 아니겠소? 막연하게 마지막 때만 무조건 기다릴 수는 없는 것 아니오. 오해가 없었으면 하오. 대림절 신앙이 모든 문제를 미래로 밀어두는 삶의 태도는 아니오. 지난 1992년도에 한국사회에서 큰 이슈가 되었던 ‘...
대림절에 대해서(5)
그대는 대림절 신앙에 대해서 신학적인 해명보다는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설명을 듣고 싶을 거요. 마지막 때에 예수님이 실제로 어떻게 나타나는지를 말이오. 그 예수님은 2천 년 전 요셉과 마리아 사이에서 태어나고, 서른쯤에 출가한 후 하나님 나라를 선포하다가 십자가에 처형당한 한 유대인 남자를 가리키오. 그가 다시 세상에 오신다면 과연 어떤 모습이겠소? 어떤 모습이라는 그런 생각을 머리에서 지우시오. 종말에 그런 역사적 예수를 우리가 만날 수는 없소. 그 예수는 죽었소. 대신 초기 그리스도교는 예수의 부활과 승천을 말...
대림절에 관해서(4) [1]
다시 대림절 이야기로 돌아가겠소. 대림절은 예수님의 초림과 재림의 문제요. 초림은 여기서 더 말하지 않아도 되겠소. 그것은 이미 역사에서 일어난 사건이오. 예수의 초림이 하나님의 오심이라는 사실은 각자 선택해야 할 문제요. 그것을 받아들이면 그리스도인이고, 받아들이지 않으면 그리스도인이 아니오. 문제는 재림이오. 아직 역사에서 일어나지 않은 재림이 무엇이냐 하는 것이오. 어떤 이들은 예수님이 구름을 타고 우리에게 오신다고 믿소. 이런 그림은 사도행전이 묘사하고 있는 것이오. 성서의 묘사가 모두 객관적이고 실증...
한명숙과 검찰 [2]
대림절에 관해서 연재 글을 쓰다가 잠시 멈추게 되었소. 이해해 주시구려. 한명숙 전 총리의 재판에 관한 이야기요. 한명숙 전 총리에게 9억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건넸다고 검찰에서 진술했던 한 아무개 씨(49세, 수감 중)가 어제(20일) 공판에서 그 사실을 뒤집었소. 검찰이 얼마나 당혹스러워했을지는 불을 보듯 분명하오. 이미 올해 초 한 전 총리가 곽영욱 씨에게서 5만 달러를 뇌물로 받았다는 재판에서도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된 적이 있었소. 당시 재판에서도 곽영욱 씨는 검찰이 겁을 주어서 어쩔 수 없이 검찰이 말하는 것을 그대...
대림절에 대해서(3) [2]
성육신(成肉身, Incarnation)을 순전히 낱말 뜻으로만 보면 육신을 이루었다는 뜻이오. 하나님이 육신으로 나타나신 사건을 가리키오. 그 성육신으로 세상에 오신 분이 바로 예수님이오. 원래 하나님은 초월적인 존재이기에 사람이 될 수 없소. 사람이 볼 수도 없고 만질 수도 없을 정도로 하나님은 질적으로 다른 존재요. 그런 존재와 사람은 일반적인 방식으로는 소통이 불가능하오. 성서는 천사가 메신저 역할을 한다고 말하지만 천사도 어떤 실체를 말하는 게 아니라는 걸 전제하고 그런 보도들을 읽어야 하오. 초기 그리스도교는 예...
대림절에 대해서(2)
오늘 많은 그리스도인들이 초기 그리스도교를 오해하고 있소. 처음부터 지금과 같은 교회가 있었던 것으로 말이오. 전혀 그렇지 않소. 그들은 교회를 생각하지도 않았소. 예수님이 그런 말씀도 하지 않았소. 교회는 우연의 소산이오. 교회가 아무런 역사적 근거도 없이 어쩌다가 생겼다는 말이 아니오. 근거는 분명하오. 예수 그리스도요. 다만 교회가 이미 설정된 프로그램에 따라서 나온 게 아니라는 말이오. 예수님은 3년도 채 안 되는 기간 동안에 하나님 나라를 선포하고, 제자들을 가르쳤소. 너무 짧은 세월이요. 학파를 세우는 것...
대림절에 대해서(1)
지금이 대림절 절기라는 사실은 그대도 알고 있을 거요. 성탄절 전 네 주간을 가리키는 절기요. 교회력은 대림절부터 시작되오. 기독교 신앙의 초석이 바로 대림절이라고 보면 되오. 개신교 신자들은 교회력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소. 여기에는 아마 로마가톨릭교회에 대한 반감이 작용하는 게 아닐까 생각하오. 이런 생각은 큰 착각이오. 왜 그런지는 그대도 잘 알고 있을 거로 보고 설명하지 않겠소. 대림절(待臨節, Advent)은 ‘오다’는 뜻의 라틴어 Adventus에서 유래하오. 예수님의 초림을 기억하고 재림을 기다리는 절...
하나님에 관한 질문(20)
오늘은 이 연재 글의 마지막이오. 그대가 좀 지루해 할 것 같아서 일단 접겠소. 제목이 ‘하나님에 대한 질문’이었소. 대답이라고 하지 않고 질문이라고 했소. 우리는 대답을 할 수가 없다는 말이오. 대답은 하나님만 하실 수 있소. 이런 말이 그대에게 심감 있게 전달되는지 모르겠소. 한국교회 신자들은 뭔가 딱 부러진 대답들을 원하오. “믿는 대로 될지어다!”는 말을 듣고 싶어 하오. “십일조 헌금을 드리면 하나님이 만 배로 갚아주십니다!”는 말을 들으면 속으로는 설마 하면서도 “아멘”으로 맞장구를 치면서 그렇게 믿고 싶어 하오....
하나님에 관한 질문(19) [2]
소명에 대한 앞의 이야기를 보충하겠소. 소명은 하나님의 부르심을 의미하오. 독일어로 부르심은 Beruf요. 베루프는 직업이라는 의미도 되오. 하나님의 부르심과 직업은 동일하다는 뜻이오. 칼뱅도 비슷한 의미로 말했소. 이 말이 무슨 뜻인지 이미 알았을 거요. 신학교에 가거나 선교사가 되는 것, 또는 장로가 되는 것만이 소명이 아니라 모든 삶의 과정이 소명이라는 뜻이오. 요즘 신학생들 중에는 나이가 든 이들도 적지 않소. 마흔, 쉰에도 신학교를 간다오. 목사가 되려는 거요. 소위 ‘주의 종’이 되려는 거요. 그분들은 하나님의 ...
이명박 정권과 한국교회 [6]
이명박 대통령께서 소망교회 장로라는 사실을 그대도 알고 있을 거요. 주차 관리를 하는 등, 교회 봉사에 열심히 대한하셨다 하오. 많은 교회가 그분의 대통령 당선을 위해서 노골적으로 활동하기도 했소. 지금 이명박 정권의 속성과 한국교회의 속성이 비슷한 것 같소. 그대 눈에는 어떻게 보이오? 나열식으로 말할 테니, 그냥 재미삼아 들어보시오. 첫째, 성과주의에 매몰되어 있소. 과정은 별로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말이오. 이명박 정권이 모든 정책을 밀어붙이기 식으로 한다는 걸 그대도 인정할 거요. 교회도 그렇소. 각 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