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칭 생략)
지난 17대 대선에서
한국교회는 대체로 이명박을 지원했다.
그가 장로라는 사실이 크게 부각되었고,
당시 한나라당이 보수적이라는 점도 크게 작용했다.
한국교회는 전반적으로 보수적이다.
정확한 수치로 말하기는 힘들지만
80% 정도가 되지 않겠는가.
여기서 교회와 기독교인은 구별해야 한다.
기독교인의 80%가 보수적이라는 게 아니라
교회의 80%가 보수적이라는 말이다.
이는 곧 목사와 장로를 중심으로 한 지도자들이
보수적이라는 말도 된다.
나머지 신자들은 거기에 묻혀서 간다.
개별적으로 어느 정도 진보적인 입장을 취한다고 해도
그들은 교회를 대변하지 못한다.
특히 대형교회 목사와 장로들은 다 보수적이라고 봐야 한다.
한기총에서 활동하는 목사들을 보면 그게 확연하다.
한국교회는 왜 한결같이 보수적인가?
기독교 신앙 자체가 보수적이어서 그런가?
사실 나도 보기에 따라서 신앙적으로 보수적인 사람이다.
기독교의 근본을 지켜나가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사도신경의 내용을 그대로 다 받아들이고
예배도 전통적인 예전 형식을 취하며,
평신도 설교권에도 비판적이다.
신앙의 근본에서는 보수적이지만
그것이 구현되어야 할 세계관에서는 진보적이다.
그걸 여기서 일일이 나열하지 않겠다.
역사를 향해서 열려 있다는 뜻이다.
기독교가 근본적으로 보수적이기 때문에
한국교회가 보수적인 건 아니다.
더 큰 이유는 분단체제와 그런 경험이다.
남북분단은 한민족만이 아니라 한국교회에 일종의 트라우마다.
해방 이후 북한에 있던 수많은 지주 기독교인들이
북한의 토지개혁 이후로 땅을 강제로 빼앗기고 남한으로 내려왔다.
그들은 남한에서 신앙생활을 열심히 했다.
대표적으로 영락교회(한경직 목사)가 크게 성장했다.
영락교회를 끌어가던 사람들 대다수가 월남인들이다.
그들은 기독교가 반공주의로 나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런 경험에 덧붙어서
미국 선교사들의 영향이 또 하나의 큰 요인이다.
미국과 대립하는 나라는 나쁘다는 생각이 지배했다.
한국교회의 이런 정체성이 바뀌기는 요원하다.
교회도 그렇고 사회도 마찬가지인데
한국에서 진보는 생존하기가 어렵다.
사실 문재인도 보수적인 사람이라고 봐야 한다.
그런 문재인을 좌파 운운한다는 것은 일종의 코미디다.
박근혜는 어제 대선후보 토론에서
전교조 문제를 걸어 문재인을 공격했다고 한다.
종북 좌파적인 전교조를 지지하는 이유라 뭐냐라는 것이다.
전교조는 종북, 좌파도 아니고 진보라고 할 수도 없다.
거칠게 말해서 그들은 전반적으로 중도다.
비인간적인 교육 제도를 인간적인 체제로 변혁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건 좌파다, 우파다 할 것 없이 당연한 것 아닌가.
박근혜가 전교조, 문재인을 좌파로 몬다는 것은
그가 지나칠 정도로 오른 쪽으로 치우쳤다는 뜻이 아니겠는가.
사람의 시각은 그가 서 있는데서 결정되기 때문이다.
어떤 목사들은 나를 자유주의 신학자, 심지어는 좌파 목사라고 한다.
그분들의 눈에 그렇게 비쳤다는 것은
그런 요소가 나에게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분들이 지나치게 오른 쪽에 치우쳐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성서의 역사비평을 받아들이고 있는 나의 태도가
그들에게는 자유주의로 보이는 것이다.
성적 소수자와 페미니즘, 대체 군복무 등을 지지하는 내 입장이,
그리고 타종교에 대한 열린 입장이
그들의 눈에 좌파, 또는 자유주의로 보이는 것이다.
그렇게 본다는 데에게 무슨 할말이 있겠는가.
물론 그분들의 목회적 진정성은 훌륭하다.
그러나 신학의 토대가 편향되거나 부실하거나 왜곡되어서
세상을 크게 보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박근혜의 진정성은 높이 사야한다.
애국심, 자기절제능력 등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60살까지 미혼으로 크고 작은 어려움을 겪어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한 나라의 대통령이 될 수는 없다.
대통령직에 반드시 필요한 더 소중한 것을 갖추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윤여준 씨가 찬조 연설에서 말한 것처럼
자기와 다르게 생각하는 사람과 소통할 줄 아는 능력이
오늘 대한민국 대통령에게 가장 중요하다.
박근혜는 경청하고 대화를 통해서 설득하기보다는
대결하는 방식으로 상대방을 굴복시킨다.
김종인 씨와의 관계에서도 이를 확인할 수 있다.
박근혜의 이런 성품 자체를 내가 비판하는 것은 아니다.
그것도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하나의 방식이다.
다만 그게 지금 이 시대의 대통령에게 요구되는 리더십이냐 하는 것이다.
윤여준 같은 합리적인 보수주의자가
지금 대한민국의 대통령 감으로
박근혜가 아니라 문재인을 선택했다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목사님 건강하시죠?
한국은 날씨가 많이 추워졌다고 하네요.
오랜만에 다비아에 들어와 댓글을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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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기총에서 활동하는 목사들을 보면 그게 확연하다."
언젠가 뉴스를 틀었더니 의원들이 서로 쌍 욕을 하면서 고성을 지르더군요. 혀를 차면서 채널을 돌리려고 했더니 CBS에서 한기총을 방송한 거더군요. (내용은 모르겠습니다. 하도 욕설이 난무해서 바로 채절을 돌려서).
"어떤 목사들은 나를 자유주의 신학자, 심지어는 좌파 목사라고 한다."
저는 굉장히 보수라고 봤습니다. (솔직히 저속한 표현으로 약간은 꼰대 기질까지 있으셨던 것 같았어요).
저 역시 저 자신을 합리적 보수라고 보로 있습니다.
그런데 저는 우리나라에는 보수가 없다고 봅니다. 그건 진정한 보수가 아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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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차 토론에서 간만에 이정희 후보가 재미있게 해주엇는데 3차 토론은 무슨 재미로 보나 했었는데 박근혜 후보님께서 재미 있게 해주셔서 밤에 깔깔깔깔 웃으면서 유튜브로 보았습니다.
저는 이정희 후보와 의견은 같지 않지만 토론 점수는 만점을 주고 싶었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아마도 그것이 사실이건 아니건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도 시원하게 외쳐 주었기 때문 아닐까요?
언론이 제 구실을 못하고 뻔한 사실 조차도 비비꼬거나 왜곡할 때의 짜증남을 확 풀어 주었던 것 같습니다.
3차 토론은 굳이 말을 안해도 박근혜 후보님께서 어떻게 재미있게 이어 나가셨나 아실 겁니다.
어느 정치 노선을 지지하나 떠나서 토론 자체만 보고 판단했을 때 박근혜 후보님 같은 분이 대통령이 되시면 조금 (많이) 걱정 스럽더군요.
오바마 대선 토론을 지켜 본 사람으로서 저런 대통령과 박근혜 같은 사람이 협상이나 토론을 하면 게임이 안되겠다는 걱정이 앞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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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로 대선 토른을 보았습니다.
처음에 멋모르고 ㅈㅌ티비인가 하는 방송채널에서 하는 영상을 보다가 짜증나서 1초도 안되어서 다른 영상을 찾았습니다.
그 밑에 기자 관정평이라고 계속 캡션이 나오는데 이건 뭐 기자 관정평이 아니라 동네 유치원생 보다도 못한 저급한 수준이더군요. 근거도 없이 그냥 자기의 기분을 적고 상대편 말에 깐죽거기른 거 외에는 없었습니다.
제가 마음이 여린 탓에 깜짝 놀라서 얼른 닫았습니다.
한국 대선에 대해서 여기 저기 검색하다 보니 구글과 유튜브가 가장 공평하게 모든 정보가 있는 그대로 나와 있더군요.
네이버는 한 60 ~70% 정도는 무조건 새누리당의 의견이. 나머지가 공정한 기사가 올라왔고 다음은 100% 새누리당이나 조선일보 중앙일보 기사만 올라 왔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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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는 MBC는 아예 보지도 않습니다. 도리어 KBS가 덜 짜증나더군요. MBC 앵커는 그냥 읽는 건가요 아니면 앵커의 의견을 어느 정도 말할 수 있는 건가요? MBC 뉴스 보다 보면 땡전 뉴스가 그립더군요.
집사람이 왜 MBC가 KBS 보다 더 하냐고 해서 원래 일본 순사 보다 조선 앞잡이가 더 악랄하 법이라고 했죠.
엠비씨는 오락이나 드라마도 KBS 보다 점점 질이 떨어지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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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운 날씨에 건강하시고 즐거운 투표 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