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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무 시인의 시집 <경쾌한 유랑>에 실린 "나무가 흔들리는 것은"이라는 시를 소개합니다.
소리 내서 5번, 눈으로 5번 읽어보시지요. ㅎㅎ
나무가 이파리 파랗게 뒤집는 것은
몸속 굽이치는 푸른 울움 때문이다
나무가 가지 흔드는 것은
몸속 일렁이는 푸른 불길 때문이다
평생을 붙박이로 서서
사는 나무라 해서 왜 감정이 없겠는가
이별과 만남 또, 꿈과 절망이 없겠는가
일구월심 잎과 꽃 피우고
열매 맺는 틈틈이 그늘 짜는 나무
수천수만 리 밖 세상 향한
간절함이 불러온 비와 바람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저렇듯
자지러지게 이파리 뒤집고 가지 흔들어댄다
고목의 몸속에 생긴 구멍은
그러므로 나무의 그리움이 만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