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 물, 무엇이 문제인가?

지난 연초부터 다시 낙동강이 심한 몸살을 앓고 있다. 91년도에 그 이름도 쟁쟁한 <페놀> 사건이 터진지 2년 여 만에 경상도민의 젖줄기인 낙동강이 기준치 보다 다섯 배가 많은 암모니아성 질소가 검출되었고, 수돗물에 심한 악취가 나서 많은 이들이 고통을 겪고 있다. 엎친 데 덮치는 격으로 벙커C유가 운송차량의 사고로 낙동강에 유입되어 오염상태를 부채질 하였다. 이번 때 늦은 수돗물 검사에서 발암성 물질인 벤젠 화합물과 톨루엔이 미량이나마 검출되었다고 하니 기가 막힐 뿐이다. 우리 지역인 달성공단에서 시작한 이번 낙동강 수계의 상수도 파동은 몇 가지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상승되었다. 첫째는 공장의 폐수와 가축의 배설물과 가정오수, 그중에서도 공장의 악성폐수의 무단방류가 주원인이고, 둘째는 관련 공무원의 무책임 내지 비전문성이 또 하나의 원인이며, 셋째는 강수량의 절대부족으로 인한 오염도의 심화이다. 세 번째의 원인이야 인간으로서 불가항력이기 때문에, 사실은 치수를 잘하면 강수량 문제도 어느 정도 잡을 수 있긴 하지만,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그 외의 문제들에 대해서는 누군가에 의해 저질러진 범죄행위라는 면에서 추궁이 따라야 할 것이다.

폐수유출은 영세한 기업이 관행처럼 저지르는, 대기업의 경우에도 역시 큰 차이가 없지만, 철면피한 범죄행위이다. 상당수의 기업이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하여 정수시설을 설치하지 않고 있으며, 설령 설치했다고 하더라도 가동하지 않고, 가동한다고 하더라도 형식적일 뿐인 경우가 허다하다. 유해물질로 식품을 제조하는 것도 마찬가지이지만 고의적인 폐수방류는 엄하게 다스려야 할 것이다.

지난 3일에 처음으로 달성공단의 수돗물에서 악취가 났을 때 관할 수도사업소는 원인규명 없이 정화물질인 염소와 활성탄을 과다하게 투입하여 오히려 사태를 악화시켰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낙동강의 유량이 적정선을 유지하지 못하자 경남도지사와 부산시장이 안동댐과 합천댐의 물을 방류하도록 요청했으나 댐 관리 관계자들이 신속하게 대응하지 못하여 낙동강의 자체정화 능력이 상실되었다는 것이다. 대구시를 휘돌아 낙동강으로 빠지는 금호강 물줄기를 틀어잡고 있는 영천댐이 포항의 포철에 톤당 45원56전 씩, 하루 천만 원 어치 공업용수를 특별 공급하기 때문에 금호강의 유량이 감소되어 강이 흡사 하수도처럼 되어 버렸지만, 그들은 포철의 철 생산이 우선이라고 여긴 탓인지 금호강을 살리는 일에는 인색하였다. 이런 것들이 바로 지역 및 부처 이기주의이며, 그 사이에서 국민들만 고통을 당하고 있는 것이 오늘 우리의 현실이다.

내가 어렸을 때 여름철만 되면 워커힐 앞 광나루 다리 밑에서 벌거벗고 멱을 감았다. 뚝섬유원지 보다 상류니까 홍수 때만 제외하곤 항상 깨끗한 물이 흘렀다. 하루 종일 그 강물에서 친구들과 장난치며 놀다보면 그 강물을 엄청나게 먹게 된다. 그래도 그것 때문에 배탈이 난 적이 한 번도 없었던 것 같다. 지금 내가 살고 있는 현풍 옆으로 낙동강이 유유히 흐르고 있는데 아무리 심한 개구쟁이라도 거기서 놀지 않는다. 언제 부터인가 낙동강은 병들어 갔고, 그 물을 길어다 먹던 현풍의 어른들 가슴 속엔 그 어렸을 적의 일들이 아련한 추억으로만 남아 있을 뿐이다.

구약성서 출애굽기에 보면 유대인들이 애굽에서 탈출한 이후 광야를 횡단하면서 많은 어려움을 만나게 되는데, 그 중의 하나가 바로 물이었다. 비록 노예 신세였지만 풍부한 수량을 자랑하는 나일강을 끼고 살아왔던 유대인들이 팔레스틴에 이르기 까지 변변한 강줄기나 냇줄기 하나 없는 미디안 광야에서 물로 인해 얼마나 큰 고통을 당했을는지 우리는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다행히 그들은 물이 고여 있는 웅덩이를 어렵사리 발견하기는 했지만 도저히 사람이 먹을 수 없을 정도로 썩어 있었다. 하나님의 명령에 따라 모세가 나뭇가지를 꺾어 그 웅덩이에 던지자 그 물이 정화되어 마실 수 있게 되었다는 이야기다. 이런 유대인들의 전승은 인간들이 당하는 모든 재앙이 하나님의 명령을 소홀히 한 탓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오늘 우리의 주변에 썩어가는 모든 강과 산과 하늘은 결국 인간이 교만하여 하나님의 뜻을 따르지 않은 탓이라고 보아 크게 잘못은 없다. 영국의 산업혁명 이후로 이 세계와 자연을 잡아먹을 것 같이 생산성에만 주력하다가 인간의 생명 처인 물과 흙과 공기가 병들게 된 것이다. 우리가 오늘날 어쩔 수 없이 썩은 물을 마셔야 하는데, 이 문제는 우연하게, 아니면 재수 없게 발생한 것이 아니라 이미 충분하게 예상된, 그리고 축적된 원인의 결과로 인한 현상에 불과하다. 인간의 이기심, 경제성장제일주의, 이로 인한 자연의 소외가 이런 결과들을 빚었다는 말이다.

우리는 다시 성서가 말하는 인간의 죄에 대해서 끊임없이 경고해야만 한다. 낙동강을 살리기 위해서는 몇 가지 처방만으로 안 된다. 기본적으로 우리의 사고방식을 뒤바꾸지 않으면 가능하지 않다. 진정한 의미에서의 메타노이아, 바로 그 회심이야말로 오늘의 병들어 가는 세계 속에서 우리 모두에게 급격히 요청되는 삶의 자세다. <94.1.23>
profi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