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교단NCC가입 안건파기에 부쳐

본교단 성결교회의 제88년차 총회가 지난 4월25일-28일에 천안교회에서 ‘성결한 삶 선교하는 교회’라는 주제로 개최되어 전국 34개 지방회에서 모인 대의원과 기관대표 등 9백여 명이 교단의 교육과 선교 등 현안을 토의하며 총회임원과 총무를 선출하였다. 다른 문제들은 어떤 방향으로 결정된다 해도 별로 큰 문제는 아니지만 지난 86년도의 총회 때부터 상정되어 지금까지 연구 검토되었던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KNCC, 이하 <협의회>) 가입 건은 본교단의 성격을 규정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준거이기 때문에 다른 이들에게는 어떨지 모르지만 필자에게는 유일한 관심사항이었다. 유감스럽게도 이 안은 안건자체가 파기되고 연구위원회 마저 자동 해산되어 당분간 안건으로 상정되기 조차 힘들게 되었다고 한다.

한국 교계에서는 성결교회의 <협의회> 가입 건이 매우 적극적인 기대를 모으고 있었다. 금년의 총회에서 가입 건이 결의될지 모른다는 희망이 구체적으로 논의되기도 하였다. 그러나 결국 이러한 기대에 훨씬 못 미치는, 오히려 뒷걸음질 치는 결과를 낳았다. 왜 이런 결과가 나왔는가? 표면적으로는 두 가지 해프닝에 의한 것이고, 본질적으로는 성결교회의 한계에 의한 것이었다.

표면적인 이유 두 가지 중의 첫 번째는 작년 후반기부터 기존의 <협의회> 회원교단들이 보여준 불일치였다. 기독교 방송사 사장 선출 건과 관련하여 회원교단들은 불퇴전의 각오로 주도권을 쟁취하기 위한 힘겨루기 투쟁을 전개하였다. 특히 장로교 통합측은 차제에 KNCC를 개혁하겠다는 명분으로 회원교단의 모든 의무와 권리를 유보하고 있었다. 이러한 투쟁이 아직도 계속되고 있었으며 언제 끝날지 확실하지도 않은 형편이었기 때문에 가입을 반대하고 있는 성결교회 대의원들이 이러한 한국교계 형편을 묵과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은 불을 보듯 분명한 사실이었다. ‘저렇게 시끄러운 협의회에 가입해서 무슨 교회일치운동을 전개하겠는가?’ 이런 질문이 설득력을 가질 수밖에 없는 실정에 이른 셈이다.

두 번째 표면적인 이유는 성결교회 안에서 발생한 사건에 기인한다. 총회 개회 며칠 전에 전국 성결교회를 대상으로 유인물이 발송되었다. 그 유인물의 내용은 KNCC 가입을 주장하는 측의 비리에 관한 것이었다. 총회 사무국에서 한국기독교교회 협의회 가입 건에 관해 여론을 조사한 적이 있었는데 가입 안에 찬성하는 반송지가 무더기로 발견되었다는 것이다. 성결교회가 가입해야 한다는 측에서 의도적으로 이렇게 설문서를 위조해 가면서 까지 자기들의 주장을 관철하려 했던 것으로 해석되었으니 이 안이 이번 총회에서 부결되리라는 것은 불문가지였다.

이 <협의회>에 가입을 주저하고 있는 사람들은 대개 두 종류로 구분될 수 있다. 한쪽의 사람들은 분열의 상처를 반복하지 않으려는 이들로서 소극적으로 반대하고 있다. 1960대 초에 보수와 진보를 대표하는 교회연합체 문제로 다른 교단처럼 성결교회도 <기독교 대한 성결교회>와 <예수교 대한 성결교회>로 양분되었다. 그 당시 보수적 연합체와 진보적 연합체 모두로 부터 탈퇴한 이후 지금 까지 교단이 쪼개진 채로 그 상태가 계속되고 있다. 교단의 분열을 염려한 충정으로 비교적 진보적이라 할 <협의회>가입을 유보하려는 것이다. 반면에 근본적으로 <협의회>를 불신하고 있는 이들이 있다. 이들은 <세계교회협의회>(WCC)를 용공시하는 것처럼 <협의회>도 역시 그러한 차원에서 바라보는 것이다. 이 처럼 두 가지 방향에서 <협의회> 가입에 소극적으로, 혹은 적극적으로 반대하는 이들이 성결교회의 주류를 이루고 있다. 그들은 숫자적으로 많을 뿐만 아니라 교권 까지 점하고 있다.

이에 비해 <협의회> 가입을 찬성하는 이들의 숫자는 일단 매우 적다. 속으로 그런 필요성을 알고 있다 할지라도 성결교회의 분위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자기 의사를 개진하지 못한다. 어쩌면 지난 7,8년 간 총회에 안건이 상정되었다는 것만 해도 놀라운 일이라 아니 할 수 없다.

<협의회> 가입안의 기각은 성결교회의 한계를 여실하게 보여주는 현실이다. 당장 이익이 되지 않는데 무엇 때문에 가입하는가라는 생각이 그 결과에 들어 있다. 사실<협의회>에 가입한다고 해서 성결교회 숫자가 늘어나는 것이 아니고 다만 의무비는 지출해야 한다. <협의회>에 들어가서 기존 회원교회들과 연대한다는 것도 어려움이 많다. <협의회>는 주로 사회적인 문제들을 주요 이슈로 다루어온 반면에 성결교회는 개인의 영적 회심에 머물러 있었다. 좋게 보면 기독교 교회의 영적인 전통을 훼손당하지 않으려는 것이요, 나쁘게 말하면 자신감의 결여다. 어쨌든지 그 연합체 가입에 대한 손익계산서에 의하면 아마 <손>으로 처리된 것 같다.
이는 매우 단견에 의한 처리임에 틀림없다. 우선적으로 교회론적인 면에서 보더라고 한국교회의 일치를 위해서 비록 현실적인 이익이 없다 하더라도 그것에 동참하는 것이 두말 할 것도 없이 당연한 처사이다. 실제적인 면에서도 장기적으로 보면 가입이 성결교회에 유익을 가져다 줄 것이다. 앞으로의 선교는 개인적인 면 보다는 문화적이고 사회적인 차원에서 집행되어야 할 텐데 이를 위해서 <협의회> 가입은 거의 절대적이다. 한국교회 전체가 다 함께 대사회 선교를 수행해야만 한다. <협의회>가 아직 어려울 때 참여해서 도와야지 나중에 ‘손도 안대고 코를 풀려고 한다면’ 우스운 꼴이 될 것이다. <94.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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