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수감사절 [2]
내일은 한국교회에서 일반적으로 지키는 추수감사절이오. 한국교회의 고유한 절기가 아니라 미국의 절기를 그대로 따온 것이오. 한국교회는 이런 특별한 절기 문제에 관해서도 좀더 독립적인 정체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소. 세계교회의 일치와 한국교회의 독립성은 대립적인 게 아니오. 만약 온 세계가 11월 셋째 주일을 추수감사절로 지킨다면, 마치 12월25일을 성탄절로 지키듯이, 한국교회도 당연히 이를 지켜야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한국교회의 실정에 맞는 절기를 정하는 게 마땅하오. 어떤 교회는 추석이 낀 주일을 추수감사절로 ...
국익과 진실 사이에서 [8]
어제 ‘추적 60분’의 천안함 보도를 그대에게 이야기했소. 그 보도를 시청하면서 이런 염려 아닌 염려가 들었소. 만약 천안함 침몰이 합조단의 발표대로 북한 잠수정에 의한 것이 아니라 좌초나 그 이외의 다른 이유로 인한 것이라는 사실이 분명하게 드러난다면 사태가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 하는 거요. 여기에 연루된 국방부 관계자들과 학자들의 책임은 단순히 도덕적인 것이 아니라 형사적인 것이 될 것이오. 이명박 대통령은 전쟁기념관에서 확신에 찬 소리로 북한의 소행이라는 사실을 만천하에 알렸소. 금방 전쟁이라도 치를 것 같...
“추적 60분” [4]
어제 나는 KBS 티브이 ‘추적 60분’(이하 ‘추적’)을 시청했소. 밤 11시15분부터 1시간 동안 방영된 프로그램이오. 주제가 ‘천안함’이었소. 불방될지 모른다는 이야기도 있었소. 담당 피디와 간부들의 줄다리기 끝에 약간의 손질을 거쳐서 결국 방송되었소. 이명박 정권 이후로 케이비에스가 공영방송이라는 정체성보다는 정권의 나팔수로 변질되어갔다고 생각했는데, 그런 가운데서도 이런 프로그램이 제작되고 방영된 것을 보니 한국사회의 저력이 그래도 살아있는 것 같소. 추적의 결론은 천안함 사건에 대한 합조단의 최종발표에 많은 ...
성찬식 [1]
매월 첫 주일은 샘터교회에서 성찬주일로 지키고 있소. 매주일 성찬을 거행하는 것도 진지하게 생각해볼 생각이오. 예배에 참석한 이들은 세례 불문하고 모두 성찬식에 참석하오. 물론 어린이도 포함되오. 신자들은 회중석 오른쪽에서 한 줄로 서서 성찬대 앞으로 한 사람씩 다가오오. 그러면 집례 목사가 빵을 떼어서 ‘그리스도의 몸, 그리스도의 피’라는 말을 하면서 주오. 신자들은 그걸 왼편 손바닥으로 받아서 오른 손으로 집어 성찬대에 놓여 있는 포도주를 찍어서 먹소. 빵은 주로 빵가게에서 파는 모닝빵을 쓰오. 신자들의 반응은...
죽음(5)
성서는 하나님이 종말에 세상을 심판하고 영원한 생명의 세계를 세우신다고 말하오. 죽음이 없는 영생의 세계요. 성서가 말하는 영생이 도대체 무엇이오? 하나님 나라에서 예수님과 더불어 영원하게 산다는 말에 실감이 가오? 어제 묵상에서 영생은 곧 삶을 무의미하게 만들 수 있다고 말했소. 죽음을 전제할 때가 삶이 의미가 있다는 뜻이오. 의미는 무슨 의미, 그냥 오래, 아니 영원히 살았으면 무조건 좋겠다고 생각하시오? 오래 전에 읽은 책에 이런 이야기가 있소. 어떤 사람이 신으로부터 영생의 선물을 받았소. 세월이 흘러 자기가...
죽음(4)
사람이 왜 죽는지를 그대는 깊이 생각해보셨소? 늙어 병들어 죽는 것은 당연한 이치이니 생각해보고 말 것도 없긴 하오. 그래도 생각을 하는 게 좋소. 늙음 자체가 죽음의 직접적인 원인은 아니라 하오. 죽을 때는 무언가 병이 들린다 하오. 늙으니까 병에 쉽게 걸리지만, 엄격하게 말하면 죽음의 직접적인 원인은 늙음이 아니라 병이오. 심장이 더 이상 기능을 하지 않든지, 뇌 작용이 멈추든지 간이나 쓸개, 또는 장이나 폐가 망가지는 것이오. 그렇다면 고장 난 장기를 새 것으로 갈아 끼우면 생명을 무한정 연장시킬 수 있다는 논리가...
죽음(3) [3]
나는 1953년 1월4일 생이오. 그대가 상상하기 힘들겠지만 나에게도 스무 살 시절이 있었소. 아, 스무 살의 청년 시절이라! 더 어린 시절도 있었소. 부분적으로 기억이 나오. 나의 사춘기와 청년 시절이라고 해봐야 거의 교회에서 보냈기에 뭐 특별한 것은 없소. 그래도 기분은 다른 청년들과 다를 게 없었소. 여자 청년들에 대한 호기심도 똑같이 많았소. 헷세, 루이제린저, 전혜린, 릴케, 도스토예프스키, 에릭 프롬 등의 책을 밤새워 읽던 시절이오. 그 시절이 꿈결처럼 지나갔소. 그리고 지금 이렇게 옛 추억의 그림자를 (아주) 간혹 ...
죽음(2) [1]
그대는 지금 무엇을 하시오? 취업 준비를 할지, 새로운 사업을 구상할지, 유학이나 이민을 생각할지, 각각 여러 가지 계획이 있을 거요. 목회자라면 교회를 부흥시킬 계획을 꿈꾸고 있을지도 모르오. 다 좋소. 해볼 테면 해보시오. 그런 일상이 우리 삶의 구성요소라는 것은 분명하나, 그것으로 우리의 영혼이 채워지지 않는다는 사실은 잊지 마시오. 그대는 곧 죽소. 그대가 추구했던 모든 것들이 햇살에 사라지는 아침 안개처럼 순식간에 사라질 거요. 메맨토 모리! “죽음을 기억하라!” 지금 우리는 죽음을 늙음에서 실증적으로 확인할 ...
죽음(1)
그대는 죽음을 생각해보았소? 당연히 그랬을 거요. 그걸 생각해보지 않았다면 사람이 아니오. 사람만이 자신의 죽음을 예측하면서 사는 동물이라오. 죽음을 생각한 다음에 기분이 어떻소? 그것을 어느 정도로 진지하게 생각하는가에 따라서 달라질 거요. 모든 영혼을 걸 정도로 진지하다면 아무 것도 손에 잡히지 않을 거요. 죽음 앞에서는 아무 것도 의미 있는 게 없기 때문이오. 대개는 가볍게 생각하오. 사람이 다 죽기는 죽는 모양이구나, 하는 정도로 생각하오. 한번 생각한 뒤에는 가능한대로 생각하지 않으려고 하오. 죽음을 직면...
모과
집사람이 어제 모과 한 광주리를 사왔소. 아파트 앞 단골 과일점에서 샀다 하오. 과일점이라도 해봐야 거의 노점상 비슷하오. 대충 40대 중반 쯤 되어 보이는 남자가 주인이오. 집은 하양에서 차로 10분도 채 걸리지 않는 와촌이라고 하는데, 과일장사 일로 매일 아파트 앞으로 출근하오. 과일점 주인의 고향집에 모과나무가 많은가보오. 약을 하나도 치지 않고 키운 고향집의 모과를 따다 파는 거라 하오. 집사람이 내 방에 두 개, 차에 두 개, 거실에 두 개, 안방에 두 개, 이렇게 배열했소. 지금 책상 위의 모과 한 개를 바로 컴퓨터 ...
한 순간이다! [1]
그대는 오늘 하루도 잘 살았소? 뭘 했소? 학생이면 학교에 나가 공부했을 거고, 선생이면 학생들을 가르쳤을 거요. 나처럼 목사면 심방을 하든지 교회 청소를 했을지 모르겠구려. 나도 젊은 목사 시절에 교회 청소를 많이 했소. 혼자 작은 교회를 맡다보니 청소는 물론이고, 교회 봉고차를 운전할 때가 많았소. 그대가 노동자면 오늘 하루 땀을 많이 흘렸을 거요. 전업 주부면 걸레 빨고, 빨래하고, 밥과 반찬 만들기, 아이들 돌보기, 정신없이 하루를 보냈을 거요. 혹시나 빈둥대며 하루를 보낸 건 아니오? 그것도 쉽지는 않은 노릇이오....
땅밟기 [8]
얼마 전 특정 선교단체에 속한 젊은이들이 서울의 봉은사라는 절에 들어가서 소위 ‘땅밟기’ 행사를 가졌다 해서 교계만이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한동안 시끄러웠다는 소식을 그대도 알고 있을 거요. 어처구니없는 일이오. 나는 이런 일들이 극소수의 열혈청년들에 의해서 우연하게 저질러진 일로 알고 있었소. 실상은 그게 아니라 하오. 오히려 대다수 기독 청년들이 그런 일에 직간접으로 참여하거나 그런 영향을 받았다는 거요. 이슬람권 지역까지 가서 벌리는 땅밟기 퍼포먼스도 있다 하오. 한국교회의 신앙이 내가 생각하고 있던 것보...
종교개혁 493주년(8)
종교개혁 493주년을 주제로 한 두 꼭지의 글만 쓸 생각이었는데, 생각의 꼬리를 무는 탓에 길게 끌고 있소. 오늘로 이 연재를 그만 두는 게 좋겠소? 개혁되어야 할 대목을 말하기 시작하면 일 년 동안 말해도 부족할 거요. 오늘은 새로운 목회 모델을 찾아볼까 하오. 그렇다고 뭐 대단한 것을 말하겠다는 뜻이 아니오. 그대도 다 생각하고 있는 내용이오. 목사 한 사람이 있는 교회는 접어두고, 둘 이상의 교역자가 있는 교회에 대한 이야기요. 200명 이상이 모이는 교회라면 최소 2-3명의 교역자가 활동하오. 100명 정도가 모인다고 하더...
종교개혁 493주년(7)
마틴 루터가 제시한 중요한 신학 개념 중의 하나는 ‘만인제사장직’이오. 이것은 길게 설명할 것도 없이 분명하오. 사제만이 아니라 모든 그리스도인이 제사장이라는 뜻이오. 당시에 이건 혁명적인 주장이오. 로마가톨릭교회에서는 신부만이 제사장이오. 죄의 용서도 신부를 통해서만 가능하오. 신부만 하나님께 미사를 집전할 수 있소. 신부가 없는 교회는 교회도 아니고 신부가 없는 미사는 미사도 아니오. 신부 없는 성당을 공소라고 하고, 신부 없이 드리는 미사를 공소예절이라고 하오. 개신교 신자들은 로마가톨릭의 이런 제도를 성...
죽는 꿈 [2]
그대는 주로 어떤 꿈을 꾸시오? 꿈의 세계에서는 무엇이나 가능하오. 어렸을 때는 돈을 줍는 꿈을 꿀 때가 가장 기분이 좋았소. 그러다 깨면 좀 허전하기는 했지만 꿈속에서는 제발 꿈이 아니기를 바랐소. 며칠 전에 나는 관에 들어가기 직전에 대한 꿈을 꾸었소. 사람들이 나에게 수의를 입히려고 모여든 장면이었소. 직접 수의를 입지는 않았소. 곧 수의를 입게 될 거라는 느낌만은 분명했소. 이 세상과 작별해야 한다는 생각이 구체화되자 아득한 느낌이 다가왔소. 그런 느낌을 말로 표현하기는 힘드오. 공포나 두려움과는 다른 거요. ...
종교개혁 493주년(6) [3]
대표적인 종교개혁자는 루터와 칼뱅이오. 쯔빙글리와 뮌처도 포함시킬 수 있으나 대표자 두 사람을 꼽으라면 역시 루터와 칼뱅이오. 루터는 독일에서, 칼뱅은 스위스에서 종교개혁의 불을 지폈소. 역사적으로는 물론 루터가 앞서 있소. 칼뱅이 루터에게 영향을 받았다고 보는 게 옳소. 어떤 사람은 루터는 종교개혁을 운동의 차원에서 시작했다면 칼뱅은 그걸 신학의 차원에서 이론적으로 완성했다고 말하기도 하오. 칼뱅의 저작에 비해서 루터의 저적이 부족하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소. 그럴 주장은 사실관계에서도 틀렸소. 루터의 저작...
종교개혁 493주년(5) [3]
1만 명이 모이는 교회 한 개 보다 1천 명이 모이는 교회 열 개가 더 낫고, 5백 명 모이는 교회 스무 개가 훨씬 낫다는 어제의 말을 오늘 보충해서 설명해야겠소. 교회의 본질이라는 차원에서 말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그걸 피하면 아무래도 오해의 소지가 있으니 어쩔 수 없이 그런 쪽으로 한 마디 해야겠소. 대형교회, 또는 초대형교회의 속성이 무엇인지를 먼저 생각해보시오. 그것은 상품논리, 또는 경제논리요. 복음이 상품으로 포장되고 있소. 교인들은 예컨대 이마트와 같은 대형쇼핑센터에 가는 심정으로 교회를 가는 거요. 대형쇼...
종교개혁 493주년(4) [1]
세계에서 손에 꼽히는 대형교회가 거의 한국에 있다는 사실을 그대도 알고 있을 거요. 장로교회, 감리교회, 침례교회, 하나님의 성회, 성결교회 등, 교파를 막론하고 세계 톱은 모두 한국이 차지하고 있소. 여의도순복음 교회는 교인수가 자그마치 70만명 내외라 하오. 믿기 힘든 숫자요. 몇 년 전부터 지성전을 독립시키고 있으니까 전체 숫자는 줄었을 거요. 그 외에도 1만 명을 넘는 교회는 부지기수요. 몇 천 명은 명함도 내밀지 못하오. 이런저런 이유로 대형교회가 되었다는 것에 대해서 제삼자가 시비를 걸 수는 없소. 작은 교회도...
종교개혁 493주년(3) [1]
어제 개신교회의 성서문자주의와 로마가톨릭의 교황무오설이 똑같다고 말했소. 이렇게 단정적으로 말하는 게 오해의 소지가 있소. 로마가톨릭의 입장에 대한 설명이 더 필요하긴 한데, 그냥 넘어가기로 하겠소. 지금 우리는 종교개혁 493주년을 주제로 말하고 있지만 로마가톨릭에 대한 비판이 아니라 우리의 반성이 더 중요하오. 성서문자주의가 왜 문제인지를 더 말하겠소. 신앙생활의 왜곡이 거의 성서문제주의에 토대하고 있소. 모이기에 힘쓰라는 말씀에 따라서 교회의 모임이 너무 많소. ‘예수 천당 불신 지옥’이나 ‘예수 성공 불신...
종교개혁 493주년(2)
95개 조항 신학 명제의 두 번째 큰 주제는 교황무오설이오. 개신교 신자들이 로마가톨릭을 비판할 때 자주 거론되는 것이 바로 이것이오. 교황도 인간인데, 어떻게 절대적으로 옳다고 말할 수 있느냐 하는 문제 제기요. 옳은 주장이오. 교황은 인간이오. 그도 우리와 똑같은 인격과 감정을 안고 살아가오. 그의 판단도 잘못될 수 있소. 지금의 교황인 베네딕토 16세도 말실수를 자주 하오. 지난 2천년 동안 수많은 교황들이 있었는데, 문제가 없는 교황이 왜 없겠소. 교황무오설은 인간 교황이 무오하다는 뜻이 아니오. 교황을 정점으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