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사회 문제에 대한 단상

1. 북한 미사일 발사
북한이 얼마 전 미사일을 시험 발사했다고 해서
국내외에서 온갖 주장들이 난무한다.
북한은 왜 이 시점에 그런 일을 감행했는지
그 속사정을 누가 알랴.
그것보다 그게 왜 그렇게 큰 문제인지
그걸 나는 잘 모르겠다.
위험한 무기라서 문제인가?
그것보다 더 위험한 무기는 다른 나라에 더 많다.
그 미사일이 남한을 공격할지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인가?
그런 염려는 할 필요가 없다.
왜냐하면 그런 사태가 오면
미사일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남한과 북한,
이 한민족은 그야말로 쑥대밭이 되고 말테니까 말이다.
북한에 이어 인도도 최근에 미사일 실험을 성공적으로 마쳤다고 한다.
이에 대해서 국제 사회는 별 말이 없다.
그만큼 북한이 국제적 신인도를 잃었다는 말이 되는데,
이는 거꾸로 힘없는 놈은 늘 구박덩어리가 된다는 말도 된다.
북한이 이런 쓸데없는 일에 돈을 쓰지 않았으면 좋겠지만,
그들도 자구책으로 그런 일을 하는 거니까
구체적이고 실제적인 위협이 아닌 한
그냥 내버려 두는 게 사태를 불거지지 않게 하는 첩경이다.
다행히 이번 사건 앞에서도
남한 사람들이 사재기를 하지 않고 있다.
대개의 사람들이 이 사태의 본질을 꿰뚫고 있다는 의미이다.

2. 평택 대추리
수년 동안 계속해서 미군의 평택이주 문제가 시끄럽다.
여기에 관련된 미묘한 정략적 문제는 내 관심이 아니다.
미군이 당장 철군한다고 하더라도
우리의 체제에 아무런 문제가 일어나지 않는다면 모르지만
그렇지 않다면 어느 정도의 반대로 끝내고
전국으로 흩어져 있는 미군들을 그쪽에 모여 살게 하는 게 좋을 것이다.
남의 군대가 서울 한 복판에 버젓이 자리하고 있는 것보다
한적한 곳으로 가버리는 게 모양도 좋지 않을는지.
여기서 전략적 유연성, 비용부담 문제 같은 건 말하지 말자.
일종의 뜨거운 감자인 미군문제를 우리가 당장 해결할 수 없으면
적절한 선에서 타협하는 게 좋다는 말이다.
북한의 도발 억지력을 미군이 나름으로 확보하고 있긴 하지만
그게 주한 미군의 모든 이유는 아니다.
오히려 분단체제의 심리적 요인이 훨씬 크다.
6,70년대 반공교육을 받고 자란 세대와
실제로 6.25를 체험한 세대가
여전히 한국의 주류로 자리하고 있는 한
미군철수는 한국민들의 심리적 불안감을 극대화하게 될 것이다.
그런 불안감은 단지 군사적인 차원만이 아니라
한국의 모든 체제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따라서 주한미군의 문제는 단지 군사적 상황으로 볼 게 아니라
우리의 분단체제 극복과 직결된 것으로 보아야 한다.
따라서 지금 우리는 이 분단체제의 극복을
최우선의 작업으로 여겨야 한다.
이런 점에서 개성공단은 매우 중요한 프로젝트이다.
실향민들의 고향방문과
문화 예술인들의 왕래도 더욱 적극적으로 전개할 필요가 있다.
만약 분단체제의 심리적 문제와
구체적인 문제들이 해결되기만 하면
미군문제는 하루아침에 해결될 수 있다.
우리가 더 이상 미군이 필요 없다고 말하면
그들은 평택에서도 역시 보따리를 쌀 것이다.
그 이전까지 우리는 쓸데없는 싸움에 휘말릴 필요는 없다.

3. FTA(자유무역협정)
한 마디로 난리다.
그런 난리를 피워야 한미 협상에서 힘을 얻을 수 있기는 하다.
그러나 FTA 반대도 정도껏 하는 게 좋을 것 같다.
나는 FTA의 속사정을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이것에 관해서 아는 게 없다.
그러나 기본은 뻔한 이야기 아닌가.
양국 간의 무역 장벽을 제거함으로써
양국의 기업이 잘 되자는 것이다.
소위 ‘윈윈 전략’인 셈이다.
많은 사람들은 그것이 초강대국을 상대로 했을 때
가능하겠냐 하는 염려를 한다.
그럴 것이다.
너무 서두르지 말자는 의견도 있다.
아마 FTA 자체를 부정하는 사람들은 극소수인 것 같다.
한국정부가 그동안 준비를 철저하게 했는지,
다른 나라가 하는 걸 보아가면서 천천히 해야 하는 게 옳은지,
결과적으로 우리의 경제가 미국에게 점령당하게 될는지,
나는 판단하기 힘들다.
이건 아무도 못할 것이다.
이건 완전히 전문가들의 몫이기도 하고,
더 근본적으로 역사가 지나가야만 알 수 있는 일이다.
다른 나라보다 우리가 미국과 먼저 FTA를 체결하는 게
뒷날 좋은 선택이라는 게 증명될 수도 있다는 말이다.
그걸 누가 판단하겠는가?
특히 우리가 미국의 존재를 무시할 수 있을 정도로
자생력이 확보되어 있다면
도시락 싸들고 다니면서,
정부 불신 운동을 벌이면서까지
이 FTA를 반대해야겠지만,
미안하지만 그게 아니다.
내가 너무 단순하게 보는지 모르지만
우리의 경제구조는 무역을 하지 않고는 하루도 견디지 못한다.
만약 미국과의 FTA가 원만하게 해결된다면
다른 나라보다 유리한 조건으로 미국에 수출할 수 있는 길이 열릴 것이다.
미국과 우리의 일대일의 관계에서는 조금 손해나는 일이 있다 하더라도
다른 나라보다 유리한 고지를 점령할 수 있다면
큰 틀에서 볼 때 이 협정은 좋은 결과를 맺을 것이다.
지금 내가 완전히 신자유주의 입장에서 말하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그리고 개인적으로 이런 구상 자체를 원하고 있지는 않지만
이게 바로 한국의 현실이라는 점을 말하는 것뿐이다.
우리의 자존심도 지키고
다른 나라보다 잘 살 수 있는 길은 없다.
일단 우리가 좀 못살게 된다고 하더라도 받아들일 수 있다면
그때는 미국에게 큰소리 쳐도 되겠지만
현재 그게 맞는 말인가?
온 국민이 영어 열풍에 휩싸여 있으면서,
조금만 경제 수지가 낮아져도
죽겠다고 아우성치는 상황에서
이게 가당한 말인가?
모든 대학들이 철학과를 폐과하고
교양 필수에서 선택으로 돌리고 있으면서
FTA 반대가 합리적인 주장인가?

4. 5.31 지방선거
한나라당이 싹쓸이를 했다.
박근혜 대표의 “대전은요?” 한 마디에
대전 시민들은 염홍철을 버리고
박근혜가 미는 사람을 시장으로 택했다.
열린당의 대표는 동정표를 구했으나
철저하게 외면당했다.
여당 대표가 무슨 생각으로 그런 동정표를 구했는지
좀 우스운 생각이 든다.
자신들의 정책이 잘못되었으면
책임을 지는 거고,
전달이 안 된 거면 최대한 알리면 그만 아닌가.
한나라당의 싹쓸이를 막아달라는 기자회견을 하다니
패배주의, 또는 기회주의의 표본이다.
서울 시장 선거에서
열린당의 강금실 씨는 한나라당의 오세훈 씨에게
큰 차이로 패배했다.
개인적으로 강금실 씨의 당선을 바라고, 또한 믿고 있었는데
전혀 뜻밖의 결과였다.
한나라당 대표선출에서 박근혜 씨가 미는
강재섭 씨가 당선되었다.
다섯 명의 최고위원이 거의 박근혜 씨와
영남 쪽의 사람들로 채워졌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전남은 민주당이 석권했다.
열린당은 전북에서만 지지를 받았다.
이게 우리의 정치 현실이다.
우리의 정치를 끌어가는 힘은
분단체제와 지역주의와 신자유주이다.
레드 콤플렉스, 연고주의, 돈이
우리 국민들의 최대 관심사다.
이것 말고 관심을 보이는 건 거의 없다고 보아야 한다.
이걸 어떻게 자기의 정치적 능력으로 끌어낼 수 있는가 하는 점이
그가 정치적으로 성공할 수 있는가 아닌가를 결정한다.
노무현은 그걸 끊어 보려고 발버둥 친
거의 유일한 대표적인 정치인이었다.
대통령이 될 수 있는 조건이 하나도 없는 사람이
대통령이 되고 말았다.
민중은 그런 선택을 오래 유지하지 못한다.
왜냐하면 자신들의 욕망을 그가 채워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5. 월드컵 축구
이탈리아 우승으로 끝났다.
그 시합에서 지단은 박치기로 퇴장당하는 수모를 당했다.
16강에는 아시아 대표가 하나도 끼지 못했다.
아프리카의 가나가 비유럽, 비라틴아메리카에서 유일하다.
8강에는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이외에 모두 유럽팀들이다.
결국 4강은 모두 유럽팀이 올라갔다.
올라갈수록 게임 내용도 재미가 없었다고 한다.
월드컵 축구는 이제 그만 둘 때가 되지 않았을까?
이렇게 전지구적으로 열광하게 만드는 이 스포츠가
지구 평화에 이바지 하는 것도 아니지 않은가.
당분간 화끈하게 노는 것으로 만족하기에는
여기에 들어가는 물적, 정신적, 시간적 힘이 너무 크다.
이라크 전쟁은 여전하고,
이스라엘은 자기 군인들 포로 문제로
또 레바논(?)을 공격하고,
미국과 일본은 북한을 더욱 궁지로 몰아넣기에 바쁘고
테러리스트들은 또 다시 기회를 엿보고 있다.
오늘 우리는 무슨 기도를 드리면 살아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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