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st of Articl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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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중서간(11) [3]

  • May 26, 2010
  • Views 3542

공습경보에도 불구하고 자네들이 성령강림절의 고요함과 아름다움을 만끽하기 바란다. 확실히 사람들은 삶의 위협에 직면해서 내면의 세계와 거리를 두는 것을 배운다. 거리를 둔다는 말은 너무 형식적인, 부정적인, 기교적인, 너무 스토아적인 것처럼 들린다. 차라리 사람들은 이런 나날의 위협을 그의 삶 전체 안으로 끌어들인다고 말하는 게 더 적절할 것 같다. 내가 여기서 관찰해 보건데 여러 가지 것을 동시에 마음에 지닐 수 있는 사람은 매우 드물다. 비행기가 오면 그들은 그저 무서워하고, 무언가 맛있는 것을 먹을 때는 그저 ...

옥중서간(10)- 비종교화(6) [3]

  • May 25, 2010
  • Views 5032

바르트는 종교비판을 시작한 최초의 신학자였다. 그러나 그는 그 후로 종교 대신에 실증주의적 계시론에 기울어졌다. 거기에 기독교 신앙의 운명을 걸었다. 즉 처녀 탄생이나 삼위일체, 그 밖의 어떠한 것이건 모든 기독교 교리는 전체적으로 용인되든지 또는 전체적으로 거부되든지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주장은 성서적인 게 아니다. 인식에도 단계가 있고, 의미의 중요성에도 단계가 있다. 즉 기독교 신앙의 비의가 세속화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 또 하나의 비의가 고수되는 것은 곤란하다. 계시 실증주의는 결국 신앙의 율법을 세우...

옥중서간(9)- 비종교화(5) [1]

  • May 24, 2010
  • Views 4014

‘무종교성’에 대한 나의 생각에 대해서 몇 마디 더 하겠다. 자네도 불트만이 쓴 신약성서의 탈신화화에 관한 논문을 기억하겠지. 거기에 대해서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불트만은 사람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지나치게 진보적’인 게 아니야. 오히려 덜 진보적이다. 기적이나 승천 같은 신화적 개념에 한할 것이 아니라 ‘종교적’ 모든 개념 자체를 다루어야 했다. 불트만도 말하고 있듯이 우리는 신과 기적을 분리할 수 없지만 두 가지를 다 비종교적으로 해석하고 고지하는 것이 가능하지 않으면 안 된다. 불트만은 근본적으로 자유주...

노무현(4) [8]

  • May 23, 2010
  • Views 4958

오늘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1주기 되는 날이오. 어제부터 지금까지 장마처럼 계속 비가 내리는구려. 그를 생각하면 내 마음에도 비가 내리는 것 같소. 아주 복잡한 심사가 내 마음에 뒤섞여 있소. 이 시대에 꼭 필요한 정치가를 잃었다는 안타까움이 가장 크오. 일이 이 지경이 되도록 암시하거나 방조한 어떤 이에 대한 분노도 섞여 있소. 다음 정권이 지금 미국에 도피하고 있는 한상률 전 국세청장을 엄정하게 조사하면 전직 대통령을 궁지로 몰아넣은 검은 손길이 밝혀질 것이라 보오. 노 전 대통령이 한 점의 부끄러움이 없을 정...

노무현(3) [1]

  • May 22, 2010
  • Views 4077

고 노무현 대통령의 죽음에 이르게 된 직접적인 원인은 검찰 수사와 소환이었소. 그것에 관한 이야기는 일 년 전에 내가 쓴 글(http://dabia.net/xe/current/243405)로 대신하겠소. 검찰은 노무현을 포괄적 뇌물수수로 기소하기 위해서 소환했다고 하오. 노 대통령은 내심 앞으로 오랜 시간에 걸쳐 법원에서 법리 논쟁을 하려고 준비했던 것 같소이다. 실제 법정에서 재판이 진행되었다면 내가 보기에는 무죄로 선고될 가능성이 높았을 거요. 나중에 무죄로 나온다고 하더라도 과정에서 노무현의 부도덕성은 그대로 낙인찍히고 마오. 검찰...

노무현(2) [4]

  • May 21, 2010
  • Views 3675

어제의 글에서 내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지지했다는 사실을 그대에게 털어놓았소. 오해는 마시오. 나는 소위 ‘노사모’에 가입할 정도로 열렬 지지자는 아니었소. 2002년 대통령 선거 운동 당시 대구에서 내가 참여하고 있는 에큐메니칼 목사 모임인 ‘목협’이 노무현 후보를 초청한 일이 있었소. 나도 마땅히 참석해야 했지만 바쁘다는 이유로 참석하지 않았소. 그렇게 할 정도로 그에게 빠져 있는 게 아니라는 말이오. 그가 대통령 재임 중에 펼친 모든 정책을 찬성하는 것도 아니오. 이해는 하지만 찬성하지 않는 것도 있고, 아예 이...

노무현(1) [1]

  • May 20, 2010
  • Views 3678

‘노무현’ 전 대통령의 일주기가 사흘 앞으로 다가왔다는 사실을 그대도 알고 있을 거요. 작년 5월23일에 그는 고향 봉하마을 뒷산 부엉이 바위에 몸을 던졌소. 5천만 대한민국 국민 중에서 이걸 조금이라도 예감한 사람은 하나도 없었을 거요. 그때 많은 사람들이 자기 가족이 죽은 것처럼 슬퍼했소. 나도 지금까지 여러 국가 지도자들과 종교 지도자들의 죽음을 경험했지만 함께 슬픔에 동참해서 눈물을 흘리기 까지 한 적은 그때가 처음이었소. 일 년 동안 흘릴 눈물을 한꺼번에 흘렸던 것 같소. 세월이 약이라는 말이 여기에 해당되는...

인생설계 [5]

  • May 19, 2010
  • Views 3442

그대의 인생은 앞으로 얼마나 남았소? 청춘이라면 나름으로 인생을 설계하고 있을 거요. 꿈에 부풀기도 하고, 거꾸로 현실을 암담하게 느낄 수도 있소. 그런 세월을 다 보낸 이라면 인생이 설계한대로 잘 풀린 것에 만족하거나 그렇지 못한 것에 아쉬움에 젖을지도 모르오. 인생이 설계한대로 진행된다면 얼마나 즐겁겠소만 대개는 그렇게 되지 않소. 어떤 경우에는 설계한 것보다 훨씬 잘 풀리기도 하오. 모든 사람은 크고 작은 삶의 설계를 그린 채 그것이 이루어질 날을 꿈꾸며 사는 것 같소. 나는 그대가 인생설계에 너무 묶이지 않았...

5.18 30주년 file [4]

  • May 18, 2010
  • Views 2801

그대는 오늘이 ‘5.18 광주 민주화운동’ 30주년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을 거요. 그 당시 나는 광주에 있었소. 군목으로 입대하기 위해 보병학교에서 세 달 동안 군사 훈련을 받을 때요. 우리 교육생들은 교관들을 통해서만 그 상황에 대한 정보를 전달받을 수 있었소. 어떤 정보가 주를 이루었을지는 불을 보듯 할 거요. 그 항쟁에 나선 이들은 모두 폭도라는 거였소. 깡패, 넝마주이, 부랑자들이 앞장서서 폭력 시위에 나섰으며, 북한이 보낸 간첩들에 의해 부화뇌동했다는 거였소. 당시 정부는 광주를 고립시킨 채 이런 일방적인 정보만 ...

하나님 나라(27)- 교회의 존재 이유

  • May 17, 2010
  • Views 3928

교회는 사회를 위해서, 그리고 온 인류를 위해서 존재한다. 교회가 자기의 존재 자체를 자기의 목적으로 할 때, 그것은 존재할 권리를 상실한다. 세속 사회는 교회를 필요로 한다. 교회가 사회와 분리된 하나의 제도로만 자리한 채 현재 세계 질서로 하여금 그 잠정성을 깨닫게 하지 않는다면 세속 사회는 세상의 방식으로 그 잠정성을 깨닫지 못한다. 교회는 하나님의 임재에서 삶의 전체성을 지시함으로써 이 잠정성을 각성시켜야 한다. 이렇게 교회가 자기의 과업에 충실할 때 세상에 존재할 이유가 있는 것이다. 교회가 이 과업을 상...

스승의 날

  • May 15, 2010
  • Views 3077

오늘은 스승의 날이라 하오. 그대는 스승이 있으신지. 있으면 행복한 사람이오. 스승을 만나기가 어디 그리 쉽겠소. 나에게는 기억나는 스승이 없소. 안타까운 일이오. 초등학교 시절의 스승은 얼굴도 가물가물하오. 중고등학교, 대학교 때도 기억에 남는 분은 있지만 스승이라 부를만한 분은 만나지 못했소. 불행한 일이오. 직접은 만나지 않고 책을 통해서 배워도 스승은 스승이라 한다면 나에게도 스승은 많소. 우선 볼프하르트 판넨베르크 박사님이 스승이오. 그분에게서 신학을 많이 배웠으니 스승이라 할 만하오. 나는 <판넨베르크...

꽃가루 [1]

  • May 14, 2010
  • Views 2945

오늘 나는 정기적으로 하는 청소기 돌리기를 했소이다. 청소기를 돌린다고 해야 하는지, 아니면 민다고 해야 하는지 아시오? 먼지를 빨아들이는 모터를 중심으로 보면 돌리는 거고, 손잡이를 중심으로 보면 미는 게 옳겠구려. 우리 집 청소기는 먼지 분리형이오. 청소기 중간에 투명 원통이 달려 있소. 청소기를 돌리면 먼지가 봉지로 가기 전에 이 원통으로 먼저 들어간다오. 원통을 빼내서 먼지를 털어버리면 되오. 먼지 봉지를 자주 갈지 않아도 되니, 에너지도 절약되고 편리하기도 해서 좋소. 오늘 청소가 끝나고 투명 원통을 빼서 ...

옥중서간(8)- 비종교화(4) [2]

  • May 13, 2010
  • Views 3507

나는 한계에 처해서가 아니라 중심에서, 약함이 아니라 힘에서, 죽음과 죄책에서가 아니라 삶과 인간의 선에서 신에 대해 말하고 싶다. 한계에 설 때는 침묵하고 해결할 수 없는 것은 미해결로 두는 것이 좋다고 나는 생각한다. 부활을 믿는 것은 죽음의 문제의 해결이 아니다. 신이 피안에 있다는 것은 우리의 인식 능력이 피안에 있다는 것이 아니다. 인식론적 초월성은 신의 초월성과는 관계가 없다. 신은 우리의 삶 한 가운데서 피안적이다. 교회는 인간의 능력이 미치지 않는 곳, 한계에서가 아니라 마을의 한 가운데 있다.(1944년 4...

옥중서간(7)- 비종교화(3) [1]

  • May 13, 2010
  • Views 2866

종교적인 인간은 인간 인식이 막다른 골목에 부딪칠 때나(생각을 게을리 해서 그렇게 될 때가 많은데) 인간의 모든 능력이 쓸데없게 될 때 신에 대해서 말한다. 그러나 그러한 신은 원래 기계 장치의 신(deus ex machina)이다. 종교적인 인간들은 해결할 수 없는 문제의 피상적 해결을 위해서든가, 그렇지 않으면 인간이 실패에 부딪쳤을 때 도움을 청하기 위해서 그 신을 요청한다. 이런 방식의 종교생활은 인간이 자기 힘으로 그 한계를 더욱 넓히고 기계 장치의 신이 소용없게 될 때까지는 유효할 것이다. 인간의 한계에 대해서 말하는...

옥중서간(6)- 비종교화(2) [2]

  • May 11, 2010
  • Views 2839

중요한 질문은 비종교화의 세상에서 교회와 설교와 예전, 그리고 그리스도인의 삶이 무엇을 의미하는가이다. 우리는 종교 없이, 다시 말해 형이상학이나 내면성 등등의 시간적으로 제약된 전제 없이, 어떻게 하나님에 대해서 말할 것인가? 우리는 어떻게 세속적으로 하나님에 대해서 말할 것인가? 이에 대해서 말한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시대인지 모른다. 우리는 비종교적인, 세속적인 그리스도인이 될 것인가? 우리가 종교적으로 대우 받는 자리를 떠나서 온전히 세상에 속해 있는 자로, 그리고 에클레시아라는 단어가 가리키고 있듯...

북한 퍼주기 [2]

  • May 10, 2010
  • Views 2896

북한 김정일 국방 위원장이 지난 5월3-7일에 중국을 방문했소. 그대도 소식을 들어서 알고 있을 거요. 여기에 얽힌 왈가왈부도 많소. 천안함을 침몰시킨 어뢰가 북한 잠수함에서 발사된 것일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을 심정적으로 확신하고 있는 남한 정부의 입장에서 볼 때 이번 방문 건은 불쾌하기 짝이 없는 일이었다오. 며칠 전에 이명박 대통령이 중국에서 정상회담을 했는데, 김정일 위원장의 방중에 대해서 아무런 언질도 받지 못했던 것 같소. 조선일보를 비롯하여 소위 조중동은 김정일 위원장의 방중을 폄하하기에 여념이 없었소....

옥중서간(5)- 비종교화(1)

  • May 08, 2010
  • Views 4399

끊임없이 나를 움직이고 있는 것은, 도대체 기독교가 오늘 우리에게 무엇이며, 그리스도는 누구인가 하는 문제다. 이런 질문을 이제 신학적인 말이건, 신앙적인 말이건 말에 의해서 말할 수 있는 시대는 지났다. 내면성과 양심의 시대, 즉 일반적으로 종교의 시대(die Zeit der Religion)도 지났다. 우리는 완전히 무종교의 시대(völlig religionslose Zeit)를 맞고 있다. 이제 자연적인 인간은 이미 단순히 종교적인 인간이 될 수 없다. 종교적이라고 보이는 사람들도 결코 그것을 실제의 행위에서 나타내지 않는다. 그래서 사람들은 종...

옥중서간(4)- 운명에 대해서 [3]

  • May 07, 2010
  • Views 2790

불안은 두 가지로 나타나는데, 그것은 비겁으로 나타나거나 만용으로 나타난다. 나는 여기서 가끔 운명에 대한 불가피한 저항과 마찬가지로 불가피한 순종 사이의 한계가 어디에 있는지를 생각해 보았다. ‘동키호테’야 말로 저항을 계속한다. 마침내 당착과 광기에까지 이른 경우의 상징이다. 미카엘 콜하아스도 마찬가지로 그가 정의를 요구하는 나머지 죄인이 되었다. 이 두 사람에게서 저항은 결국 그 진의를 상실하고 공론적 환상으로 변했다. 산초 판다는 주어진 것으로 만족하고 있는 흡족하고 틈 없는 자의 대표이다. 내가 믿기에 ...

옥중서간(3)- 1939년의 일 [1]

  • May 06, 2010
  • Views 2370

자네는 내가 1939년에 미국에서 독일로 돌아오고, 그것으로 인해서 벌어진 결과에 대해서 아무런 후회를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틀림없이 알고 있을 거야. 그때의 귀국은 아주 분명히 최선의 양심에 의해서 행해진 거다. 나는 그 이후에 일어난 모든 일은, 개인적이든 일반적이든 상관없이 내 생애에서 지우려고 하지 않아. 지금 내가 감옥에 있는 것도 내가 결단해서 독일의 운명에 참여하는 것이라고 생각해. 나는 과거의 일에 대해서 아무런 가책 없이 현재의 일을 받아들이지. 다만 나는 인간적으로 혼란에 떨어지지 않기를 바라고 있...

옥중서간(2)- 하나님에게 이르는 길 [1]

  • May 05, 2010
  • Views 2705

자네는 적어도 한 통의 성탄절 편지를 받게 될 거야. 나는 이미 나의 석방을 믿지 않아. 원래는 내 생각으로 12월17일부로 석방되게 되어 있었어. 그러나 당국은 나를 계속 가둬두는 게 좋겠다고 생각한 것 같아. 지금 예측으로는 수개월, 아니면 수 주간 여기에 있게 될 거야. 최근 수 주간 동안 없었던 정신적인 고뇌를 겪었지. 피할 수 없는 운명이라면 받아들여야 한다. 자네도 조만간 견디기 힘든 일에 부딪칠 거야. 나는 지금 이 사실을 바꿔보려고 최선을 다해야겠다고 생각한다. 최선을 다하고 나서 그것이 허사가 되고 말았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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